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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라이더(easy rider)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9-08-01 00:00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몇 분이나 오토바이를 타 보셨는지 모르겠군요. 저도 아직 한 번도 타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끝내 타보지 못할 것 같습니다. 뭐 굳이 못 탄다기보다는 안 탄다고 해도 큰 차이는 없겠습니다.

영화 <이지 라이더>는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 두 젊은이의 이야기입니다. 뭐 요즈음도 마찬가지이지만 대체로 오토바이에는 부정적 이미지가 많이 있습니다. 일단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것을 타고 다니는 사람은 왠지 불량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른바 폭주족이니 하는 이미지들이 오토바이에 전형적으로 따라다닙니다.

영화에서도 주인공들은 사람들에게 그리 환영 받지 못합니다. 특히나 이른바 기성세대들에게는 더욱 그렇지요. 별 다른 잘못도 없이 경찰서에서 하루 밤을 지내기도 레스토랑에서 쫓겨나고 뭐 그런 식입니다. 영화 속에의 두 주인공은 그야말로 자유로운 방랑자입니다. 마리화나를 아무렇지 않게 피고, 아무하고나 성관계를 맺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데니스 호퍼>가 감독을 했고 주연도 했습니다. 그리고 <피터 폰다>가 다른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잭 니콜슨>이 조연으로 나오는데 이 영화가 디딤돌이 되어서 <잭 니콜슨>은 크게 성공하게 됩니다.  <데니스 호퍼>는 요즘에도 우리가 심심치 않게 영화에서 볼 수 있는데 주로 악역으로 많이 나오지요.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한, 그의 성공작이기도 한 <스피드>에 나오는 악당 역이라고 하면 대강 기억이 나시겠지요. 그러나 그 이미지와 이 영화 속의 젊은 <데니스 호퍼>는 전혀 겹쳐지지가 않습니다.

영화제목인 <이지 라이더>는 미국 남부의 속어로 창녀의 기둥서방을 뜻한다고 하는데 꼭 그렇데 대입 시킬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그저 자유로운 영혼들의 여행기라고 보면 되겠지요. 자유란 때로 성가시고, 주위의 사람들에게 언짢은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갈등이 생기고 영화는 그 갈등을 주인공들의 허무한 죽음으로 마무리합니다.

이 영화에서 우리는 이른바 <히피>의 전형적인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 모습에 당시 미국 젊은이들은 환호했고 영화는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영화를 만드는데 든 돈은 37만 5천 달러,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한 4억 가량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로 벌어들인 돈은 처음 4년 동안(지금도 물론 조금씩이지만 계속 벌어들이고 있겠지요) 2천2백만 달러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250억 가량 되겠네요. 4억 들여서 250억 벌면 괜찮은 장사 아니겠습니까. 

이 영화는 말씀 드린대로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대표작 중에 하나입니다. 69년에 만들어졌으니까 앞에 이야기한 두 영화보다 약간 늦게 만들어졌는데요,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 영화를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완결편이라고도 합니다. 뭐 이후로도 많은 걸작들이 만들어지지만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정신을 완벽하게 담아냈다, 뭐 그런 뜻이겠지요.

영화는 사실 무척, 아주 무척 지루합니다. 그건 물론 기본적으로 영화가 이야기 중심이 아닌 탓입니다. 때로 오토바이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려가는 모습을 거의 10분 가까이 보여주기도 합니다.  물론 대사 같은 것은 없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뭐 정확히 시간을 재본 것은 아니니 10분은 좀 허풍이 들어갔을 수도 있지만 여하튼 아주 깁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영화가 지루한 또 하나의 중요한 까닭은 우리에게는 너무 낯선 이야기이어서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히피를 만난 적도 본 적도 없습니다. 그들의 철학과 문화는 그저 말로만 들었지 사실 뭔지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그저 모두 다 멀리서 바람 타고 전해오는, 그야말로 풍월이지요. 그러나 이 영화를 만들고 본 사람들에게 그 것은 늘 보고 느끼던 그 무엇이었습니다.

싫던 좋던 그건 내 옆에 있었고 혹은 나 자신이기도 한 그 무엇,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이 아닌 내가 숨쉬는 공기 같은 그 무엇. 바로 그 무엇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이지 라이더>입니다. 그러니 우리에게는 지루하기만 한 그 영화를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돈 내고 본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이 영화를 보기를 여러분에게 권하기는 하지만 굳이 열심히 보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루하거든 그냥 자던가 아니면 꺼버리십시오. 졸린 눈을 비비며 너무 억지로 이해하려고 애쓸 필요 없습니다. 그냥 본 만큼으로 충분합니다. 어디서 잠이 들었던 말이지요. 때로 영화가 지겨우면 자 주는 것이 영화를 만든 사람을 존중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사는 일, 그리고 방송 혹은 영화
글쓴이 배인수는 1959년 서울생으로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육방송 피디(PD)협회장을 역임했다.
2001년 미국 Chapman University Film School MFA 과정을 마쳤고
서울예술대학 겸임교수를 지냈다
  칼럼니스트: 배인수 | Tel:604-430-2992 | Email: bainso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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