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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가치관 – 동성애도, 마리화나도, 간음도…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5-03-27 17:09

거의 30년만에 대학동창들 몇명이 카톡으로 연결됐다.  대학시절 동거동락, 호형호제하며 엉겨 지냈던 그야말로 소울메이트들.  서울과 뉴욕, 로스엔젤레스에 떨어져 지내던 이들이 우연히 카톡들을  뒤지다가 서로 찾아  그룹방을 만들었다.   문패사진들을 보니 모두들 초로의 장년들.  서울멤버들은 교수가  3명에  컴퓨터 기업인이 한명,   미국멤버들은 그저 이것저것  막벌이 (?)  비즈니스 맨들이다.

며칠간  옛날 대학시절의 기분들을 내는 대화들이 신나게 진행됐다.  그러다가   뉴욕에 있는 멤버가  글을 올렸다.   “6월 미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에 관한 중대결정을 위해 함께 기도합시다…하나님께서 정하신 결혼의 정의가 지켜지는데…”    연방대법원의 최종심리가 동성결혼 금지 쪽으로 판정이 나도록 해달라는 장문의  인터넷  캠페인을   뉴욕멤버가 올린 것이다.  갑자기  카톡대화방이 조용해졌다.  서로 얼굴을 보는 것도 아닌데  신기하게   싸늘한 기운도 느껴졌다.

약  8시간 정도의 카톡방 침묵이 흐른 후 교수직의 서울멤버에게서 댓글이 하나 올라왔다.  
“본질은 종교를 가장한 성소수자들에 대한  기본권 유린입니다.  시민자유를 누르고 복종하는 노예들로 이루어진 사회를 만들고 싶어하는…”

역시 카톡방에서  몇시간 동안 싸늘한 침묵이 흘렀다.  필자는 아무일 없다는 듯이  등산하는 사진을 올려(서울멤버들도 정기적  산행을 시작하고 있었다)   화제를 바꾸었다.   그후로  다시 우리는 천진난만(?)한 대학시절의  이야기로  돌아갔다.  30년간 떨어져 살며  메울수 없이 벌어진 서로의 가치관들을  카톡방에서  일체 표현치 않는다는 묵계가 암암리에 이루어졌다.  그런  개인의 가치관들의 관철보다는  우리의  우정과 사랑이 더 귀하다는 판단때문이다.

며칠전  모교 대학에 거액의 기부금을 낸 기부인들  10여명이  한  골프클럽  프라이빗 룸에 모여 상견례를 하며 점심을 나누었다.   서로 와인을 주고 받으며 정겹게 대화를 나누던 중 한 사업가가  개신교와  다른 종교를 비교하는 식의 발언을  잠깐  했다.  그러자 앞에 앉았던   의사가 정색을 하며   “이런 자리에서 종교얘기는 하지 맙시다”라고  또렷이 말했다.

미국  사교장에서  종교와  정치얘기는 금기시 되고 있다.  개인의 가치관을 주장하는 것이  프라이버시를 손상시키며,  사교장을  논쟁장으로  변질시키는 경우들을 수없이 경험한  이들이 만들어 놓은  ‘경험적  예절(에치켓)’이다.

지난주 미국 최대 장로교단인  미국장로교 (PCUSA)는 동성결혼을 수용했다.  동성애를 인정한 정도가 아니라  동성결혼을 인정한 것이다.  미국장로교단은  결혼의  정의를  ‘한 남성과 한 여성의 결합’ 이 아닌  ‘두사람의 결합’으로 바꾸는 총회법 개정안을  171개 전체노회의 투표에 부쳤고  3월17일까지 과반수가  넘는  87개 노회가  이를 승인했다.  남은 노회의 찬반에 상관없이 이 개정안은 통과된  것이다.     현재까지 동성결혼을 인정한 기독교 교단은  루터교, 성공회, 그리스도 연합교이며 감리교는  논의중이다.   반면  복음주의  계통의 교단들, 그리고 카톨릭은 결혼에 대한 전통적인 정의를  따르고 있다.

미국장로교단 PCUSA의 동성결혼 승인후에  여기에 소속된 한인교회들은 교단 탈퇴를 주장하는 그룹과,  이 이슈를  성경적 정죄의  입장이 아닌 포용의 입장에서 논의할 시기가 왔다고 주장하는 그룹으로 나뉘어졌다.  교단 탈퇴의 경우 교회재산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교회건물을 내놓고  나가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와는 별도로  법적으로 동성결혼 위헌에 대한 심의가 연방대법원에 올라가 있다.  보수 기독교단체들이  최후(?)의  결전에 나서고 있지만 대세는 기울어 있다.  지난 22일에는 PCUSA 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레즈비언 부부가 목사안수를 받았다.

몇주전 한국에서는 ‘간음죄’가 폐지됐다.  미국신문에서는 한국에 ‘간음죄’가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다는 일반인들의 반응을 실었었다.  성경적인 과거에는 돌로 쳐서 죽여아 할  죄가  현대에서는  ‘무슨 죄?’ 라며  말뜻조차 모른다.   마라화나의 합법화는 미국 수십개주로 확산되고 있다.   70년대 서울 종로2가의 파출소 앞에서 장발단속으로 걸려 머리를 싹둑 잘린 경험이 있다.  그때  여성들의  미니스커트가 무릎 위로 몇센티 올라가는냐 에 따라  유죄, 무죄가 판명됐다.  

우리의 가치관은 그저 우리가 성장했던  시대의 상식을 반영한 것인지도 모른다.   30년만에 카톡방에서 만난 대학 동창들이 자신들의  가치관들을 접어둔 후로는 그  카톡방이 아직도 재미있게  시끄럽다.  
LA 통신  2015년 3월 28일  김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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