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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가족의 명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9-07-10 00:00

많은 한국 가족들이 자녀교육을 위해 해외이주를 선택하며 상당수가 잠시나마 기러기가족의 형태를 취한다. 그렇다. 자녀를 위한 선택이다. 그러나, 오늘은, 그것이 자녀를 위한 선택이었을수록 자녀를 향해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많은 기러기 엄마들이 아이들이 보여주는 단기적인 성취에 일희일비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 살던 곳을 떠나온다는 것이 그리 쉬운가? 그 떠남에 대한 여러가지 오해와 색안경들이 이미 그들에게는 짐이다.  재정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선택이다. 대부분의 한국 엄마들은 이 곳에서 영어 때문에 바보가 되어버린다. 교육청에서 온 전화를 받아들고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해 전화를 끊고 엉엉 울어버렸다는 한 엄마의 경험이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다.
아이는 저 나름으로 영어장벽과 친구관계의 어려움으로 힘들다. 거기에 사춘기라는 발달적 특성마저 겹치면 상태는 더 안 좋아진다. 아이와 엄마 모두 날카롭고 상처받기 쉬운 상태로 적응을 해나간다. 생활비는 어찌 그리 많이 드는지, 매달 한국에서 송금받을 때가 되면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가족을 외국으로 떠나보낸 아빠들은 대체로 외로움을 호소한다.  재력과 시간 여유가 여의치 않아 펭귄 아빠가 되어버리는 경우는 더더욱 힘들다. 기러기가족이 되기 전의 가족관계가 어떠했느냐에 따라 기러기가족이 된 후의 관계의 양상은 더욱 극단을 향해 치닫는다. 관계가 좋았던 가족은 기러기가족의 시기도 비교적 잘 넘긴다. 그러나 관계가 힘들었던 가족은 몇 년 후 가족이 다시 재결합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
일이 잘되면 자기 탓, 안되면 남 탓이라고 했던가. 자녀교육을 위한 가족의 해외이주라는 의사결정은 어찌되었건 부부가 혹은 가족전체가 합의하여 만들어낸 것임을 잊지 말자. 그리고 처음에 목표한 것들을 단기간에 성취하지 못했다고 조급해하거나 서로를 비난하지 말자. 공부를 못하는 것 조차, 그건 아이들 잘못이 아니다. 공부하는 능력이 아이들마다 다른 것을. 아이들이 잘 해내는가? 그것또한 엄마의 성취가 아니다.
최근 모 신문사에서 이제 직장인이 된 90년대 조기유학 1세대들 100명을 인터뷰하였다. 이들은 유학을 통해 얻게 된 것을 영어도, 학벌도, 돈도 아닌 ‘행복’에서 찾았다. 좁은 한국사회에서 경험하지 못하던 삶의 즐거움, 자신만의 삶의 색깔을 지닐 수 있는 여유로움이 주는 ‘행복’말이다. 그러나 이 ‘행복’ 조차도 부모가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만들어줄 수가 없다. 아이들은 자기들 때문에 부모가 다투고 실망하는 환경에서는 행복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가 조급해하고 아이에게 기대치를 높인다고 아이들이 따라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자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코치와 같은 중립적 자세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가. 그 힘든 과정을 겪어내는 부모들은 하나같이 인격적 성숙을 경험한다. 학부모 자조모임을 통한 부모들 서로간의 경험공유와 자기성찰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필자 조은숙 석세스에서 가족상담가로 일하고 있다. 가족학 박사,  BC주 Registered Clinical Counsellor, Univ. of Wisconsin정신과 연구원 역임

석세스의 학부모 자조그룹은 1학년부터 12학년까지의 자녀를 둔 부모님들을 위해 매달 다양한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가지고 만납니다.  9월부터 다시 시작될 자조그룹에 관심이 있으시면 604-468-6100 (조은숙) 으로 문의해주십시오. 한국어 심리상담 및 가족지원 프로그램은 United Way, 한인신용조합과 한아름마트의 지원으로 운영됩니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칼럼니스트:조은숙
  • 석세스의 가족지원 및 심리상담프로그램 담당자
  • 김은주/써니윤
  • 영유아발달 프로그램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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