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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박 사건’이 말하는 것 (3)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9-09-05 00:00

뉴욕행 비행기에서 글을 쓰고 있다. 한달에 한번씩 뉴욕에 가는 시간은 내게 가장 소중하고 값진 시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뉴욕이란 공간은 음악연주자는 물론 여러 다른 예술문화관련 종사자들에게  정신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하고 또 작품활동을 하기에 많은 영감과 동기부여를 한다. 그 공간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 에너지는 가히 폭발적이다. 또 정신적 지주인 스승을 만나는 것 그리고 세계 톱 클래스연주자의 음악을 직접 접한다는 것만으로 나는 형용하지 못할 만큼은 큰 무언가를 배운다. 물론 그만큼 금전적인 타격(?)이 있다. 하지만 더 좋은 연주와 작품 그리고 자기발전을 위해서 그정도 대가를 지불하면서 필자는 영감의 도시 뉴욕을 매달 찾는다.

공항에서 노트북을 열자마자  ‘유진박’관련 뉴스를 접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 역시 지금 뉴욕에 있는 듯 하다. 그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얼마나 연주를 다시 하고 싶은지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었다.  뉴욕 현지 지인들로부터 곧 맨하튼에서 연주가 있을 것이라 전해 들었다. 모든 게 잘 풀리길 바란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듯 그는 전형적인 연주자이고 또 연주를 통해 자기 자신을 찾고 존재를 확인해야만 하는 사람이다. 음악과 떨어져 살 수 없는 사람인 것이다. 아마도 무대에서 연주를 통해 자기정체성을 만들어 온 사람이라면 필자의 말을 바로 이해할 것이다.

먼저 필자가 예전에 느낀 연주자 ‘유진 박’은 이렇다. 그는 바이올린 연주자이지만 사실 연주기법이나 음악을 풀어가는 방식은  ‘기타’와 매우 흡사하다. 또 음악 역시 블루스 바탕으로 재즈와 록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가 더 더욱 그에게 친근감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가 10년 전에 서울에서 보여준 연주는 거의 최고의 연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 정도 되는 연주자는 지구 곳곳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있고, 천재라는 말이 다소 지나치게 과장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었던 에너지와 정열 그리고 무대를 사로잡는 연주에 백점 만점 중 나는 늘 백점을 줬다. 20대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필자처럼 그를 좋아하는 음악인들도 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그에 대한 혹평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여러 가지 많은 이유와 배경이 있지만 연주자 유진박이 아닌 ‘연예인 유진박’에 대한 혹평이 아닌가 싶다. 전문 연주자들은 ‘연예인’이라는 말 자체만으로도 큰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필자 역시 두가지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가진 유진 박에 대한 의문을 가진 적이 여러번 있었다. (물론 그럴 수 있었던 유진 박이 많이 부러울때도 있었다.) 연예인과 전문 연주자가 동시에 될 수 있다는 것은 일반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듯 그 역시 30대 중반이 되어 우리는 벌써 40대를 향해 가고 있다. (그와 나는 동갑이다.) 아쉽게도 예전에 20대에  가지고 있었던 힘과 에너지는 지금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다시 얻어지지 않는다. 나 역시 늘 멋진 무대에서 섰고 또 수 많은 팬들 틈에서 이 세상이 내것만 같은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내 주위엔 그런 화려한 무대조명도 또 터질 것만 같은 팬들의 함성도 이젠 찾아볼 수 없다. (에너지가 예전만큼 못한 이유도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시간이 갈수록 음악에 대한 깊이가 더 깊어지는 만큼 일반 대중과는 거리감이 생기는것은  피할수 없는 현실이다 .) 사실  화려했던 시절에 대한 약간의 미련이 없다고 할수는 없다. 하지만, 생각하지 않고 앞만 보려고 노력할 뿐이다. 이것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어느덧 벌써 40대를 향해가는 사람이 20대 때처럼 폭발적인 연주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비참하지만(?)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지금 해야 할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만 생각하려고 노력 하는 것이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이다. 

 필자는 유진 박의 연주를 매우 좋아한다. 그는 모든 것을 무대에서 보여주는 정말 멋진 연주자이다. 그의 페이스가 완전히 떨어진 것은 필자 역시 많이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꼭 기획사나 환경 탓으로만 보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도 왜 이 지경까지 왔는지 스스로 질문할 필요가 있다.  다시 비즈니스로 돌아가 보자. 사실 유진박이 음악 비즈니스 쪽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보지 않는다. 아니 누구보다 비즈니스 메커니즘을 잘 알 고 있을 것이다. 특히 그나 필자처럼 미국에서 교육받고 훈련 받은 연주자들이 그것을 모를 리 없다. 다만 그것을 나의 음악세계에 어디까지 관철시킬 것인가 하는 범위의 문제일 뿐이다. (비즈니스의 사이즈가 커지면 커질 수록 음악이 차지 하는 파이(pie)의 크기는 작아진다. )

나는 그가 지금도 연예인과 연주자의 서로 다른 정체성을 유지시키면서 음악활동을 하기엔 여러모로 한계가 있다고 본다. 물론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음악에 일반 팬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과거와 같은 영광을 누릴 수만 있다면 그것이 최고의 결과이고 또 그러길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필자가 연주자입장에서 보기엔 당장 그 앞에 놓인 많은 문제가 있다.  시쳇말로 이야기해서 그는 지금 심하게 망가졌다. 다시 회복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활동을 한다는 것은 많은 에너지와 음악적 자산이 필요하다.  급하게 서둘지 말고 충분한 휴식과 시간을 두고 다시 재충전을 했으면 한다. 더 큰 비상을 위해서 말이다. 또 분명한 선택을 했으면 한다. 다시 연예인과 연주자라는 서로 다른 정체성을 동시에 가지고 가기엔 우리 사회도  10년전과 달리 이제 녹록치 않고 또 자신에게도 그리 도움이 되지 않아보인다.

필자는 유진 박이 멋지게 다시 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연예프로그램이 아닌 멋진 무대에서 자기 음악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그런 멋진 연주자의 모습 말이다.   팬들도 여유롭게 또 진지하게 그의 재기를 지켜봤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기획사도 그가 다시 명품연주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많은 배려와 관리를 해줬으면 한다. 곧 뉴욕에서 다시 무대에 선다는 소식을 들으니 너무 반갑다. 그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그의 성공적인 재기를 진지하고 차분하게 지켜보자. 지난 몇주간의 글이 그가 성공적으로 재기를 할 수 있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



이상준 음악칼럼
이상준 글쓴이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편곡을 전공했고 캐필라노 음대에서 재즈기타 전공 및 Linda Falls 교수의 이론 및 청음 조교로 일했다.
이후, UBC사범대를 거쳐 현재 재즈기타리스트, 작편곡활동 그리고 South Delta Secondayr School과 English Bluff Elementary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미국 뉴저지주 Paul Pope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있고 NYU대학원 함께 뉴욕에서 음악활동 중이다.
  칼럼니스트: 이상준 | Web: www.jonleemusique.com
  • John Wilkins (Berklee),Randy Johnston (NYU), Jared Burrow
  • 마이스페이스: www.myspace.com/jonleemusique
  • (SFU & Univ of Oregon) 사사
  • 블로그: blog.paran.com/intothe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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