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박자와 그루브(Groove)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9-09-18 00:00

그동안 블루스기반의 재즈연주자를 소개하다가 유진박 사건으로 칼럼의 방향이 잠시 벗어났다. 사실 지난 주에 다시 블루스를 바탕을 둔 재즈 오르간연주자 Jimmy Smith를 다루려다 즉흥적으로 기본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올해 필자의 칼럼계획표에서 완전히 벗어난지 벌써 한달째이다. 이왕 삼천포로 빠진 김에 다음주 칼럼 까지 벗어나겠다. 기본기 이야기가 나온 김에 확실한 마무리도 할겸 오늘은 재즈에서 가장 중요한 박자와 그루브(Groove)에 대해 이야기하자.

박자(rhythm)이 음악에서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실제로 박자는 멜로디와 화성과 함께 음악을 이루는 3요소 중 하나이다. 그리고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생각 해 보자. 인류는 처음부터 멜로디라는 것을 만들지 않았다. 복잡한 화성은 그 역사가 가장 짧다. 박자는 인류가 처음 탄생됐을 무렵과 그 역사를 같이해왔다. 막대기로 무엇을 특정 패턴으로  무언가를 두들기면서 사람들과 교감해왔다. 지금도 아프리카에 가면 그들은 리듬만 가지고 특별한 대화없이 여러사람들과 소통한다. 음악은 멜로디가 있어야하고 또 멋진 화성이 뒷바침돼야 세련된 음악이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하지만 리듬없는 음악은 우리 인류역사에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우리는 늘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박자의 중요성을 이렇게 역사에서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

개인적 음악배경과 철학에 따라 다소 견해가 다를 수 있겠지만 박자는 음악의 3가지 요소중 가장 중요하다. 일단 박자에 따라 음악이 완전히 달라진다. 간단한 예를 들면 우리가 아주 잘 아는 성탄절 노래 ‘기쁘다 구주 오셨네’의 멜로디를 보자. 음표만 보면 ‘도시라솔파미레도’이다. 높은 ‘도’에서 낮은 ‘도’까지 아주 정직하게 한음씩 내려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멋진 노래가 이렇게 쉬운 멜로디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단번에 아는 사람은 그리 많이 없다. 이 노래의 핵심은 멜로디를 구성하는 음들이 아니라 박자에 있다. 박자가 존재하지 않는 ‘기쁘다 구주오셨네’는 존재할 수가 없다. 거꾸로 같은 음표를 가지고 2분음표만을 사용한다고 가장해보자. 완전히 다른 노래로 뒤바뀐다는 것을 아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예는 많은 곡에서도 찾아 볼 수 있으며 특히 박자를 중요시 하는 재즈에서는 모든 곡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자. 박자는 연주자뿐 아니라 지휘자들에게도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대부분은 지휘자가 오케스트라의 하모니에 신경을 쓴다고 생각한다. 물론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그 하모니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하는 화성을 포함해 모든 ‘조직력’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조직력의 기반은 다름이 아니라 박자에 있다. 아주 간단한 예로 군대에서 ‘사나이로 태어나서…”라는 군가를 합창한다고 하자. 정확한 박자로 모두가 합창하면 그 힘이 엄청나다. 애국가역시 마찬가지다. 모두가 함께 박자에 정확히 맞춰부르면 그 감동이 배가 된다. 반대로 조금이라도 박자가 어긋나면 감동은 커녕 아주 짜증스럽다. 훌륭한 지휘자는 멜로디도 화성도 아닌 박자에 가장 먼저 중점을 두고 박자가 완성된 후 멜로디와 화성의 조화를 다듬어 나간다. 이 것은 성경이 말하는 진리와 같은 것이다.

한 발자국 더 나가 박자의 중요성은 단순히 기계적인 정확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보다 더 좋은 느낌과 흥을 돋우기 위함이다. 우리는 이것을 ‘그루브’(Groove)라고 한다. 이것은 느낌이기에 말로 또는 활자로 설명하기가 무척 힘들다. 느껴본 사람만이 아는 그런 느낌과 기분이다. 이 느낌과 흥은 음악에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잘 아는 국악을 예를 들자. 사물놀이에 흥을 무시한체 기계적으로 한다고 하면 그것은 더 이상의 사물놀이가 아닌 일반적인 북치는 놀이에 불과 할 것이다. 사물놀이에 우리가 어떻게 설명하지 못하는 그 느낌과 흥이 있듯 재즈역시 스윙이라는 그루브가 있다. 그리고 이 그루브는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음악을 듣고 또 정확한 박자연습에서 부 터 온다.

<계속>



이상준 음악칼럼
이상준 글쓴이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편곡을 전공했고 캐필라노 음대에서 재즈기타 전공 및 Linda Falls 교수의 이론 및 청음 조교로 일했다.
이후, UBC사범대를 거쳐 현재 재즈기타리스트, 작편곡활동 그리고 South Delta Secondayr School과 English Bluff Elementary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미국 뉴저지주 Paul Pope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있고 NYU대학원 함께 뉴욕에서 음악활동 중이다.
  칼럼니스트: 이상준 | Web: www.jonleemusique.com
  • John Wilkins (Berklee),Randy Johnston (NYU), Jared Burrow
  • 마이스페이스: www.myspace.com/jonleemusique
  • (SFU & Univ of Oregon) 사사
  • 블로그: blog.paran.com/intothejazz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