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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박 사건’이 말하는 것 (2)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9-08-29 00:00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 역시 바이올린 연주자 ‘유진 박’관련 이야기를 하려한다. 지난 주에는 비w즈니스를 담당하는 기획사의 관리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연주자는 특별한 영감을 위해 자기시간을 필요하는 것은 물론 보다 더 나은 실력향상을 위해선 하루에 꽤 많은 시간의 연습량이 필요하다. 어떤 특정장소에 강금시키고 때론 폭행과 식사는 매일 자장면으로 해결했다는 것은 누구도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이다. 또 하루에 여러 번 이런 저런 자리에서 연주를 한다는 것은 연주자의 혼을 갉아먹는 것이다. 그럴싸하게 명품으로 포장한 제품관리에 보다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획사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늘은 ‘팬’과 그의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하자. 인터넷에서 접한 팬들의 구명운동은 정말 감동적이다. 역시 우리는 IT강국답게 유진 박의 안타까운 소식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됐고 결국 많은 네티즌들과 팬들에게 분노를 샀다. 그러나 필자가 팬들의 구명소식에 감동을 받은 동시에 느끼는 것은 과연 유진 박의 진정한 팬들이 있긴 있었던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의 안타까운 소식은 최근에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니라 분명 예전부터 꽤 오래 된 이야기같다. 팬이라면 그가 그동안 활동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등  근황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지 않나싶다.

‘팬’은 어떤 특정인물에 대한 큰 관심과 사랑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물론 아주 단순히 좋아하는 팬부터 골수팬까지 다양한 층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팬’이라면 유진 박의 최근 상황을 모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필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팬의 진정한 의미이다. 물론 안타까운 소식에 구명운동을 하고 여러 활동을 하는 것은 앞서 이야기했듯 정말 감동적이다. 그리고 그런 구명운동은 우리사회내 적극 권장되야한다. 아무튼 갑작스런 소식에 조직적으로 구명운동을 할 정도면 꽤 골수팬들이라고 봐도 좋을 듯 하다. 또 그런 골수팬들이 많이 있는데 결혼식이나 양로원에 가서 강압적으로 연주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쉽게 납득이 가진 않는다.

유진 박은 2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연예인의 모습이고 또 다른 하나는 연주자의 모습이다. 우리는 그를 천재바이올리니스트라고 말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각은 솔직히 연예인에 가깝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듯 대부분의 그의 팬은 여타 다른 연예인들의 팬들과 그다지 차이점이 없는 듯 하다. 그들은 연예인을 좋아하듯 그를 좋아하는 것이지 그의 음악에 대한 이해는 그다지 큰 것 같지 않다. 물론 반대로 그의 연주를 진정 사랑하고 이해하는 팬들도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유진 박의 팬이다. 그의 연주가 참 듣기 좋다.  또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좋아 늘 그를 좋아한다.  진정으로 그의 음악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팬이 ‘연예인 유진박 팬’의 절반이라도 있었다면 양로원이나 결혼식에 전전하는 일은 없었지 않았을까. 

대부분 그의 팬들은 연예인적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당연하다. 이런 배경에는 유진 박이 한국무대에 첫 데뷔를 했을때 연주자가 아닌 연예인의 성격이 더 강했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는 전문 연주자임은 틀림없지만 연주자라는 소스(source)를 가지고 한국무대에 연예인으로서 데뷔를 했다. 연예인의 모습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엔 유진 박의 본 모습은 연예인이 아니라 연주자이다. 그것도 일반적인 연주자가 아니라 연주자중에서도 아주 전형적인 연주자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연예인과 전문 연주자의 정체성을  동시에 갖는다는 것은 굉장히 특별한 케이스다. 그를 영입한 기획사는 처음부터 연예인으로 생각하고 그의 뒤를 봐왔다. 하지만 유진 박쪽의 생각은 그저 일을 담당하는 하나의 에이전트로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서로가 서로를 보는 시각의 차이가 분명있다. 물론 서로의 필요(need)가 맞아 떨어진다면 그리 문제 될 것이 없겠지만 연예인과 전문연주자의 두 모습이 서로 같이 공존하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쉽지 않다. 아마도 이런 정체의 차이때문에 서로가 많이 힘들어하지 않았나 싶다.  또 유진 박이  팬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지 필자는 같은 연주자로서 상당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앞서 이야기했듯  2가지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다른 정체성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기에 가야하는 길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아마도 그는 그 서로 다른 길 앞에 늘 선택의 기로에 서왔지 않았을까. 그리고 확실한 선택과 갈등해소의 미흡함이 현재의 상황을 불러오지는 않았을까하는 추측을 조심스레 해본다.  그리고 필자가 보기엔 이제 그 선택을 더 이상 미루기에는 그에게 시간이 그리 많아 보이진 않는다.

<계속>

 



이상준 음악칼럼
이상준 글쓴이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편곡을 전공했고 캐필라노 음대에서 재즈기타 전공 및 Linda Falls 교수의 이론 및 청음 조교로 일했다.
이후, UBC사범대를 거쳐 현재 재즈기타리스트, 작편곡활동 그리고 South Delta Secondayr School과 English Bluff Elementary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미국 뉴저지주 Paul Pope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있고 NYU대학원 함께 뉴욕에서 음악활동 중이다.
  칼럼니스트: 이상준 | Web: www.jonleemusique.com
  • John Wilkins (Berklee),Randy Johnston (NYU), Jared Burrow
  • 마이스페이스: www.myspace.com/jonleemusique
  • (SFU & Univ of Oregon) 사사
  • 블로그: blog.paran.com/intothe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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