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소리와 레지오 에밀리아 프로그램

이재경 원장 kidsvillage@shaw.ca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2-07-10 11:08

아름다운 시 한편을 읽어주면서 시작한 종일 교육 프로그램을 다녀왔습니다.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라는 곳에서 시작된 유아 교육 운동에 관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 시가 이 교육 이론을 가장 잘 표현한다는데 그 시를 듣고 있는 동안 가슴이 멍멍해지면서 눈시울이 잠시 뜨뜻해져 왔습니다.

뭇소리니 말기의 파시즘이 만연한 이탈리아에 유아교육이라는 게 있을 수 없었습니다. 전쟁과 독재에 피폐된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도시 레지오 에밀리아에서 부모님들이 직접 나서서 벽돌을 나르고 교실을 지어 미래의 주인이 될 어린아이들을 교육하기 시작했습니다. 민주주의에 목말라 있던 시민들이 자유와 창의성이 존중되면서 자연과 친화할 수 있게 배려한 교육 이론이 자라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이 지내는 교실에는 자연 채광을 최대한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건축 양식으로 지었습니다. 식물들 그리고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많은 자료들을 교실로 들여와 미술 활동과 탐구 활동들을 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교사는 끊임없이 관찰하고 환경을 제공하고 아이들의 흥미에 맞게 주제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아이들 활동을 관찰하여 교육적인 기록을 남깁니다.

모든 교육 이론들은 완벽하리만치 훌륭하고 아름답습니다.
장애아를 치료하던 의사 마리아 몬테소리가 개발한 이론과 프로그램 또한 훌륭합니다.
장애아를 치료하기 위해 개발한 섬세하고 정교한 교육 자료를 정상아들에게 사용하게 해보았더니 너무도 효과적인 것에 착안하여 시작된 교육 이론입니다. 작은 일상 생활들에서도 자신들이 직접 비질을 하고, 옷을 개키고, 거울을 닦고, 책상과 의자를 바로 사용하고 제자리에 넣고, 매트를 깔고 또 곱게 말아서 넣고 등등을 할 수 있다는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고 훈련합니다. 아름답고 정교하고 교육적인 교재는 감각 관련, 수 관련, 언어 관련, 사회, 과학 관련 등으로 세분되어 개발되어 있습니다.
이 교재들은 세월이 지나면서 더 많이 확대되고 세분화되어 영아에서 초등학교 고학년까지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발달되었습니다. 그래서 몬테소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Elementary도 더러 있습니다. 실제로 언어나 수 교구는 혀를 두를 정도로 매력적이면서도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모든 이론들이 실제로 교육 현장에 적용될 때엔 왜곡되기도 하고 잘못 적용되기도 합니다. 어떤 이론도 좋고 나쁘고의 흑백 논리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레지오 에밀리아는 창의성과 자율을 존중한다는 명목으로 아이들이 방치될 수도 있고, 아이들의 흥미를 맞춘다는 명목으로 무계획의 교육이 저질러 질 수 있습니다. 몬테소리는 일상 생활 훈련과 교구 사용법을 익힌다는 명목 하에 아이들의 사회성이 무시될 수도 있고 자율성과 창의성이 존중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레지오 에밀리아 프로그램을 도입한 곳에서는 얼마나 자연 친화적인 환경에 자리잡고 있는 지를 살피고 어떤 교육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챙겨볼 일입니다. 몬테소리 프로그램 도입한 곳에서는 얼마나 창의적이고 사회적인 활동을 장려하고 있나를 살펴 보아야 합니다.

백 가지의 언어와 노래, 백 가지의 손, 백 가지의 춤과 이야기, 백 가지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아흔 아홉을 도둑 맞고 있답니다. 혹 교육을 한다는 어른들이 그들의 것을 교육의 이름으로 훔치고 있지는 않는지 깊이깊이 고민할 일입니다. 그리고 교육이란 바깥 에서 넣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 속에 있는걸 꺼내주는 일이라는걸 잊지 말 일입니다.

*아이들을 키우시면서 궁금한 점 등이 있으시면 메일 주세요. 칼럼에서 다루거나 아니면 개별적으로 도와 드리고자 합니다.
이재경 (키즈빌리지 원장, 604-931-8138, kidsvillage@shaw.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