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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번째 이야기 – 장난, 적당히 즐기세요.

이정운 변호사 piercejlee@hot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2-03-25 14:32

4월 1일은 April Fools’ Day 즉 만우절입니다. 장난치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날이지요. 가까운 가족, 친구 사이에 가벼운 거짓말이나 장난은 유쾌한 웃음을 줍니다. 하지만 도가 지나치면 안 되겠지요. 


1897년 영국 1심 법원 (Queen’s Bench) 에서 판결한 Wilkinson v. Downton 이라는 판례는 지나친 장난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토마스 윌킨슨 (Thomas Wilkinson) 씨는 런던에서 술집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윌킨슨 씨는 경마 경기를 보기 위해 런던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할로 (Harlow) 라는 곳으로 나들이를 가게 되었는데요. 가게를 비울 수는 없으니 아내에게 맡겨놓았지요. 


마침 그 술집의 단골손님이었던 다운톤 (Downton) 씨는 윌킨슨 씨 대신에 가게에 와있는 윌킨슨 씨의 부인에게 장난을 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그녀에게 윌킨슨 씨가 할로로 가는 도중 교통사고가 나서 길가에 쓰러져 있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양다리가 부러졌으니 누군가 데리고 와야 한다고 말이지요. 매우 놀란 윌킨슨 씨의 부인은 아들과 하인을 기차 편에 보내 남편을 찾아 나섰지만, 윌킨슨 씨는 그 시간 즐겁게 경마 관람을 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모든 게 다운톤 씨의 장난으로 밝혀졌지만, 사건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으로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입은 윌킨슨 씨의 부인은 구토와 어지러움을 호소하고 급기야 머리가 하얗게 세는 등 한동안 정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결국, 그녀는 다운톤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합니다. 


이 재판의 판결을 맡는 라이트 (Wright) 판사는 다운톤 씨와 윌킨슨 부인 사이에 신체적 접촉이나 물리적 위협이 없었기 때문에 구타 (battery) 나 폭행 (assault) 은 성립되지 않지만, 의도적으로 정신적 충격을 가한 잘못 (intentional infliction of mental suffering) 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라이트 판사는 이러한 잘못이 인정되려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첫째, 거짓말 자체가 충격적이거나 극단적이어야 (outrageous or extreme) 하며 둘째, 상대방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려는 의도가 분명해야 하며 셋째, 그 거짓말로 상대방이 실제 손해를 입어야 합니다. 다운톤 씨의 장난은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기 때문에 윌킨슨 씨의 부인에게 손해배상을 해주어야만 했던 것이지요. 


이렇듯 지나친 장난은 생각보다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니 이번 만우절엔 심한 거짓말 말고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조그만 거짓말로 유쾌한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캐나다에서는 만우절이라도 오전에만 거짓말 한다는 거 잊지 마시고 오후에는 꼭 거짓말이라고 밝혀주세요.  



*법적 책임면제고지: 이 글은 법률 조언이 아니며 저자는 이 글에 대한 일체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법률 조언이 필요하신 분은 변호사를 찾으십시오. 


이정운 변호사의 풀어쓴 캐나다법 이야기
칼럼니스트: 이정운 변호사
  • UBC 로스쿨 졸업
  • UBC 경제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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