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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보자…전부 사랑합니다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4-04-18 14:29

…살아서 보자…전부 사랑합니다

글쓰기가  부끄럽다.  이런 날은 그냥 백지로 끝내면 어떨까 싶었다.  
그 젊은이들이 채팅으로 보낸 하늘나라의 메시지로 빈 자리를 채워보자.
 
아빠 걱정하지마.  구명조끼 입고 애들 모두 뭉쳐있으니까. 배안이야. 아직 복도.
아빠 지금 걸어갈 수 없어 . 복도에 애들 다 있고 너무 기울어져 있어 못나가요.

(언니 오늘 수학여행 간다며 ?? 잘다녀와 . 기념품 잊지마 ㅋㅋ  - 몇시간 후 ) 언니가 말야… 오늘 기념품 못 사올 것 같다…미안해

배가 기울어졌어요…침몰하는거에 타고 있다고요…살려달라고요

누나 배가 이상해..(응? 먼소리여)…쿵소리 났어…누나 사랑해..그동안 못해줘서 미안해..
엄마한테도 전해줘…(무슨 소리야 그게?  전화 받아보ㅓ) … 나 아빠한테 간다…

형 지금 배타고 제주도 가고 있었는데 배가 뭔가에 부딪쳐서 배가 안 움직이고…
 구조대가 오고 있대… 그건 내가 실내에 있어 모르겠네..막 콘테이너가 떨어지고…방안 기울기가 45도야..데이터도 잘 안터져

엄마, 내가 말못할까봐 보내 놓는다.   사랑한다(이 학생은 구조됐다.  그러나 그어머니는 기쁨의 내색도 할 수가 없었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조끼 입으셨나요…
응!!! 입엇어 ….얘들아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잇어  조끼 입을수 잇음 입고….
네…
얘들아 …살아서 보자…
전부 사랑합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오전 9시16분  선체에 물이 차오르면서   오전 9시 28분 마지막 채팅이 끝났다.
눈물로 쓴 편지라는 노래가사가  있다.  그게 가능하다는 걸  이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우리 진짜 기운 것같아.  얘들아 진짜 내가 잘못한 거 있으면 다 용서해 줘. 사랑한다….

마지막 그들의 언어는 천상의 언어였다.  부끄럽게  살아있는 죄인들에게 보내는 용서와 사랑의 메시지다.

지난주 ,  대학에 합격한 남가주의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  50여명을 태우고 북가주의 대학 캠퍼스 투어를 가던 대형버스가  마주오던 차량과 충돌했다.   LA 학생등 10명이 사망하고 34명이 부상을 입는 참극이 빚어졌다.   마주오던  페드엑스 트럭이 중앙선을 넘어 돌진하며 학생들이 탄 버스를 덮친것이다.  버스와 트럭은 거대한 불길에 휩싸이며   학생들은 빠져나올 틈도 없이 변을 당했다.   대학진학의 꿈을 안고  학교방문을  나섰던 꽃다운 젊은이들이  스러져 갔다.    
경외로운 것은 죽음 앞에서 솟구치는 사랑의 힘이라는 것이다.   불길에 휩싸인 버스안에서 정신을 잃은 학생들을 소리쳐 깨우며 열리지 않는 비상구 대신 유리창을 발로 부수고 친구들을 구한 학생이 있다.   죽음의 순간에 맞부닥치면서 인간은  창조주가  준 본연의 모습으로 선다.  
“높은 데로 올라가셔야 합니다.”  세월호의 여승무원중 끝까지 배에 남아 승객들의 대피를  돕고 숨진  22살 여승무원 박지영씨.  살아남은 승객들의  눈물어린 증언 속에  박지영씨는 정말 “높은 데”로 올라갔다.
 왜  죄많은 자들은 오래 살게 내버려 두고,  젊고 순수한 젊은이들은 일 찍 데려 가셨을까.  오늘도 또 깨닫는다.  모든 선한 사람들의 죽음은 살아있는 우리 모든 죄인들을 대신한 것이다.  부활절이다.
LA통신 2014년 4월19일 김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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