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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만나 셋이 될 때 필요한 것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9-05-08 00:00

게오르그 짐멜이라는 독일의 사회학자가 있다.  짐멜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는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어나가는데 숫자가 미치는 영향을 눈여겨 살폈다. 

관계가 둘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우(이자관계, dyad)는 좀 더 직접적이고, 책임과 경계가 확실하며, 그렇기 때문에 갈등과 대결의 경우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에 한 사람이 더 등장하면 이 관계는 심각한 구조변동을 겪게 된다.  세 사람간의 관계(삼자관계, triad)는 관계 자체가 독립적인 힘을 갖는다.  관계의 화살표가 좀 더 복잡해질뿐 아니라, 관계를 이루는 사람들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미묘한 긴장감 혹은 풍성한 안정감이 따라오게 된다.

가족도 그렇다.
둘이 만나 부부가 되고, 살다가 아이를 낳아 세 식구가 되면 가족은 커다란 전환을 이루게 된다.  엄마와 아빠라는 새로운 역할과 기능에 적응해야 하며 부부관계도 이전과는 달라지게 된다.  이 낯설고 두려운 도전을 통해 한 개인은, 그리고 그가 맺는 관계는 성장할 수도 퇴보할 수도 있다.

아이가 태어났을때는 다들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는라 힘들다. 아이는 아이대로 편안하고 안정된 엄마뱃속에서 나와, 내 힘으로 숨쉬고 먹고 싸야하니 순간순간이 생존투쟁이다. 엄마는 엄마대로 젖먹이랴, 기저귀갈랴, 목욕시키랴, 뒤통수예쁘게 만들려고 자는 애기도 이리저리 고개 돌려줘야 하니 정신없고… 새벽에 애기 우는 소리에  깨서  돌아보면 남편은 마구 얼굴을 구기며 잔뜩 짜증섞인 목소리로 어떻게 좀 해봐 할 땐 눈물이 핑도는게, 뭐 애는 나 혼자 낳았나 싶어 그저 서럽다.
아버지라고는 아는? 밥은? 자자… 세 마디밖에 할 줄 모르던 아버지만 보고 자란 아빠는 이쁘고 좋다는 것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쑥스럽기만 한데, 게다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가장으로의 책임감에 맘은 무겁기만 하다.

둘이 만나 셋이 될때, 처음엔 누구나 서툴고 어색하고 힘들뿐이다.  내가 아빠라는 책임감에 살짝 눌리는 것 만큼이나, 아내도 아이는 돌봐야하는데 몸은 따라주지 않는 상황이 짜증날 수 있다는 걸 알아주는 것,  울음이라는 아이의 새로운 언어에 귀 기울이는 것,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씩 인내하는 것, 그 가운데 셋이 온전하게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아이에 대한 꿈, 가족의 미래에 대한 소망을 나누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누구 혼자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아빠가 그리고 아이가  함께 그려가는 것이다.
누구는 돈 벌어오고, 누구는 집에서 애키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돈 벌고, 함께 키우는 것이다.   엄마는 지금은 아이를 손수 키워서 지출을 줄여 가정경제를 돕는 것이고  아빠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가 곱고 높은 여성의 목소리 뿐만 아니라 낮고 안정적인 다른 목소리에도 자극을 받고 반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엄마는 요리하고 아빠는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요리하고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이 운전을 함으로써 아이는 내가 여자는 이런 일, 남자는 이런 일 구별되어 세상을 알게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잘 하는 일을 즐겁게 함으로써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봐서 알게되는 것이다.

둘이 셋이 되었을때, 이 관계가 엄마-아빠, 엄마- 아이, 아빠- 아이, 이렇게 균형있게 확장될때, 그래서 엄마가 아이때문에 뚜껑 열렸을때, 아빠가 소방수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아빠가 아이 기저귀 갈아준다고 해놓고는 제대로 못해 오줌이 다 새나오더라도 엄마는  “애가 아까 우유를 많이 먹더니 오줌을 많이 쌌나보네…” 하고 무안치 않게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엄마와 아빠가  등돌리고 잘때, 아이가 그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 꼬무락 거리면서 잘 때,  우린 커가는 가족을 보게 된다.

둘이 만나 셋이 될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용기와 적응, 인내와 노력이다.  둘이 셋이 되고, 아이는 자라고, 가족도 자란다.  가정의 달 5월.  창 밖에 자라나는 푸른 잎들처럼.

필자소개 김은주
사회학과 사회사업을 공부했다.  지역사회에서 가족, 노인, 청소년과 함께 일했고, 현재 썩세스 초기아동발달팀에서 일하고 있다.


썩세스 다문화 초기아동발달서비스에서는  매월 둘째, 네째주 목요일 오전10시에서 12시사이에 6세 이하 아동을 둔 한국부모님들의 모임, 한국영유아부모모임(Korean Parenting Club)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모임에 참여하시길 원하시거나, 초기아동발달에 관한 궁금증은  604-468-6101로 문의하시면 됩니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칼럼니스트:조은숙
  • 석세스의 가족지원 및 심리상담프로그램 담당자
  • 김은주/써니윤
  • 영유아발달 프로그램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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