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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운 청춘을 나라에 바친다면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4-11-14 17:24

꽃다운 청춘을 나라에 바쳐, 이슬처럼 사라진들 한이 있으랴…’

한국 육군에 복무할 때 구보를 하면서 부르던 군가이다. 곡조가 힘이 있고 절도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슬픈 가락도 숨어 있다.

1950년 한국전쟁에 위생병으로 참전했던 헨더슨 매닝. 20, 그야말로 꽃다운 나이. 머나먼 나라에 가서 노래 가사처럼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싸웠다. 그리고 64년만에 성조기에 싸여 유해로 돌아왔다.

헨더슨 매닝은 로스엔젤레스에서 9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9살에 육군에 입대하고 이듬해 한국 625 전쟁이 터지면서 제9보병연대 위생병으로 파병이 됐다. 6개월만인 그해 12월 매닝은 북한군에 잡혀 포로가 되고 19515월 북한 포로수용소에서 숨진다. 부상,영양실조, 추위 등으로 고통가운데 생을 마감했다. 20. 그의 생사는 알려지지 않은채 실종자 명단에 올랐다.

2006년 북한은 미군유해를 미국에 넘겼다. 몇년에 걸친 유전자 감식결과, 2013년 여름, 이 유해는 헨더슨 매닝으로 밝혀졌다. 지난 주 국군의 날, 베테란스 데이에 매닝의 유해는 로스엔젤레스 가족들에게 전달됐다. 아들을 기다리다 하늘나라로 간 어머니의 묘지 옆에 묻혔다. LA 한국 총영사관은 한국 정부가 수여하는 ‘평화의 사도 메달’을 헌정했다. 유해 안장식에 참여한 영사관측은 “우리 모두는 매닝병장의 희생과 용맹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동생 캐리는 “오빠가 실종됐다는 소식후에 어머니의 머리는 빠르게 백발로 변해갔다. 용맹한 우리 오빠는 자신의 인생을 완성하지 못하고 너무 어린 나이에 전쟁에서 돌아가셨다”며 슬퍼했다.

김근영, 김민희, 김신우, 김인철, 김장호, 김정진, 루이스 김, 제임스 서, 신현길, 산 심, 샘 이, 이성준, 이진수, 대니얼 임, 로저 이, 사무엘 이, 이범록, 문재식, 박대한, 브래드 상진 셔더, 데니얼 그래샴, 최규혁, 최민수….이라크전쟁, 아프칸 전쟁에서 산화한 한인미군들의 명단이다. 이라크전에서 15, 아프간에서 9명의 한인미군이 숨졌다. 이들도 머나먼 나라 로 날라가서 이름도 성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싸우다가 ‘이슬처럼’ 스러졌다. 20044월 이라크에서 적탄과 교전중 사망한 한인 입양아 출신 브래드 상진, 20056월 사망한 특수부대 네이비 실의 제임스 서, 아프간에서 적의 공격 속에서 동료들을 구하고 대신 사망한 대니얼 임 공수특전단, 풀러튼 칼리지 재학중 입대해 이라크에서 순찰도중 매설 폭탄에 사망한 김장호 상병, LA 동쪽 웨스트 코비나에 살다가 입대후 이라크에 파병돼 적과의 교전중 사망한 루이스 김 상병, 이라크에서 전사한 해병대 이범록 상병, ... 이들 전사자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이 잘생긴 꽃다운 젊은이들이 금방이라도 환하게 웃고 나올 것 같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라크전쟁 미군사망자는 총 4,412, 아프간 전쟁 사망자수는 총 2,346명이다.

편안한 미국 일상생활이 이들의 희생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필자의 아들의 동기는 웨스트 포인트를 졸업하고 장교로 근무하고 있다. 아들이 위험한 특공대, 수색대 보직을 자처하고 나설 때 부모들은 애를 태우며 기도를 부탁학다. 가끔 나가는 중창단의 새 멤버의 아들도 웨스트 포인트를 졸업하고 장교로 복무하고 있다. 이들 부모들은 정기적으로 만나 정보를 교환하고 자식들의 안위를 위해 기도한다. 이라크, 아프간전쟁이 끝나 한숨을 돌리려 할 때 ISIS (이슬람국가)와의 새로운 전쟁이 시작돼 부모들은 또 걱정이다. 자식들이 언제 전장의 최전방으로 나설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다른 지인은 육군에서 22년을 근무했다. 모병관으로도 오래 근무하면서 한인청년들을 미군에 입대시키는 일을 많이 했다. 제대후에는 세관에 채용이 됐다. 제대군인 1순위선발 정책에 따라 좋은 공무원 자리에 취업이 된 것이다. 제대연금도 받으면서 안정되고 좋은 베니핏의 공무원 일을 하고 있다. 가끔 그의 가족들은 군용기를 타고 여행도 한다. 군용기 자리가 날 때 무료로 태워준다. 숙박도 군부대 시설이나 군인이용 업소를 이용하면서 여러 혜택을 누린다. 미국에서 제대군인에게 주는 혜택은 부러울 정도이다. 그래서 그의 아들도 최근 공군에 입대했다. 취직을 못하고 집에서 빈둥거리는 아들을 간신히 설득해서 공군에 입대시켰는데 지난달 훈련을 끝내고 첫 휴가를 나온 아들과 온가족이 모였다. 아들은 의젓하고 책임감 있는 남자로 변했다며 사진을 보여 주며 기뻐한다. 미국에서 이민자들에게 확실하고 안정된 선택이 있다면 공무원이 되는 것이다. 젊은이들에게는 군인이 되는 것이 또한 미국 주류사회로 신속히 편입되는 지름길이다.

한가지 망설임은 ‘전쟁이 나면…’.

그러나 ‘꽃다운 청춘을 나라에 바친다면’ 미국만큼 그의 미래를 보장해 주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LA 통신 20141115일 김인종



김인종 밴쿠버조선일보 LA통신원
칼럼니스트:김인종| Email:vine777@gmail.com
  • 라디오 서울, KTAN 보도국장 역임
  • 한국일보 LA미주본사
  • 서울대 농생대 농업교육과 대학원 졸업
  • 서울대 농생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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