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세상을 바꾸는 힘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9-09-11 00:00

좀 오래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실화입니다. 어느 방송국의 심의위원 한 분이 토요일 오후에 방송국에서 방송심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방송국의 심의는 방송이 나가기 전에 해야하지만 실제로 그러기가 쉽지 않아서 방송 나가는 것을 보면서 바로 심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분이 마침 토요일 오후에 심의할 것이 있어서 그냥 사무실에서 방송을 보았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방송에서 마침 자장면을 먹는 장면이 나왔고, 이 심의위원도 덩달아 자장면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중국음식점에 전화를 해서 자장면을 시키려고 했지만 웬일인지 전화연결이 잘 안되더랍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간신히 전화가 되었고 그래 자장면을 시키려니까 주인 왈 “오늘 왜 이렇게 자장면 시키는 사람이 많은지 정신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연은 간단합니다. 그 심의위원과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TV를 보다가 자장면이 먹고 싶어졌고 그래서 한마디로 중국집에 불이 났던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방송의 힘입니다. 중국음식점 하나쯤 죽이고 살리는 것은 참으로 간단한 일입니다.

아주 오래 전 일이지만 미국에서 오신 한 박사분이 TV에 나와 우유가 별로 좋은 음식이 아니라고 말한 탓에 한동안 우리나라 우유산업 전반이 큰 타격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젖소를 키우는 농가에서부터 우유회사에 이르기까지 말이지요. 그 후로도 이런 비슷한 일은 수없이 일어났고 또 일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입니다.

어쩌면 그런 정도는 사소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나라 전체가 휘청거리는 큰 일이 방송에서 시작되거나, 방송을 통해 그저 작은 불씨였던 것이 대형화재로 커지기도 합니다. 그것은 때로 의도된 것이기도 하고 때로 의도하지 않았던 우연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의도가 있었건 없었건 그 바탕에는 방송의 속성이 있습니다.

방송이란 결국 사람들의 관심을 먹고 사는 존재입니다. 그 것이 흔히 시쳥률이라는 숫자로 나타납니다. 보다 많은 사람이 보게 만들고자 하는 욕망은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욕망입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무엇이건 부풀리고 극대화시키려는 욕구가 늘 방송제작자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물론 그 것을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지 않게 하기 위한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모든 제도가 그렇듯이 빈 구멍이 많습니다. 그래서 방송제작자의 양식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는 사람들의 판단력입니다. 한 마디로 방송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방송을 보면서 줏대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더 쉽게 말하면 방송에 나오는 것을 그대로 믿지 말라는 말입니다. 이 것은 저 혼자하는 소리가 아니라 사실 아주 일반적인 이야기입니다.

방송이 만약 잘 못된 길로 가고 있다면 그 것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힘센 사람은 결국 그 것을 보는 시청자입니다. 흔히 방송국의 표어로 시청자를 위한 방송이라고 하고, 또 시청자가 주인인 방송이라는 말도 합니다만 그것은 시청자가 자신의 권리를 찾아나설 때에만 가능한 일입니다.

방송이 때로 부풀려지고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때로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 때로 의도적으로 우리의 관심을 엉뚱한 곳으로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알고 방송을 보아야만 여러분이 방송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사는 일, 그리고 방송 혹은 영화
글쓴이 배인수는 1959년 서울생으로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육방송 피디(PD)협회장을 역임했다.
2001년 미국 Chapman University Film School MFA 과정을 마쳤고
서울예술대학 겸임교수를 지냈다
  칼럼니스트: 배인수 | Tel:604-430-2992 | Email: bainsoo@yahoo.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