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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원하는 정원은…

앤디 리 andy@andyslandscape.ca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4-09-19 17:31

조경 디자이너로서 고객과의 첫 만남에선 언제나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취향을 가진 사람들로 넘치고 각각의 사람들은 각각의 다양한 사정들을 가지고 있다. 왜 정원을 꾸며야 하는지, 어떤 정원을 바라는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들은 무엇인지 왜 그래야 하는지 등의 수많은 다양한 사정들이 있게 마련이다.

어떤 사람들은 참 둥글둥글하고 두리뭉실한 자연적인 느낌이 강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한편 어떤 사람들은 각이 딱딱 떨어지고 선이 시원하고 바르게 뻗은 반듯한 디자인을 선호한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잡다한 요소들이 많아 오목조목 디테일이 살아 있는 정원을 좋아하는가 하면, 큰 선과 면이 시원하게 살아 있는 모던하고 심플한 형태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디자인의 방향과 아이디어는 셀 수도 없이 많고 다양하다.

고객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디자인에 접근하는 것은 백화점의 모든 옷들을 순서대로 하나씩 고객에게 입혀 보여주는 것과 같다. 백화점의 점원이 그러하듯 고객이 원하는 바를 찾아 묻고, 짐작하여 유추한 뒤, 선별한 옷들을 선보이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듯 디자인을 찾는 고객에게도 디자이너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잘된 디자인이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을 말하겠지만 각각의 상황과 여건에 맞는 맞춤형 디자인은 그 보다 한 수 위의 디자인이다. 건설업자들의 디자인은 불특정 다수를 위한 디자인이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일반적이고 실제 주인들이 자신에 맞는 정원으로 바꿀 수 있도록 변화가 가능한 선 안에서 가장 기본적으로만 조성해 놓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집을 구매한 사람들은 그 기본적인 바탕 위에서 자신만의 정원을 서서히 표현해 내기 시작한다. 이 때. 필요한 것이 고객 맞춤형 디자인이다.

실제로, 팔기 위한 디자인일 경우에는 다소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통상의 디자인을 선호하고, 내가 살 집을 위한 디자인일 경우에는 보다 개인적인 사정과 취향에 가까운 디자인을 선호한다.

지난 2년간 정원이 엉망이라 나와보기도 싫었다는 한 할머니가 있다. 얼마 전 나는 그할머니의 정원을 완성했다. 디자인 협의 과정에서부터 할머니는 얼굴에서 흥분과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이 원했던 정원이 만들어지자 요즘은 매일 같이 정원을 거니는 즐거움에 빠져있다.

갑작스레 찾아온 병마와 싸우면서 몸도 마음도 쇠약해져 병원을 찾는 날이 아니면 여간해선2층방에서 아래층으로 내려오지도 않았는데 맘에 꼭 드는 정원이 생기자 부축을 받아가면서도 내려와 정원에서 한참을 머물다 돌아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날이 할머니의 얼굴에서는 생기와 웃음이 늘기 시작했고 걸음에도 힘이 실려갔다.

할머니는 자기가 골랐던 꽃과 나무들 앞에서 유독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히, 한쪽 끝에 마련된 그녀만을 위한 작은 화단 앞에서는 유난히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신선한 바람이 그녀의 눈가 웃음을 스쳐 지난다.



Andy's Landscape 대표
www.andyslandscape.ca

앤디의 조경 이야기

칼럼니스트:앤디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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