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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박 사건’이 말하는 것 (1)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9-08-22 00:00

최근 필자의 관심을 끈 음악관련뉴스는 마이클잭슨의 사망소식과 바이올린연주자 유진 박 뉴스이다. 마이클 잭슨 관련 뉴스도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유진 박 관련 사건 역시 무엇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또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인터넷이라는 아주 작은 ‘창’(window)으로 들어오는 빛을 보고 우리가 세상을 다 알 수 없듯 당사자도 아니고 현장에서 경험하지 않은 우리로서는 무엇이 그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필자는 이번 주 다루는 유진박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일찍 하려했지만 조금 더 사건을 지켜본 후 글을 쓰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좀 더 사건의 진상을 알고 또 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그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알기가 쉽지 않다. 모든 기사를 검색하고 또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사건의 진실을 물어봐도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두가 기사를 통해서 알고 있듯 한 천재 바이올린 연주자가  악덕 기획사의 노예계약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연주자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다. 또 그 잃어버린 과정에서 부적절한 폭력과 감금 그리고 비 인륜적인 일들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성난 팬들이 피켓을 들고 구명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가 아는 전부이다. 그 비도덕한 기획사도 당사자인 유진박도 모두가 명확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사건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사실 이 주제로 글을 써야하는지 아니면 모른척하고 조용히 지나가야하는지 많은 고민을 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이 따르기에 늘 독자에게 경솔한 모습으로 보이지 않을까 또는 내가 정말 정확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늘 따라다닌다. 그러나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나가기에는 이번 사건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경미하지 않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어느 누가 잘못했다 또는 ,이것이 이렇다 그래서 어떤 특정 누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가 일반 음악팬으로서 연주자로써 또 기획사입장에서 어떤 것을  앞으로 고민해야하는지 나는 나의 생각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첫째 우리가 기사를 통해 접했듯 유진박의 기획사는 아주 비도덕한 무리인 듯 하다.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강금이라든지 폭행 그리고 연주에 대한 금전적 댓가를 지불하지 않았다면 그 비난은 받아 마땅하다. 나는 이 기사를 처음 접했을때 지난 70/80년대 군사독재시절이 생각났다. 아직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 믿기 힘들고 이 것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법적인 처벌을 반드시 받아야한다. 폭력은 폭력을 재생산한다는 것을 이제 다 아는 사실아닌가?

필자 역시 연주를 하는 연주자다. 하지만 기획사관계자들에게 예술이나 문화적 가치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달라는  말은  잘 하지 않는다. 아니 그들에게 음악을 이해해달라는 등의 말은 지나친 기대일지 모른다. 이 것은 거꾸로 연주를 하는 이들에게 비지니스세계를 이해하라는 이야기와 같은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좋다. 그럼 그들의 세상인 ‘비지니스’ , 그 비지니스 논리로 이야기 해보자. 비지니스란 아주 쉽게 이야기해서 ‘돈’에 괸련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돈은 늘 ‘시장’이라는 공간에서 존재한다. 그래서 시장이 있는 곳에 비지니스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 비지니스의 대상은 아주 다양하다. 그리고 20세기 무렵부터 음악을 포함한 예술문화는 그 돈을 버는 아주 중요한 산업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인터넷기사에서 접한 부도덕한 기획사는 그 돈을 벌어주는 중요한 제품인 유진박과 그의 음악에 대한 관리에 너무 소흘하지 않았나 싶다. (유진박을 제품이라고 말해서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다. 곧 연주자의 입장을 다룰테니 인내를 가지고 조금만 기다려주길 바란다.) 물론 최고의 제품이 가장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시장은 물론 백화점에 가보면 질은 아주 형편없지만 값이 싸다는 이유로 중국제품은 어디가 끝인줄 모르고 잘 팔리고 있다. (모든 중국산 제품이 질이 형편없다는 얘기는 아니니 오해 없길 바란다.) 그러나 우리는 유진박이라는 음악상품을 그런 값싼 중국제품과 비교할 수 있는가?  그가 처음 한국에 왔을때 물건을 파는 기획사와 우리 언론은 그를 어떻게 포장했나? 줄리어드음대출신의 천재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다시 이야기하면 유진 박과 그의 음악이라는 문화를 명품브랜드화 시킨 장본인이 그들이다. 지금보면 그들은 명품을 파는 장사꾼이 아니라 값싸고 형편없는 제품을 팔아야하는 보따리 장사꾼이 아니었나 싶다.

이 사건의 진실이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모르나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장사꾼이 자신이 파는 물건에 대한 관리를 그렇게  했다는 것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누가 경쟁력없는  물건을 구매하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접했듯 그들의 상품인 ‘유진박’의 음악은  예전과는 달리 아주 형편없어졌다. 인터넷기사대로 강금과 폭행 그리고 연주에 대한 댓가없이 어떤 연주자가 흥이나서 연주를 하겠는가.

특히 연주자는 영감과 자기계발을 위한 자기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들은 제품과 그 관리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는 듯 하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그런식으로 해서  상품을 어떻게 팔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상품이 그들 수준에 너무 벅찬 수준이 아니었나 되물을 수 밖에 없다. 명품을 시장에서 팔려면  보따리 장사꾼수준에서 스스로 먼저 벗어나야하지 않을까. 21세기 현시점에서 음악역시 시장속의 상품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보다 더 세련된 제품관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강금과 폭행 그리고 매일 자장면이 왠 말인가? 

<계속>   



이상준 음악칼럼
이상준 글쓴이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편곡을 전공했고 캐필라노 음대에서 재즈기타 전공 및 Linda Falls 교수의 이론 및 청음 조교로 일했다.
이후, UBC사범대를 거쳐 현재 재즈기타리스트, 작편곡활동 그리고 South Delta Secondayr School과 English Bluff Elementary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미국 뉴저지주 Paul Pope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있고 NYU대학원 함께 뉴욕에서 음악활동 중이다.
  칼럼니스트: 이상준 | Web: www.jonleemusique.com
  • John Wilkins (Berklee),Randy Johnston (NYU), Jared Burrow
  • 마이스페이스: www.myspace.com/jonleemusique
  • (SFU & Univ of Oregon) 사사
  • 블로그: blog.paran.com/intothe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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