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다큐멘터리를 위하여(3)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9-09-05 00:00

며칠 전에 발표된 올해 한국방송대상에서 KBS에서 만든 <누들로드, noodle road>가 최고상인 대상을 받았습니다. 국수라는 인류공통의 음식을 소재로 만든 이 다큐멘터리는 방송대상 전에도 수많은 상을 받았고 일찌감치 외국에 수출되는 등 화제를 뿌렸던 작품입니다.

그리고 지난 해 방송대상을 받은 작품은 역시 KBS에서 만든 <차마고도>라는 중국 티벳지역의 고원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받았습니다. 사실 방송대상에서 대상 제도가 생긴 것은 작년부터입니다. 전에는 여러 분야로 나누어서 각 분야별로 상을 주었다가 작년부터 모든 분야를 아울러 제일 큰 상인 대상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두 번의 대상을 모두 다큐멘타리가 받은 셈입니다.

혹시 두 프로그램 중 하나라도 보신 분이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별로 없으시겠지요. 혹시나 싶어 <누들로드>가 방송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의 시청률을 뒤져보았지만 20위까지 나온 시청률 조사에 <누들로드>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누들로드>는 다큐멘타리로서는 드물게 꽤 널리 알려진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런 프로그램이 순위에 들지 못한다면 다른 다큐멘터리는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볼 때 무슨 프로그램이 언제 방송되는지 과연 그 프로그램이 볼만한 프로그램인지 따로 공부를 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냥 보면 됩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는 따로 찾아내야합니다. 숨어있는 좋은 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입니다.

<누들로드>는 책으로로 나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척 드문 일이지만 사실 외국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는 아주 흔한 일입니다. 방송원고가 그대로 책이 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다큐멘터리는 훌륭한 교육 자료가 됩니다. TV를 한참 보고 나니 무언가 새로 알게 된 것이 무척 많아지는 신기한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배울 것이 많은 다큐멘터리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것이 1969년 방송된 영국 BBC의 문명(civilisation)이라는 프로그램입니다.- civilization이 아니라 civilisation이라고 합니다. 영국식 영어인가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12부로 이루어진 서양문명에 대한 거대한 서사시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보면서 때로 감탄하고, 때로 탄식하고, 때로 놀라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서양문명에 대한 이처럼 재미있고, 쉽고, 직접적인 설명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일본 NHK에서 일을 냅니다. 바로 실크로드입니다. 1980년 방송된 이 다큐멘타리는 7년 동안의 기획 끝에 이루어진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BBC의 <문명>이 서양역사에 대한 해설이라면 <실크로드>는 서양과 동양을 잇는 거대한 흐름에 대한 추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편의 잊지 못할 다큐멘터리가 미국 PBS에서 만든 <코스모스>라는 작품입니다. 유명한 천체물리학자 – 사실 이 프로그램 때문에 더욱 유명해졌지만 – 칼 세이건이 진행한 이 우주에 대한 다큐멘터리는 <실크로드>와 같은 해인 1980년에 방송되었는데 60개가 넘는 나라에서 방송되어 6억명 이상이 시청했다고 합니다.

뭐 예를 들자면 한도 없고 끝도 없습니다. 때로 공부가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이상한 진리를 다큐멘터리를 보며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일단 위에 말한 세 편의 다큐멘터리라도 한 번 보십시오. 그러면 또 다른 다큐멘터리를 찾게 되실 것입니다. 그리고 그건 아주 좋은 징조입니다.



사는 일, 그리고 방송 혹은 영화
글쓴이 배인수는 1959년 서울생으로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육방송 피디(PD)협회장을 역임했다.
2001년 미국 Chapman University Film School MFA 과정을 마쳤고
서울예술대학 겸임교수를 지냈다
  칼럼니스트: 배인수 | Tel:604-430-2992 | Email: bainsoo@yahoo.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