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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슨 칼리지 칼럼 22] 꾸밈없는 정직한 발음으로 시작하기

손병설 원장 merinal@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1-01-10 12:00

몇 주 전인가 보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실을 둘러보고 있는데 선생님 한 분이 나를 불렀다. 칠판에 “Toronto”라고 써 놓고 어떻게 읽느냐고 물어보았다. 학생들에게 무엇인가를 강조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나는 평소에 주장했던대로 ‘T’자 발음을 빼먹지 않고 “토론토”라고 읽었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t’ 발음을 생략, 또는 약하게 ‘ㄹ’이나 ‘ㄴ’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도 이런 발음 쪽에 호기심이 생겨 “표준 발음을 확인해 볼 수 있을까”하고 궁리하던 중 거의 10 년 동안 모아 두었던 뉴스 진행자들의 발음을 확인해 보았다. 디지털로 녹음된 것이라 말하는 파형을 볼 수 있었다. ‘Toronto’의 모든 발음에서 약하지만 ‘t’ 발음이 확인되었다.

4년 전 친구 가족이 이주를 결정하고 남매를 먼저 이 곳에 보냈는데 나를 놀라게 한 공부 노트가 하나 있었다. 한국에서 영어 발음에 대한 공부를 한 것이라는데 이런 때는 이렇게 발음하라는 것과 영어 단어의 어원에 따른 분류를 공부한 자료였다.

4년 후인 지난 크리스마스 때 만난 그 친구 딸에게 4년 전 공부 노트가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그 아이의 대답은 “어원을 가지고 단어의 뜻을 공부하는 것은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그런데, 처음에 이 곳에 와서 제가 배운대로 발음을 하면 캐나다 사람들이 잘 알아 듣지 못했어요” 라고 하면서 대표적인 예로 ‘often’과 ‘suggestion’을 말했다. 소리 나는 대로 설명하면 ‘어픈’보다는 ‘어프튼’을, ‘써제스쳔’ 보다는 ‘써그제스쳔’을 더 잘 알아 듣더라는 말을 했다.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영어 공부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는 단어를 많이 외워야 했다. 나는 철자가 복잡한 영어 단어를 외울 때면 철자를 소리나는대로 외워 쓰곤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Wednesday’였다. 나는 철자의 소리나지않는, 그리고 혼란스러운 문자 배열 대문에 ‘웨드네스데이’라고 외웠다. 그런데 하루는 선생님이 수요일을 어떻게 말하느냐고 해서 엉겁결에 “웨드네스데이” 라고 답했더니 선생님이 웃으시면서 “웬스데이”라고 가르쳐 주셨다. ‘d’ 발음이 묵음인 것의 대표적인 예라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는데, 이곳에 와서 보니 ‘웨든스데이’라고 발음 하는 분들이 너무나 많은 것을 보고 놀랐다.

1980년대 초에 영어 회화 붐이 일어나고 한국의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서로 다투어 영어 회화 프로그램을 방영하던 때가 있었다. 영어 강사와 원어민이 나와서 문형을 가르치며 발음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하루는 ‘elevator’의 발음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보통 엘리베이터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미국에 가서 엘리베이터라고 하면 알아 듣지 못한다고 강사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옆에 있는 원어민 강사에게 “Do you know what an elevator is?”하고 묻는데, 처음에는 “엘리베이터”라고 발음하며 물으니 옆의 강사가 무엇을 묻는지 모르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다시 “엘리베이터” 대신 “일리베이러”라고 물으니 바로 알아 듣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엘리베이터’는 ‘일리베이러’라고 발음을 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밴쿠버로 이주한 후에 고층건물을 방문하여 승강기를 찾는데, ‘일리베이러’라고 물어 보았더니 빌딩 안내원이 무엇을 찾는지 잘 듣지 못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다시 고쳐서 ‘엘리베이터’라고 발음해 보았더니 즉시 알려주는 일이 벌어진 적이 있다.

또 다른 친구의 아들은 두 살때 이 곳에 왔다. 지금은 11학년이니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편할 것이다. 그런데 이 녀석이 엄마가 영어를 하면 꼭 지적을 한다고 한다.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 놓고 도시락을 가져가라고 “숀(Sean) 런치백(Lunchbag)을 가지고 가거라”라고 하면 “엄마 숀이 아니고 쇼느, 런치백이 아니고 런치배그”하고 가르쳐 준다고 한다.

그 엄마는 엄마가 이야기하면 아들이 그렇게 꼭 고쳐준다고 불평 아닌 불평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어릴 때부터 우리가 듣지 못하는 부분까지 습관적으로 발음하고 다듬어진 그들과 성인이 되어서 들리는 소리로만 연습한 우리들과의 차이점이 그 아이는 이상하게 느껴져서 나름대로 고쳐주기 위한 노력을 한 것 같다.

누구나 느끼는 점이겠지만 영어로 말하기는 참 어렵다. 그렇지만 영어다운 영어를 발음하려면 꾸밈이 없는 정직한 발음을 수없이 연습하여 터득하는 길 외에는 다른 공식이나 지름길이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본다.



'랍슨칼리지' 손원장의 교육칼럼
랍슨칼리지 손병설 원장

칼럼니스트: 손병설 원장 | Tel: 604-687-3259

주소: 541 Seymour Street, Vancouver, B.C. Canada V6B 3H6

  • 현 밴쿠버 다운타운 랍슨컬리지 운영
  • 충북대 약대 졸업
  • 경기도 의왕시 약국 운영
  • 1995년 캐나다 이주
  • 1996년 현 랍슨컬리지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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