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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의 길 - 바라밀의 실천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6-01-30 00:00

보살의 길에 구체적으로 여섯 가지 단계가 있다고 했는데, 지난 주 첫째에서 넷째까지 이야기했고, 이제 그 다섯째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다섯째는 이른바 '여섯 가지'나 '열 가지' '바라밀'(波羅蜜, p?ramit?)을 실천하는 것이다. ‘바라밀’은 문자적으로 '저쪽으로 완전히 건너감'(度彼岸)이라는 뜻으로, 깨침이라고 하는 구경(究竟)의 경지에 이르려는 보살이 완벽하게 이루어야 할 구체적 실천 사항이라 이해하면 될 것이다. 그 여섯 가지란 1. 보시(나눔), 2. 지계(계율을 지킴), 3. 인욕(참음), 4. 정진(힘씀), 5. 선정(깊이 명상에 듬), 6. 지혜(눈 뜸)이다. 이중 특히 보시와 인욕에 대해 좀 살펴보기로 한다.

보시(布施, d?na) - 자비의 마음으로 다른 이들에게 조건 없이 주는 것이다. 요즘말로 고치면 관대(generosity), 자선(charity), 기부(donation), 나눔(sharing) 등으로 옮길 수 있을 것이다. 보시에는 일반적으로 재시(財施), 법시(法施), 무외시(無畏施),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물질을 나누어 주는 것, 진리의 말을 나누어주는 것, 남에게 무서워하지 말라고 용기를 주는 것이다. 참된 보시는 주는 자와 받는 자의 구별이 없어지고, 우월감이나 열등감 같은 것이 개입되지 않을 때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보시를 통해 내 속에 있는 '세 가지 해독'(三毒), 곧 탐욕(貪), 미움(瞋), 어리석음(癡) 중 특히 '탐욕'을 극복하는 법을 배운다. 

내가 남에게 무엇을 줄 때, 혹은 교회에 헌금하거나 절에 시주를 드릴 때, 내가 복을 받기 위함이라던가, 남에게 관대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함이라든가, 우쭐대어 보기 위함이라든가, 받는 사람이나 단체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어디까지나 '자기중심적' 동기에서 나온 자선으로서, 삼독 중 하나인 탐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더욱 탐욕스런 사람으로 만드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인욕(忍辱, k??nti) - 참는 것이다.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에서도 화내지 않고, 오히려 너그럽게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사바'(娑婆, sabh?) 세계라고 하는데, '사바'란 산스크리트 원어를 음역한 것이고 본래 뜻을 따라서는 '인토'(忍土) 혹은 '감인토'(堪忍土)라고 번역한다.  이 세상이란 어쩔 수 없이 '참으면서 살아야 하는 세상'이라는 뜻이다. 인욕을 통해 '삼독' 중 특히 '미움'을 극복하게 된다.

그러나 한 가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참고 이해하고 용서해야 한다고 해서, 나쁜 짓 하는 사람을 무조건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인가? 국가의 모든 사법제도나 감옥을 다 없애도록 촉구해야 할까?  어느 누가 내게 나쁜 짓을 했는데, 내가 무조건 참고 이해하고 용서했다고 하자. 여기에 용기를 얻은 그 사람이 내게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계속 나쁜 짓을 하고 다닌다고 하자. 그래도 무조건 참고 용서해야 하는 것일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은 당연히 벌을 주고 감옥에 넣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그 사람 개인에 대한 증오 때문이나 복수심 때문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전염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용서나 사랑이라는 이유로 마음대로 돌아다니게 할 수 없다.  병원에 격리수용하고 필요에 따라 자유를 억제해야 할 경우도 있다. 그렇게 하더라도 그것이 물론 그 전염병 환자 개인에 대한 증오심과 복수심 때문이 아닌 것과 같다.  병든 사람의 몸을 째고 환부를 도려내는 일처럼 그 환자를 위하는 마음으로 그에게 일시적 고통을 가하는 것은 인욕의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여기서도 문제는 그런 일을 할 때 나 중심적으로 생각하느냐 남 중심적으로 생각하느냐에 달린 것이라 할 것이다.



오교수의 속담풀이
오교수의 속담풀이.
  칼럼니스트:오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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