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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영웅' 과 '국제시장'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5-01-22 17:14

한국에서 '종북 콘서트'라는 비난을 받으며 북한 방문기 전국 순회토크쇼를 하다가 법무부에 의해 한국에서 쫓겨난 신은미씨. LA에 도착해서도 소동은 계속되고 있다.

신씨의 공항도착 현장에 진보단체들이 '민족의 영웅 신은미선생 환영' '평화를 항한 신은미선생의 노고에 감사'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신선생'을 환영하는 한편, 보수단체들은 '북한이 좋으면 북한 가서 살아라' '북한실상 끝장 토론하자'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비난하면서 몸싸움을 벌였었다.

“빨갱이 ## 들아!” “비켜, 이 꼴통들아!” LA국제 공항은 수십명이 엉겨붙는 아수라장이 되면서 경찰이 출동해 몸싸움을 벌이던 양측 사람들을 1명씩 체포했다. 삼성스마트폰, 초고화질 TV와 싸이의 강남 스타일로 이름을 날리는 한국의 이미지는 LA국제공항 세계인들 앞에서 '민족상쟁'의 처절한(?) 모습으로 밑바닥을 친다.

남북대결의 양보없는 이념대결은 머나먼 이국땅까지 와서 굳건히 뿌리를 내렸다. LA국제공항 소동은 영화 '국제시장'의 여주인공과 옆가게 주인이 시장대로에서 머리털을 끄잡아 댕기며 싸우는 장면을 그대로 재현하는 느낌이다.

공항입국장에서부터 치고받고 욕질하며 엉켜 몰려나가는 수십명 한인무리들을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며 경비를 나온 경찰과 공항이용객들은 서로 어깨를 으쓱하며 킥킥 웃는다.

국제공항의 소동의 한 와중에 섰던 한 한인은 누가 물으면 '일본인'이라고 답하자며 조국의 이름을 부끄러워 했다.

신은미씨 공항입국 소동을 기사화한 기자들에게도 불쑥 전화가 와서는 다짜고짜 욕으로 시작하며 '그## 전화번호를 대라'고 한다. 양측의 시각을 다 실어준 기자에게 어떤이는 '종북좌빨' 이라하고 또 어떤 이는 '보수 꼴통'기자라며 일방적으로 욕을 하고는 전화를 끊는다.

공항에서 '신선생'으로 환영받은 신씨의 남편은 정선생이라 불리운다. 정선생 SAT 학원의 원장이다. 이 학원을 추방하자는 운동도 로스엔젤레스에서 시작이 됐다. 신은미씨가 한국에서 종북콘서트를 벌이면서 수사대상에 오르자 정선생 SAT 학원은 잠시 문을 닫은 상태이지만 신씨의 LA도착과 함께 다시 문을 열 것으로 보고 보수단체들은 학원앞에서 퇴출운동도 준비하고 있다.

종북단체도 이에 맞서면서 공항에서의 소동이 '정선생 SAT 학원'으로 옮겨질 전망이다. 북미주 종북세력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노길남씨는 북한을 60차례 이상 방문하고 김일성 상도 받았다. 그의 인터넷 사이트 '민족통신'에서 신은미씨를 '아름다운 애국자와 영웅'이라고 칭찬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내 종북세력들의 결집을 촉구하고 있다.

남가주의 대다수 일반한인들 특히 2세, 3세 한인들은 한국에서의 이념논쟁이 이곳 한인사회로까지 옮겨져 주류사회에 어글리 코리언으로 비쳐지는 것에 염증을 낸다. 우리가 사는 땅, 미국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한인과 소수민족에게 유리한 미국의 정책들에 힘을 쏟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로스엔젤레스의 미국영화관에서 연일 매진사례 기록을 내고 있는 영화 '국제시장'을 놓고도 또 종북, 보수 논란이다. '국제시장'을 보고 감동하는 부류는 '진보좌파' 들에 의해서 '보수 골통, 친박계열'로 분류된다. 한 좌파쪽 신문은 '국제시장'의 윤제균감독을 인터뷰하면서 어떻게든 그를 박근혜대통령과 연결시키고, 정치적인 영화라는 것을 부각시키려 했지만 별 소득을 못 올린것을 기사로 보았다.

'국제시장'을 이념간의 대결구도로 끌어가려던 시도들이 잘 먹히지 않자 최근에는 세대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영화로 폄하하는 글들도 쏟아진다. “할아버지, 아버지만 가난했고, 고생했나.

우리도 몇년간 취직이 안되고, 사회적 경제적 주변인으로서 고생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들, 할아버지, 아버지의 고생으로 한국이 그나마 기반을 잡았다는 아전인수식 공치사는 그만하라고 이들은 들이댄다.

이같이 상하좌우로 나뉘어지는 시각들에 대해 윤제균감독은 말한다. “이념논리, 흑백논리에서 벗어나고, 나는 옳고 당신은 틀렸다는 생각을 버리고, 나와 당신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여유를 갖자”. 신은미씨가 북한을 그렇게 보고 왔으면 그 관점을 받아주고, '국제시장'에서 감동을 먹고 펑펑 우는 세대들을 또 그렇게 받아주면 세상은 조금 편안해질 것이다.

미국 시민권자 한인으로서 신은미씨 북한방문기와 '국제시장' 영화에서 전혀 언급이 안된 사실을 주장해야 할 것이 있다. 중공군에 의해 함락되어지는 흥남을 지키면서 10만 피난민들의 탈출로를 지키고 흥남철수작전을 가능케 하기 위해 미해병 1사단 1만 2천명 장병들중 4천명이상이 17일간의 치열한 장진호 전투에서 죽어갔다는 사실이다.

LA통신 2015년 1월24일 김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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