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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축, 비행기 추락…'막말의 전성시대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4-09-26 09:23

한 동료 언론인의 경험담.

친구네 집에 가서 거실에 앉아 있는데 옆방에서 들려오는 이집 딸의 통화내용.  내용은 잘 안 들리고 '졸라', '졸라게' 라는 단어가 영어단어 사이사이에 끼어 쉴새 없이 튀어나온다.  아니 내가 이 집 딸 알기로는 공부 잘하고, 교회 잘 다니는 얌전한 아이로 아는데  한국의 쌍욕 '#나게'의  연음법칙 발음  '졸라게'를  입에 달고 있다니.

LA의 또 다른 집.  한국에서 LA에  온 조기유학  중학생의 어머니는 가끔 이 여중생 딸의 카톡을 보고 한숨이다.  한국에 있는 또래 친구들과  오가는 카톡메시지의 반은 욕으로 가득찼다.  '#발' '#같이'  '졸라게'…

그렇다고 이 아이들이 막 나가는 불량청소년이거나  깡패들도 아니다.  그냥 평범한 학생들.

미국에서 자란 순진한(?)  2세 아이들은 한국에서 온 또래 학생들과 어울리거나 한국영화, 드라마들을 보면서 그리고  노래들을 들으면서 말을 배운다.  '졸라게' 라는 말이 욕이라는 것도 잘 모른다.  그저 또래 애들이 쓰는 말투를 흉내내면서 단어 사이사이에  접두사, 접미사처럼 욕을 붙이는 것이다.

미주 한인사회에 직수입되는 한국 막말문화는 한국의 정치 사회 문화 각계에서 가히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대통령에게 하는 말을 보자.   세월호 유족으로 46일간 단식했다는(정말?) 김영오씨는 청와대 가는 길에  경찰에 제지 당하자,  “#발, 이런 개 같은 놈들이 충성하니까 저 안에 있는 #도 똑같은 거 아냐.  아주 ##년이지”.  “7시간이 아니라 하루종일 또 어디서 싸돌아 다니나 보다. 아유 ## “….이 김영오씨에게  어떤 이가  “그냥 단식하다가 죽어라”라고 한 막말도 유명하다.  

야당 대변인은  박대통령을 '귀태'라는 어려운 한자로 욕했는데 풀이하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을 뜻한다.  또 다른 야당의원은 독신녀인 박대통령을 조롱하듯 “어머니의 마음은 직접 자식을 키워봐야만 알 수 있다”고.   설 모의원은 박대통령의 세월호 사건 대처 관련  7시간 행방 묘연설을 빗대어 “연애도 안하고 청와대 경내에 있으면서 대처를 못했으니 연애보다 더 심각하다”고  '연애설'을  다시 꼬았다.  “박근혜가 재난 대비를 위한 보험을 활성화하잡니다. 이거 완전 미친거 아닙니까”  9월초 세월호 집회에서 23살 여대생이 한 말이다.  그녀는 계속해서 김영오씨의 단식을 비판한 사람들을  “이런 놈들 입에 들어가는 쌀이 아깝다”고 했다.

이번 주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연설차 뉴욕에 오면서 이 막말들이  미국땅으로 옮겨왔다.  시위한인들이 세월호 침몰당일 박대통령의 행적에 관한 저속한 성적내용을 담은 피켓들을 들고  스토커 시위(행선지마다 쫓아다니며 하는 시위) 에 나섰다. 

피켓 내용을 보자.  '누가 세월호를 침몰시켰는가? 청와대가 지시하고 국정원이 각본 짠걸 빨끈해(박근혜)만 모른다고?',   '빠##, 빡꾼애야 ,  ### 와 7시간 치정 정치 낱낱이 밝혀라'
'경축, 비행기 추락. 바뀐 애 즉사' '살인마' '죽은 아이 살려내고 너도 당장 죽어라'
시위소식과 피켓내용을 접한  '보통' 미주한인들은 깜짝 놀랐다.  아니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있었나.  누구지?

LA에서도몇사람이 등장했다.   지난 주말 있었던 한인축제 행사의 하이라이트.  올림픽가  한국의 날 퍼레이드에서  이날의 그랜드 마샬로 꽃차를 탑승한  한국 새누리당의 나경원의원을  쫓아다니며  스토커 피킷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피켓의 내용은 '수사권 기소권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하라' '박근혜 퇴진'.   나경원의원이 웃으며 “날씨도 더운데 이제 그만 쉬세요. 제가  잘 전달하겠습니다”라고 시위대에게 권하기도 했다.

박근혜대통령의 뉴욕 방문시기에 맞추어  지난 24일 뉴욕타임즈에 실린 전면광고.  박 대통령사진이 큼직하게 등장한 이 광고가  박대통령 환영인줄 알고 읽어 내려가다가는 당황한다.  광고 제목은 '남한에서의 진실과 정의의 몰락(The Collapse of Truth and Justice)' -  세월호 침몰 당일의  박대통령의 행적, 국정원의 대통령선거 개입과 댓글사건,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박정권에 문제와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이다. 

이같은 광고의 모금은 '미시USA' 웹사이트등을 통해 이루어졌고,  시위계획, 보도 등은 '미시 USA'와 '민족통신''정의와 상식을 추구하는 시민 네트워크'등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너 어디 가…몇분도 못기다려?...소속이 어디야…명함줘 봐…너 내가 누군지 알어?” 요새 한창 유행하는 말이다.  세월호 유가족 집행부와 함께 술자리를 했다는 김현의원께서 대리기사에게 했다는 말이다.  사진을 보니 그저 평범한 ‘아줌마’인데 국회의원  ‘완장’을 차고나니 제정신을 놓친 것같다. 

미국에 오래 살아서 이제 한국정서를 잊은 것인지, 아니면 모국의 한국인들이 다른 방향으로 진화(?)해 가는 것인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이곳 한인들이 많다.  '너도나도 막말과 쌍욕'이 미주 한인사회로 이민오지 않기를 바라고들 있다. 


김인종 밴쿠버조선일보 LA통신원
칼럼니스트:김인종| Email:vine777@gmail.com
  • 라디오 서울, KTAN 보도국장 역임
  • 한국일보 LA미주본사
  • 서울대 농생대 농업교육과 대학원 졸업
  • 서울대 농생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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