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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생각하는 코리아타운이 아닙니다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5-02-19 16:01

서울에서  공무로  손님들이 여러명  왔다.

공항에서 짐가방들을 차에 싣는데 꽤나 무거운 가방이 있다.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자랑스럽게 소주가방이라고 한다.  왜?   소주가 여기는 귀하다면서요?  오클라호마 인근을 방문할 때  그곳 한인이  한국에서 소주를 가져오라고 해서 종이팩 소주를 몇박스 사가지고 갔더니 그렇게 좋아하더란다.  그래서 LA올 때도 선물로 이렇게  종이팩 소주를 듬뿍 사왔다며 칭찬해 달라는 식으로 쳐다본다.   우습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해서 멍하니 손님들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날 저녁 코리아타운의 무제한 고기집으로 식사를 간 서울 손님들은  놀라움에 소리를 쳤다. “아니  한국 소주를 이렇게 파네요? 한국 소주브랜드가 다 있네요!”  손님들은 소주맛도 한국보다 더 맛있는 것 같다며,  싸들고온 종이팩 소주에 대해 민망함을 표시한다.   “그러니 내  먼저 전화해보라카이 안했나.”  자기들끼리  면박이다.

널려있는 한국소주들에 대해 놀란 것 뿐만 아니다.   1인당 26달러에  갈비, 삼겹살, 프라임 스테이크에서 곱창까지 모든 종류의 고기를 무제한  구워 먹으면서  감탄과 기성을 연발했다.   고기질과 맛이 좋은 것에도 또 놀랬다.  고기집에  외국인 손님들  반이상인 것에 또 놀랬다.   마지막으로  놀랜 것은  그날 식사대금.   소주  4병을  포함해  4명이 실컷 먹은 가격이  150여달러.  서울 손님들은 한국 원화로 계산을 해 보면서  “아니,  20만원도 안되네.  정말 싸데이.  거저네”

이 손님들이 또 놀란 것은 주변에 담배피우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  수시로 가게 밖을 나가서 담배를 피워야 했던  한 서울 손님은 “아니 코리아타운 전체가 무슨 금연구역이라도 됩니꺼?” 라며 혼자 심심하게  담배피우는 자신에 대해  겸연쩍은 모습이었다.  

이날   고기집은  코리아타운을 빙빙돌며  네번째 만에 간신히 자리를 잡아 들어온 식당이다.  마침 발렌타인 데이라서  청춘남녀들, 아시안에서 멕시칸, 백인들까지  코리아타운 고기집들을 말 그대로 물밀듯이 쳐들어 왔다.  

한국 연예인 강호동이  투자했다는 ‘백정’이라는 고기집은  오후 8시에  긴줄이 늘어서며  두시간을 기다려야  자리가 난다고 한다.  서울 손님들은  스패니쉬 건축양식의 사적지를  한인비즈니스들이  입주해 건물을 살리고 비즈니스 명소로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곳곳에서 길거리로 오픈된 테이블들을 가득 채우고   각종 민족들이 쌍쌍이 앉아 한국식  고기구이를  먹는 모습에  놀란다.  “한국사람들 대단하네예!”  “자랑스럽네!”

다음날 일요일,  골프장.   화씨 75도(섭씨 23.9도)에서 80도 9(섭씨 26.7도)의  따뜻한 날씨에  초록색 잔디를 보며  “야아, 우째 잔디 색깔이 이리 좋노.” “서울은 지금  추버서 코트입고 다니구만.”

“한국 골프장은 호수가 다 얼었나 아입니꺼.  호수에다 디리 때려서  얼음에 튕겨  올린다카이.”
이들은 반바지에 티셔츠만 입고 골프채를 들고,  멋진 산들이 배경으로 어우러져 있는 사진을 핸드폰으로 찍었다.  “한국에  보내면 놀랠끼라…”

이들 서울손님들과  비치가의 횟집으로 갔다.  커다란 게 한마리가  40달러.  식당 주인은 철이 아니라서  비싸다고 한다.  스팀으로 찌어져 나온 게의 크기를 보고 놀래고, 값에 놀래고, “한국에는 이런 큰 게도 없지마이, 마, 딱 값이 한국보다 절반이네” .  광어 활어회가 그자리에서 나오고,  멍게 해삼이  초고추장과 함께  식탁에 오르자 또 감탄.  “예가 한국이고  뭐고? 종잡을수 가 없네”. 식당 유리창 밖의 해변으로 반라의 수영객들이  바닷물과  모래사장에서 뛰노는 것을 보고 또 감탄.  

이들 손님들에  며칠  앞서 서울에서 대학생들이 손님으로 왔다.
우리 세대와 달리 한국과  한민족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하고,  부족함이 없이 자라고,  공부도 많이 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약간씩은 반미성향이 있는 이들 젊은이들도  로스엔젤레스 코리아타운에서 또 여러번 놀랐다.  그랜드캐년을 방문하고 자동차로  끝도 없는 길을 달려보고,

조금 질린듯한 표정으로 돌아와서,  이곳 선배 이민자들의  억척같은 생존 스토리를 듣고…”미국은  서로 다른 사람들을 인정해요.  모든 경우에서 흑과  백, 두가지로 나누는 한국과는 다른 것 같아요.”

 “LA 하늘이 너무 푸르고 커요”라고 말했던 한 여학생이  한국으로 돌아간 후 글을 보내왔다.
“어딜 가나 머리위를 가득 덮은 하늘, 무심한 듯한 거리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움,  영화에서만 보던 노란 스쿨버스,  페니있냐는 계산원의 물음에 (페..페니..?)라며  당황하기도 하고, 신호등 아래서 리듬타는 흑인오빠의 압도!  그리고 어느 여행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선배님들의 인생이야기… 세상은 참 넓고 넓고 넓음을 크게 깨달았습니다…”

과장없이 말해서 로스엔젤레스는 미국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곳이며,  세계에서  가장 기후가 좋고,  이민자  한국인들이  가장  살기 좋은 곳이다.  다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 고마움을  잊고  지내며 ,  로스엔젤레스 한인들은 이국땅에   스스로 이루어 놓은 업적을  모르고 지낼 뿐이다. 

특히 지난   4-5년간  남가주의   한인사회는  엄청난 질적, 양적 성장을 기록하면서  미국 대도시 이민사회 개발 성장의  롤 모델로 떠올랐다.   한국에서 오는 손님들한테 하는 말이 있다.  “그 좁은 땅에서 복닥거리고 싸움질하지 말고 나오시라,  혹은 많이 내보내시라.  한민족의 영토확장을 위해.”
LA통신  2015년 2월21일  김인종



김인종 밴쿠버조선일보 LA통신원
칼럼니스트:김인종| Email:vine777@gmail.com
  • 라디오 서울, KTAN 보도국장 역임
  • 한국일보 LA미주본사
  • 서울대 농생대 농업교육과 대학원 졸업
  • 서울대 농생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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