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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맞은 한인 자바시장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4-09-12 10:16

미국 마약단속국은 2012년 멕시코에서 오던 100킬로그램의 코케인을 압수했다. 멕시코 마약카르텔 시날로아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2012년10월  멕시코에서 한 미국인을 납치하고 고문한 뒤  몸값을 요구했다. 

미국인 가족들과  14만 달러의  몸값을 받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이 돈을 받을 방법이 고민이었다. 미국에서 멕시코로 은행송금을 하면 당장 신원이 드러날 것이고,  가족들을 만나 현금으로 받는 것도 위험하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로스엔젤레스 다운타운의 패션 의류도매상가 자바시장을 이용키로 한 것이다.

시날로아는 인질가족에게 은밀한 메시지를 넣었다. 다운타운 자바시장의  QT 패션에게 14만달러 현금을 전달하라는 것이었다.  QT패션은 한인 박모씨가 자바시장에서 임산부용 의류를 제조 판매하는 업체이다.  인질가족에게서 돈을 전달받은 QT패션은 중국으로부터 물건을 수입해 멕시코로 수출하면서  14만달러를 멕시코 마약 카르텔 본거지에  있는 17개  업체에 분산 지급했다.  미국인 인질은 QT 패션이  14만달러를 수령한 날 석방됐다.  

로스엔젤레스 자바시장의 QT 패션에 대한 은밀한 수사를 진행하던 미국 마약수사국,  FBI, 국토안보부는 이번주 자바시장을 덮쳤다.  동원된 수사인원만 천여명.   75개 의류업체가 압수수색을 당했다.

연방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미국내 마약업자들로부터  마약판매 현금을 받아 멕시코에 있는 수십개 거래업체에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수색을 당한  75개 의류업체 가운데  20개 업체들이 한인업체들이다.  

연매출이 1억달러가 넘는 대형 의류업체들도 있다.  혐의가 없는 한인업체들이 대부분이지만 대낮에 홍두깨를 맞은 한인의류업체들의  놀라움과 충격은 컸다.

이날 급습에서  한인 두명을 포함한 9명이 체포되고 현금 7천만달러가 포함된 총 9천만달러가 압수됐다.  한 의류업체 대표의 콘도에서는 3천5백만달러의 현금이 발견됐고,  베벌리 힐의 한 맨션에서는  1천만달러 현금이 더블백에 담긴 채 발견됐다.

지난 1980년대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이  극성을 부릴 때는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가 마약자금의 돈세탁지였다.  이제는 멕시코 마약자금의 세탁지로서 로스엔젤레스가  떠올랐고 그중에서도 의류 도매업  자바시장이 중심지가 됐다.

경로는 이렇다.  마약카르텔의  요청을 받은  멕시코 페소(멕시코 화폐) 환전상은 로스엔젤스에서 물품을 구입하는 멕시코 수입상을 접촉한다.  이 수입상이 10만달러의 청바지를 구입하려 한다면 멕시코 환전상은 미국의 마약업자에게  10만달러를  로스엔젤레스 청바지 의류업체에   지급하라고 전한다. 

물품대금을 전액현금으로 받은 로스엔젤레스 청바지 의류업체는  10만달러어치의 청바지를 멕시코 수입상에게 발송해 보낸다.  청바지를 받은 멕시코 수입상은 페소로 멕시코 환전상에게 대금을 지불하고 환전상은  페소를 달러로 바꾸어 마약카르텔에게 전달한다.  

미국 수사요원이 위장을 하고 다운타운 자바시장으로 현금다발을 비닐 봉투에 싸들고 가서 의류구입을 진행했다. 거래 도중에 핏자국처럼 보이는 돈다발도 보여줬고, 이 돈이 마약자금이라는 힌트도 슬쩍슬쩍 흘렸다.  그러나  의류도매상들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현금을 받아들였다.

지난해 로스엔젤스와 멕시코의 항구를 오고 간 수상한 거래는 1,510건에 이른다.  미국에서 멕시코로  건너가는 마약판매대금은 해마다 190억달러에서 290억달러에 이른다.  그중의 많은 부분을 로스엔젤레스가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수사당국은 일부 의류업체들은 제조업보다는 환전중개상의 역할을 더 하는 것으로 파악이 됐다.

지난 수요일 천여명의 수사요원들이 자바시장을 덮치고 업체  직원들은 길에서 구경하는 가운데 수색이 진행되면서  업주들과 직원들은  자바시장이 큰 타격을 받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멕시코 업주들이라며 온 사람들이 패션이나 가격등은 전혀 보지도 않고 물건을 골라 조금 다른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다” “가격보다 웃돈을 주며 의류를 구입하고 전액 현찰로만 거래를 해서 당연히 단골손님으로 맞아들였다” “어느때 거액의 현금을 제시하며 돈세탁을 요구했다”

이날 불시에 수사를 당한 한인업주들의 분위기는 초상집이었다.  “거액 거래한사람들의 명단을 내놓으라는데 우리가 어떻게 마약자금인지 일반거래자금인지 구별할 수 있겠나?”

추가로  한인업체  5곳이 적발됐다는 소문도 흉흉하다.  수색받은 한인업체는 20여개에 이른다.
지난달 자바시장의 대표적인 한인의류업체  ‘러브컬쳐’가  파산을 하면서 한인의류업체들이  연쇄파장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연방수사국의 융단폭격수사는 자바시장을 또 옥죄고 있다.     
 



김인종 밴쿠버조선일보 LA통신원
칼럼니스트:김인종| Email:vine777@gmail.com
  • 라디오 서울, KTAN 보도국장 역임
  • 한국일보 LA미주본사
  • 서울대 농생대 농업교육과 대학원 졸업
  • 서울대 농생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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