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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티타임이 필요해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9-08-22 00:00

상담을 하던 중 일전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우리 부부는 처음에는 비슷한 점이 많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결혼하고 휴일에 뭘 하고 보내는가 하는 작은 일부터, 진로 같은 큰 일까지 사사건건 갈등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스로, 그리고 상대방에게 변화를 기대하지만 이제는 지쳐서 더 이상 노력하고 싶지 않습니다. 주위의 몇 분들처럼 차라리 따로 사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잘 지내라, 희생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내용 말고, 실제적으로 관계가 변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많은 커플들이 결혼식을 준비하는 시점부터  서로의 차이를 실감하게 되는 것 같다. 10년을 연애해도 다 모르던 서로의 모습을 결혼생활 1달만에  알게되는 경우도 흔하다. 연애, 혹은 동거가 중매결혼에 비해 결혼생활의 성공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결혼하면 ‘편한 상대’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결점을 굳이 가리지 않는다.  배우자가 나의 약점을  커버해주기를 기대할 때도 큰 실망을 경험하게 된다. 얼마지나지 않아 행복을 꿈꿀 줄 알았던 결혼생활에서 잠 못 이루는 밤들을 맞이하게 된다.  아이가 태어나고 몸과 마음이 지쳐가면 상대에게 기대도 하지 않고 실망도 하지 않는 그러나 행복은 남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조용한 절망의 상태'가 온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상대의 그런 절망을 감지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배우자의 무심함이다. 그렇게 아무 변화없이 마흔 오십을 넘기면서, 자식 재롱에 살고, 부모 마음 안 아프게 하려고 살고, 미운 정에 살고, 나중에는 늙어서 의지할 사람이나 있어야 겠기에 사는 사람들이 많다. 

오래전, 빅토리아의 부쳐드 가든을 관광할 때, 오십대로 보이는 어느 부부가 우리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벤치에서 포즈를 취한 적이 있다. 너무나 엉성하고 어색한 포즈여서 ‘조금 다정하게 붙어앉아 보세요’ 라고 권한 적이 있다. 그러자 그 아저씨는 귀챦다는 듯이, ‘그냥 그렇게 찍어요’라고 하였다. 나는 속으로 ‘저럴려면 뭐하러 같이 사진을 찍을까’ 라고 군시렁거린 적이 있다.

오늘날은 부부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한 책이나 프로그램 등이 적지 않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책과 비방이 나와 있다 할지라도,‘그냥 그렇게 찍어요’ 하는 마음을 가진 분들에게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이대로 그냥 살래’ 라고 굳은 결심을 하신 분들에게는 말이다. 그러나 ‘조금 다정하게 붙어앉아’보면 곁에서 숨쉬는 아내의 숨소리와 옅은 화장품 냄새와  아내의 허벅지며 허리살이 부드럽게 눌리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그리고는 ‘조금 다정하게 붙어앉아’이제는 아내의 어깨에 두른 나의 팔에 다정함을 실을 마음이 생길 수가 있다. 사람 마음이 열리는 것은 머리로만 되는 것이 아니고, 감정과 감각도 같이 동원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길지가 않다. 이민생활, 함께 길을 걸어온 배우자의 소중함을 생각해 보아야할 시점이다. 곱고 사랑스럽던 아내가 갱년기를 거치며 남편에게 거친 불평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아내를 무서워는 하지만 사랑하지는 못하는 남편들도 많다.

사랑의 회복은 대화에서 시작한다. 대화는 대화하려는 노력에서 시작한다. 서로에게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대화보다, 서로에게 감사하고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서로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가 회복되어야 상대의 요구에 귀를 귀울일 수 있는 마음의 문이 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밤, 가까운 찻집에라도 가서 오랜만에 부부간에 대화의 문을 열어보는 것이 어떨지.

필자 조은숙 석세스에서 가족상담가로 일하고 있다. 가족학 박사,  BC주 Registered Clinical Counsellor, Univ. of Wisconsin정신과 연구원 역임

석세스에서는 비밀이 보장되는 전문적인 심리상담서비스를 제공하며, 저소득층에게는 저렴한 상담비가 적용됩니다 (상담신청 604-468-6100).  청소년 진로탐색 그룹에 관심있는 세컨더리 및 대학생 그리고 부모님들을 초대합니다 (9월8일  6:30pm , 코퀴틀람 포이리에 도서관, 변호사 및 법학전공자들의 진로)  학부모 자조그룹의 가을학기 첫모임은9월15일 12:30pm(주제: 캐나다 학교 시스템 100% 이용하기)에 있습니다. 문의 및 등록전화 (604-468-6100)
위 프로그램은 United Way, 한인신용조합과 한아름마트의 지원으로 운영됩니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칼럼니스트:조은숙
  • 석세스의 가족지원 및 심리상담프로그램 담당자
  • 김은주/써니윤
  • 영유아발달 프로그램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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