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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일곱 번째 이야기 – 찾은 사람이 임자? 잡은 사람이 임자?

이정운 변호사 piercejlee@hot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2-05-13 19:58

시대마다 사람들의 관심사가 다릅니다. 그래서 소송을 하는 이유도 다르지요. 오늘날 이렇게 저작권, 특허 등 지적 재산에 대한 소송이 많아질 줄 아마 200년 전의 사람들은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래서 판례는 그 당시 시대상을 반영합니다. 


1805년 뉴욕 주 대법원에서 있었던 Pierson v. Post 라는 재판은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흥미로운 판례입니다. 


이 사건은 여우 한 마리 때문에 일어났는데요. 어느 날 포스트 (Post) 씨와 그의 일행은 사냥을 하다가 여우 한 마리를 발견하고 쫓기 시작했습니다. 도망가던 여우는 오래된 우물을 발견하고 그 뒤에 숨었고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피어슨 (Pierson) 씨는 이 여우를 발견하고 잡아서 가져가 버렸습니다. 화가 난 포스트 씨는 피어슨 씨를 고소했는데요. 소송의 근거는 침해 (trespass on the case) 였습니다. 


포스트 씨는 그 여우가 자신의 소유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이유는 여우를 먼저 발견한 사람이 포스트 씨였고 말을 타고 사냥개를 풀어 쫓고 있었던 만큼 피어슨 씨가 가로채지만 않았다면 포스트 씨가 그 여우를 잡았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지요. 또한, 피어슨 씨가 여우를 발견했을 때 그는 이미 포스트 씨가 그 여우를 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때부터 여우는 벌써 포스트 씨의 소유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먼저 발견한 사람이 임자라는 이러한 포스트 씨의 주장을 피어슨 씨는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주인 없는 동물인 만큼 잡아야 임자라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1심 판사는 포스트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억울한 피어슨 씨는 바로 항소를 했지요. 


여우 한 마리 때문에 비롯된 사건이 항소심까지 가게 될 줄 누가 예상했을까요? 더군다나 이 재판은 후에 미국의 재산권법 (property law) 교과서에 늘 등장하는 고전이 되었는데요. 그 이유는 이 재판의 판결을 맡은 판사들이 야생동물의 소유권에 대해 대단히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누었기 때문입니다. 


판결문을 쓴 톰킨스 (Daniel Tompkins) 판사는 법학의 많은 고전을 인용하며 야생동물을 발견한 사람이 무조건 소유권을 가지는 법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만약 그런 법을 인정한다면 수많은 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지요. 톰킨스 판사에 따르면 야생동물의 소유권은 그 동물에게 치명상을 입히거나 도망치지 못하도록 사방을 막았을 때 비로소 발행합니다. 따라서 여우에게 별다른 상처를 입히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쫓고 있던 포스트 씨에게는 아무런 소유권도 없었다는 것이지요. 


이와 반대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소수의견을 펼친 리빙스톤 (Henry Livingston) 판사는 여우같이 사람에게 해가 되는 짐승을 사냥하는 것을 장려하려면 발견하는 사람에게 소유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였지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야생동물의 소유권에 관한 이 판례가 얼마나 중요하겠느냐마는, 지금은 고전이 되어버린 옛날 판례를 읽으며 당시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엿보는 것은 법을 공부하는 묘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법적 책임면제고지: 이 글은 법률 조언이 아니며 저자는 이 글에 대한 일체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법률 조언이 필요하신 분은 변호사를 찾으십시오. 





이정운 변호사의 풀어쓴 캐나다법 이야기
칼럼니스트: 이정운 변호사
  • UBC 로스쿨 졸업
  • UBC 경제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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