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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4-04-10 18:00

봄이 되면 유독 리테이닝월(옹벽, Retaining wall) 공사문의가 잦다. 겨우내 줄곧 내린 비 때문에 이 집 저 집 담장이 무너져 내린 곳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특히나 경사진 곳에 위치한 동네에는 어느 집에나 나무 혹은 콘크리트, 돌 등으로 쌓아 올린 옹벽이 있고 이것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수리해야 할 수 밖에 없다.

옹벽을 다시 쌓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찾아간 곳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오래된 헌 옹벽이 아니었다. 톱 자국도 변색되어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시공한지 몇 달 되어 보이지 않은 새 옹벽이었다. 그러나 번듯한 겉보기와는 달리 옹벽은 이미 흙이 밀려 내려와 배불뚝이가 되어 있었다. 곧 터져버릴 것 같아 보였다.

사정을 들어보니 '그 정도는 내가 할 수 있겠다'는 용감한 지인이 계셨던 모양이다. 비용도 당연 크게 절약 했을 것이다. 랜스케이프 타이(Landscape tie)라는 압축방부목을 이용해 쌓아 올린 것이었는데 이음새도 깨끗하게 잘 마무리 되어있었고 나름의 가로 세로 문양을 넣어 보기 좋게 쌓여있었다. 그러나 나무와 나무의 연결은 약한 나사로만 서로 지탱하고 있었고 목재간 서로 맞물려 쌓는 방식도 사용하지 않았으며, 더구나 옹벽 내부에 설치하는 지지목도 없었다.

물론 옹벽 뒤의 배수층은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저 겉으로 보기에만 완벽해 보였을 뿐 나는 단번에 초보의 솜씨임이 눈치챌 수 있었다. 새로 쌓아 올린 지 불과 한 두 달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해체해야 하는 처지가 되어버렸으니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이 옹벽이 무너진 이유는 옹벽의 구조적인 이해가 부족해서다. 옹벽은 단순히 흙의 무게만을 고려해 설계해서는 안 된다. 물의 흐름을 돌려놓지 못하면 옹벽은 매우 위험해진다. 물을 흠뻑 머금은 흙은 하중이 몇 배 늘어나는 정도의 문제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시킨다. 물로 인해서 재료의 성질이 바뀌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자면 '흙벽돌'과 '진흙'의 차이다. 같은 흙이라는 성분이지만 재료의 성질은 어떤가. 흙이 물을 만나면 형태를 유지하는 성질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수평으로 이동하는 성질이 강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흘러 내리려고 한다.

한번 잘못 시공된 것을 다시 고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을 고치는 것보다 더 힘이 든다. 그리고 일이 어려워진다는 것은 비용이 높아진다는 말과 같다. 더구나 이미 써버린 저렴한(?) 공사비까지 생각한다면 그 손해는 만만한 것이 아니다.

경험은 실수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잘 안다. 물론 이런 사고를 친 후, 다음에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초보자는 가급적 큰 실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초보는 힘든 것이다. 더 찾아보고 더 알아봐야 한다. 그래도 실수는 생길 것이다. 실수가 생기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초보니까.


Andy's Landscape 대표
www.andyslandscape.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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