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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의 미래(1)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9-10-09 00:00

눈여겨 보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요즈음 심심치 않게 밴쿠버 지역방송들이 연합으로 내는 광고를 볼 수 있습니다. 방송국들이 힘을 합쳐 신문과 방송에 광고를 하는 보기 드믄 현상입니다. 그 광고라는 것이 무슨 프로그램 광고를 하는 것이 아니고 방송을 틀어주는 케이블 회사를 공격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방송을 만드는 방송국과 그 방송을 틀어주는 케이블 회사 간에 다툼이 생겼고 방송국은 시청자를 직접 상대로 호소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내용을 들여다보니 뭐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케이블 회사에서 방송국에 내야 할 돈을 안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얼른 납득이 되지는 않지만 아마도 프로그램 사용료를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 같았습니다. 그 내용이야 어쨌건 방송국과 케이블 회사 사이의 싸움은 비단 여기 캐나다 뿐이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세계 방방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싸움의 규모와 성격이 다를 뿐입니다.

이 싸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그 뿌리를 찾아들어가보면 꽤 복잡합니다만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예전에는 방송국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다가 이제 세상이 바뀌어 케이블 회사에게 쩔쩔매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러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가? 물론 이 것도 따지다보면 책이라도 한 권 쓸 수 있겠지만, 앞뒤 다 빼고 정말 짧게 이야기하자면,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곳이 많아져서 그렇습니다.

한국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케이블이 생기기 전에는 방송국이란 달랑 3개 혹은 4개였습니다. 이건 계산의 기준에 따라 계산법이 좀 달라서 답이 다르게 나오지만 큰 차이는 없습니다. 어쨌든 손가락 5개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케이블이라는 것이 생기고 나서, 이 숫자가 손가락 발가락 다 동원해도 모자랄 지경이 되었습니다. 이치는 간단합니다.  물건 대 주는 사람이 적으면 가게에서 물건 달라고 공장에 사정해야하지만, 비슷비슷한 공장이 늘어나면 반대로 공장에서 가게에 자기 물건 잘 보이는 데 놓아달라고 사정해야 합니다. 심하게는 가게에서 당신 공장 물건 안 팔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케이블과 위성이라는 새로운 방송매체가 생겨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방송은 원래 TV만 사서 안테나 연결하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방송을 우리는 흔히 지상파, 혹은 공중파라고 부릅니다. 그냥 전파를 공중에 쏘아올리면 안테나로 잡아서 보는 겁니다. 이 것이 원래 방송의 개념입니다. 그런데 이 방법으로 하자니 답답한 점이 많아서 케이블이 생기고 위성이 생기고 그랬습니다. 말하자면 재래시장이 갑갑하니 백화점이 생기고 대형 슈퍼가 생기고 뭐 그런 식입니다.

그럼 여기서 우리는 과연 누구 편을 들어야하느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심정적으로는 방송국 편을 들고 싶기는 하지만 그 것이 꼭 옳다고 말할 근거가 아무 희박합니다. 여기서 옳고 그름의 준거는 물론 방송을 보는 사람, 즉 시청자의 입장에서 무엇이 더 좋은 방송을 볼 수 있느냐로 따져야합니다. 그런데 그 계산이 아주 복잡 미묘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산법 자체가 달라집니다. 지금도 물론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때가 되면 그 계산 자체가 무의미한 시대가  올 것입니다.

제가 감히 단언을 하건데 이제 방송의 시대가 가고 인터넷의 시대가 올 것입니다. 방송 뿐 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이 그저 인터넷의 한 부분이 되는 그런 시대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습니다. 겁도 나고, 설레이기도 하고, 소름도 돋고, 뭐 그렇습니다.



사는 일, 그리고 방송 혹은 영화
글쓴이 배인수는 1959년 서울생으로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육방송 피디(PD)협회장을 역임했다.
2001년 미국 Chapman University Film School MFA 과정을 마쳤고
서울예술대학 겸임교수를 지냈다
  칼럼니스트: 배인수 | Tel:604-430-2992 | Email: bainso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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