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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빚쟁이들 구제합니다”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4-10-02 17:33

빚쟁이란  원래 돈을 빌려준  채권자  '갑'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돈을 빌려 쓰는  채무자 '을'도  빚쟁이라고   불리면서 , 빚쟁이는 채권자, 채무자  모두를 지칭하는 말로 국어사전에 명기 됐다.  문맥 안에서 그 뜻을 알아차리면 된다.  

 이번주  우연히 본 한국 아침방송에서  상속을 할 때 세금을  절약하는 방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토크쇼가 있었다.   놀란 것은 신통한 절세 방법이 아니라  한국에서는 빚도 상속이 된다는 사실.

아버지가 빚을 못갚고 죽으면  아내, 자식등 그 가족들이 빚을 떠안는단다.  친가족들이 없을 경우에는 빚이 사촌까지 쫓아간다며,   주변  친인척의 장례식에 가서는 꼭 고인의 빚 여부를 확인해 보란다.   그런 나라에 살았었나?

과거 가족중에 공산당이 있으면 온가족이 공산당으로 몰리는 연좌제법에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고통을 당했었다.   '빚 상속'도 그런 맥락의 법이겠다.  최근 인기드라마였던   '정도전'에서도  수시로 나오는 삼족을 멸하는  반대파 숙청의  야만적인  법정신이  21세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에서는  아버지가  못갚은  빚을  아들이  갚으라는  법은 없다.  

한국의  IMF 시절의  와중에서   2001년 6000만원을 회사자금으로  빌려쓰고  연쇄도산의  폭풍 속에   미국으로  도피해  온 지인  Q씨가   있다.  처음에는  Q씨가 도피자 인줄은 몰랐다.  그가  지난주  저녁식사를  같이 하면서  한국으로  돌아간다며  눈물을 지었다.   14년 동안 빚쟁이로서 불안정한 신분으로 떠돌면서 살아왔는데 이제 한국에 돌아갈수 있게 됐단다.  '사면' '재기신청'이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IMF 기소중지 재외국민 특별 자수' 프로그램을  통해서 '광명'을 찾았다.   한국 외교부가  법무부와 함께  2013년 8월1일 부터 2013년 12월 31일 까기 특별자수기간을  운용했다.  IMF 시절이던 한국에서 1997년1월1일부터 2001년 12월 31일 사이에 부정수표 단속법위반, 근로기준법 위반, 사기죄, 횡령죄, 업무상 배임죄로 입건돼  (도주한)  재외국민들에게 합의와 간이방식의 조사를 통해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를 실시하는 것이다.   Q씨는 로스엔젤레스 한국 총영사관에 '특별자수'를 했다.   미국에서 불법체류자가 되고 여권도 만료가 된 Q씨에 대해 한국검찰이 이메일, 전화등으로 수사를 하고  고의적인 아닌 사업실패,  채권자 고소인에 대한 일부 채무 변제 노력등을 인정해  사건을 종결키로  한 것이다.  Q씨는 무혐의가 됐고 이제 그리던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지난해  5개월간 실시된 IMF 기소중지자 특별자수기간을 통해  접수된  재기신청은 의외로 많다. 24개국으로부터 총 424명이 924건에 대해 재기신청을 했다.  이중 185명의 274건에 대해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졌다.   재기신청은  미국에서 284명으로 압도적이고 ,  브라질에서  19명,  호주에서 14명, 아르헨티나에서  11명이 했다.

한국검찰은  사건당시 피의자가 속일 의도가 있었는지에 따라 사기죄, 단순 채무 불이행으로 구분되지만  IMF 시절의 특수상황을 고려하고  채권자와 어떤 합의에 이를 수 있는지를 파악해 미국등 현지에서  바로 기소중지 여부를 판단한다고 밝혔다.

LA한국 총영사관은 지난해 의외로 신청자가 많음에 따라  이번 10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 두달간 추가로 특별자수기간을 다시 운용키로 했다.  전화문의가  몰리면서 인턴으로 근무중인 두 명의 사법연수원생도 투입했다.  그리고  명칭도  '기소중지 재외국민 특별자수기간'으로 정하면서  IMF 사범 뿐만 아니라  이기간중의  일반 경제사범도 자수대상에 포함시켰다.  전세계 170여개 재외공관도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재기신청은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진행되고   현지에서  가능하면  종국을 판정한다.   한국소환조사를 위해  자진입국할 경우에는 불구속  수사의 편의를 제공한다.

성경의   이스라엘  제사장 통치시절   미고의적  살인등 범죄자들이 피신할 수 있는 도피성 제도,   희년이라 하여 모든 빚에서 탕감되는  연도를 정해  운용한 것이 나온다.  미국의  파산제도는 이같은 성경적 부채, 죄 탕감의  정신을 계승했다 한다.  부모의  빚이 자식에게 상속되는  전근대적인  한국법 사회에서  경제사범,   기소중지자에   대한 탕감  프로그램이  실시되는 것은 뜻밖이고  전향적이다. 

특히  한국인들이  경멸하고 지탄하는  해외도주 사범에 대해  보인  너그러움에   Q 씨는 식사도중 계속 고마움을 말했다.



김인종 밴쿠버조선일보 LA통신원
칼럼니스트:김인종| Email:vine777@gmail.com
  • 라디오 서울, KTAN 보도국장 역임
  • 한국일보 LA미주본사
  • 서울대 농생대 농업교육과 대학원 졸업
  • 서울대 농생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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