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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여성 정치인들의 탄생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4-11-05 17:13

몇 년 전 동네에 있는 교회에 갔을 때 주차장에서 빨간 몽둥이(?)를 들고 주차 봉사를 하고 있는 지인을 만났다.  비슷한 또래의  찰스.   10여년전 세리토스 시의원에 나온다고 몇번을 힘을 쓰고 다녔는데 번번이 떨어졌었다. 

세리토스시는 학군좋은 LA 카운티의  교외도시로서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그의 시의원 당선 확률이 높았었다.   당시 이 지역의 투표율이  10% 안팎이었으니 거주 한인들의   몰표만 받으면 당선은 보장된 것이었다.  그러나  찰스는 두번이나 아슬아슬하게 낙방했다.  찰스는 LA 시의원 보좌관으로서  시작해  정치인이 되고자 했지만 뜻을 못이루었다.   오랜만에 교회 주차장에서  본 그는 머리털이 희끗희끗해진  장년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가  지난 목요일 신문  1면 사진에 나왔다.   캘리포니아 주하원의원에 당선된  한인여성 영 김의 뒤에  활짝 웃으며 서 있었다.   그의 부인이 당선된 것이다.  찰스의 부인 영 김은  LA 남쪽  오렌지 카운티 지역을 포함하는 가주 65지구  주하원의원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현역 여성의원을 물리치고 당선됐다.    

영 김은 에드 로이스 연방하원의원  사무실에서 보좌관 역할 등을 하다가 ,  한인 밀집지역인 풀러턴을 주요 지역구로 하는  65지구에서  숙원을 이룬 것이다.    눈에  띄는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  영어구사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남편과 함께 수십년  한 우물을 파더니   주의회에 입성하게 됐다.  물론  한인들의 몰표가  큰 힘이 됐다.

연방제인 미국에서 캘리포니아를 국가로 간주한다면,   주하원의원은 캘리포니아의  국회의원인 셈이다.  과거 연방하원의원에  당선돼 연임을 누렸던 전국구 김창준의원(공화)보다는  위세가 떨어지겠지만 ,  그래도 이민 1.5세로서, 여성으로서   주하원의원에 올랐다는 것은 한인 이민역사의  또하나의  장정이다.

주보다는  범위가 좁은 카운티에서도 한인여성이 일을 냈다.  카운티를 굳이 한국식 구역으로 비교한다면   경기도, 강원도 식의  ‘도’로  분류할  수 있겠다.  이 카운티의  입법, 행정을 총괄하는 수퍼바이저에  한인여성  미셀 박 스틸이 당선됐다.   그녀도 영 김과  마찬가지로  오렌지카운티  에서 출마해  당선의  기염을 토했다.  대체로  5-6명으로 이루어지는 수퍼바이저 위원회는 한국식으로 도지사와  도의원의  역할을 겸임한다고 보면 된다.   미셀 박 스틸의 남편은  백인계로서  숀 스틸이라는 변호사인데  20여년전만 해도 한인타운에서  교통사고 전문으로 일하고 있었다.   남편이  부지런히  정치헌금도 하고  정치인들을  만나며  부인을 키워내더니  미셀 박 스틸은   조세형평위원에서  결국  카운티 수퍼바이저로  등극을 한 것이다( 이 남편도 부인 뒤에 서서 활짝 웃고 있었다).

이들 두 한인여성은 모두 공화당 후보였고,  오렌지 카운티가  전통적인  보수성향 지역이라는점, 그리고 이번 선거에  공화당 약진 바람이  불었다는 것이  승리의 모멘텀이 됐다.

역시 오렌지카운티  한인 밀집지역  어바인시에서는 최석호시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오렌지카운티 라팔마시의  스티브 황보시의원  재선,   오렌지 카운티 사이프레스 교육구에 샌드라  이씨가 교육위원에 당선됐다.   샌프란시스코 에서  차세대  정치인으로  주목받는   제인 김 시의원도  역시 압도적 지지로  재선에 성공했다.

메릴랜드주에서는 두 명의  한인  주하원의원이 탄생했다.  데이빗 문,  마크 장 후보가 동반 당선되며  동부에서의  한인정치기반의 확장을 끌어냈다.  맥도널드 햄버거와  한인노인들 사이의 불화를  중재했던  뉴욕주의  론 김 주하원의원도 재선에 성공했다.  조지아 주의 박병진  주하원의원,  워싱턴 주의 신디 류 주하원의원,  하와이주의  실비아 장 룩, 샤론 하 주하원의원들이 모두 재선에 성공했다.     이로써 미국전역에서 주하원의원   8명, 수퍼바이저  1명,  시장  1명, 시의원  6명,  교육위원  1명등  17명의  한인 당선자들이 나왔다.

위안부 이슈로 일본 정부 공격에 앞장섰던 일본계 마이크  혼다 연방하원의원(민주)도   8선에 성공했다.  역시 친한파의원인 에드 로이스 연방하원의원(공화) 도  당선됐다.

이번 선거는  한인후보들이 굵직한 타이틀에서 승리를 따냈고,  친한파 연방의원들의  연임이라는 해피 엔딩이었다(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참패였지만).   역설적으로  이들 한인 당선자들에게서 한인사회는   반대급부를  주장하지 말아야 한다.   당선 정치인이 특정 민족의 이익을 우선 구한다는 것은  이해 상충(conflict of interest)  으로서  정치인의  수명을 줄인다.  이들 한인 당선자들이  미국정가에서  공정하고,  깨끗한  인물들로 평가받으며  한인정치인이라기 보다는  ‘미국정치인’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김인종 밴쿠버조선일보 LA통신원
칼럼니스트:김인종| Email:vine777@gmail.com
  • 라디오 서울, KTAN 보도국장 역임
  • 한국일보 LA미주본사
  • 서울대 농생대 농업교육과 대학원 졸업
  • 서울대 농생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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