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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와 경찰폭력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4-07-10 15:36

지난주   면식이 있는 후배에게서 카톡이 왔다.  “박모씨의 법적 이름을 알려주세요.  이사람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이 있어서요.”  아마 경찰에 신고를 하려는 모양인데 그 박모씨의 법적이름을 내가 알 턱이 없다.  이 박씨는  우리 사무실에 와서도 가끔 횡설수설, 횡포를 부린다.  동창회  골프대회에  등장해서는 기념품 한박스를 들고 사라졌다.

개스값이 슬금슬금  갤론당  4달러를 넘고, 이제는 아예  소비자 눈치 볼것도 없이 갤론당 5달러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개스값을 아끼려고 버스를 탈 때가 있다.   누군가가 버스 뒷좌석에서 계속 중얼거리며 소리지르는 경우를 자주 본다.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다.  승객들은 성가심 속에서도  속수무책으로  묵묵히 버스에 실려 간다.  

빈민들이 많이 타는 버스, 지하철,   그  가난한 계층의 작은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불편한 일들에 대해 주류사회라는 커뮤니티는 무심하다.  아니 전혀 그같은 상황을 모른다 -  가난한 사람들끼리만 서로 주고받아야 하는 고통과 불편함 .

말린 핀콕이라는 51살 흑인여성은 사우스 LA의 제퍼슨 하이스쿨을 졸업하고 북키핑을 공부했고,  두 자녀와 두 손자들을 두고 있다.  그녀가 사는 곳은 로스엔젤레스 다운타운과 코리아타운을 관통하는 10번 프리웨이 교각 밑이다.   이 다리 아래 길 옆으로  여러명의 홈리스들이  박스와 담요로 얼기설기 엮은 잠자리들이 있다.    홈리스텐트촌이라고 불리우는 이곳이  말린 핀콕의  집이다.  

지난 7월1일 말린 핀콕은 10번 프리웨이의 갓길을 어슬렁거리다가  출동한 가주고속순찰대원(CHP)에게 제지를 당했다.  CHP는 그녀를 쓰러뜨리고 깔고 앉아서는  마구 펀치를 날렸다.  지나가던 비번 경찰이 이 CHP를 도와 그녀에게 수갑을 채웠지만  이미 CHP 는 검은 가죽장갑을 낀 주먹으로  9차례나 그녀의 얼굴을 가격했다.   프리웨이 갓길에서 육중한 CHP에게 깔린 그녀는 핸드백으로 힘겨운 방어를 했지만 이 CHP의 적수가 안됐다.

프리웨이를 지나던 한 운전자가 이 과정을 셀폰에 찍어서 공개했고,  로스엔젤레스 시민들은 경악했다.  폭력을 행사하는 자는 백인경관,  당하는 자는 흑인여성이니 또 '로드니 킹 사건'의 재판이라며 흑인사회와 법조계가 동요하고 있다. 

현재 이 여성은 치료를 받으면서 정신질환 여부에 대해 검사를 받고 있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프리웨이를 어슬렁거리고 있었으니 제 정신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제 정신이 아니라고 해서 경찰에게 이같은 폭행을 당할 수는 없다는 것이 그녀의 변호인과 대다수 일반인들의 생각이다.

 켈리 토마스라는 잘 생긴 백인은 1974년생이다.  그는 '스키조프레니아 (schizophrenia)'라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 병의 환자들은  환청,  혼동된 사고, 무기력,  잘못된 믿음체계,  감정표현 상실등으로  사회적응을 못한다.  오렌지카운티 풀러튼에 좋은 가정과 부모를 가진 이 청년도 거리를 헤매는 홈리스가 됐다.   2011년 7월5일 켈리 토마스는 풀러튼의 한 주차장에서 두 명의 경찰들에게 맞아 죽는다. 

주차장에서 다른 사람의  차 핸들을 만지고 있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그는 경찰의 명령을 이해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 변호인의 주장이었다).  그는   경찰들에게 스턴 건과 주먹세례를 받고 얼굴뼈들이 부서지는 중상으로 사망했다. 

살인혐의로  기소됐던 이들 경찰들은 올해 1월 배심원 평결에 의해  모두 무죄로 풀려났다. 무죄 평결의 골자는 경찰들이 지침서에  따라 행동했고 고의적인 살인 의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주  7월5일 켈리 토마스 피살 3주년을 맞아 그가 사망한 풀러튼의 주차장에서는 그의 부모가 참석한 간단한 기념식이 열렸다.  공허한 외침 외에는  아무런 대책도 없었다.

2007년 12월31일  LA 남쪽 오렌지카운티의 부자동네  라하브라의 한  리커 스토어  주차장에서 25살의 한인 마이클 조가 쇠막대기를 들고 주차된 차량의 유리창을 두들기고 다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조씨에게  11발의 총격을 가해 숨지게 했다. 

당시 한인사회가  한인회를 중심으로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진상규명  캠페인을 벌였지만 오렌지카운티 검찰은 6개월간의 조사끝에 경찰의 대응이 정당했다고 판정했다.  마이클 조는 UCLA를 졸업했다.  사건당시 그의 정신상태가 어땠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10번  프리웨이에서  가주고속순찰대원이 홈리스 흑인여성을 구타한  이번 사건에 대해 흑인사회는 격한 분노를 표시하면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가주고속순찰대는 순찰대원의 신원을 덮어둔채  사건진상 파악에 노력하고 있다고만 밝히고 있다.  이 사건이 인종차별적인 폭력,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귀결될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오늘도  거리를 맴돌고 있는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 약자들, 정신질환자들은  경찰의 폭력에  속절없이 노출돼 있다.  가진  자들,  능력있는 자들은 이들의 위험한 처지에 관심이 없고,  가난한 대중들은 스스로 살아남기에 바쁠 뿐이다.
LA통신 2014년 7월12일 김인종


김인종 밴쿠버조선일보 LA통신원
칼럼니스트:김인종| Email:vine777@gmail.com
  • 라디오 서울, KTAN 보도국장 역임
  • 한국일보 LA미주본사
  • 서울대 농생대 농업교육과 대학원 졸업
  • 서울대 농생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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