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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경전의 성립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6-01-03 00:00

경·율·론 삼장경

불교의 경전을 '삼장'(三藏, Tripi?aka)이라 부른다. 왜 그렇게 부르는가? 부처님의 입멸 후 제자들 사이에서 부처님이 실제로 하신 말씀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하고 이를 하나로 모아둘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이렇게 부처님의 말씀을 공식적으로 모으는 작업을 결집(結集, sa?gh?ti)이라고 하는데, 이런 결집이 역사적으로 몇 차례 있었다. 

제1차 '결집'은 부처님의 입멸 직후 마가다국의 수도 라자그리하에서 있었다. 거기에는 500명의 제자들이 모였고, 모임을 주선한 최고 지도자는 마하카샤파였다. 그는  먼저 부처님의 제자 우팔리에게 부탁하여 부처님의 말씀 중에 특히 승단의 규범이나 규례에 관계 되는 것들을 모두 외우도록 했는데, 이렇게 승단과 관계된 부처님의 말씀을 율(律, Vinaya)이라고 했다. 

이어서 마하카샤파는 그동안 부처님과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한 부처님의 사촌이며 제자이자 보좌관 및 시자(侍者)이었던 아난다에게 부탁하여 앞서 우팔리가 승단과 관계해서 외운 것 이외에 부처님이 하신 모든 말씀을 다 그대로 외우라고 부탁했다. 아난다는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Eva? may? ?rutam, 如是我聞). 부처님이 어느 때 어디에서 누구에게 어떤 말씀을 하셨다"라는 말로 시작해서 그가 부처님으로부터 들은 것을 모두 암기해서 되풀이했다. 이렇게 아난다가 일러준 부처님의 말씀을 경(經, S?tra)이라고 했다. 옛날에는 책이라는 것이 없이 모두 기억에 의존했기 때문에, 아난다 뿐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의 기억력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상했다. 뿐만 아니라 경전의 내용도 틀에 박힌 듯 일정한 형식을 취하도록 해서 기억하기가 비교적 쉽게 되어 있다. 

초기 경전 중 팔리어로 된 것은 '니카야'(Nik?ya)라고 하고, 산스크리트어로 된 것들은 '아가마'(?gama)라 하는데, 이것이 4,5세기경 한문으로 번역되어, '아함경(阿含經)'이라 하고, '장아함'(長阿含) '중아함,' '증일(增一)아함,' '잡아함' 등 네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Dhammapada'('진리의 길' 혹은 '진리의 말씀')는 팔리어 경전 쿠다카 니카야(小部)에 속하는 경전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약 400개의 짧고 아름다운 운문형식의 문장으로 정리해 놓았다. 이를 한역한 것이 바로 '법구경(法句經)'이다.  팔리어 본에서 몇 군데 인용하면,

경전을 아무리 많이 외워도 게을러 실천하지 않으면
남의 소를 세는 목동과 같아 종교적 삶에 보람을 찾지 못하리.(I. 9)

잠 못 이루는 사람에게는 밤이 길고, 지친 사람에게는 갈 길 멀듯
진리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삶의 사슬이 길기만 하다.(V. 1)

어리석은 사람은 '이 자식들이 나의 것이다, 이 재산이 나의 것이다'고 한다.
자기 자신도 자기 것이 아니어든 어찌 자식이나 재산이 자기 것이랴.(V. 2)

어리석은 사람은 한 평생 어진 사람과 가까이 해도 진리를 알아볼 수 없다. 
숟가락이 그 국 맛을 모르듯이. (V. 5)

지혜로운 사람은 한 순간 어진 사람과  가까이 해도 진리를 알아볼 수 있다. 
혀가 그 국 맛을 알듯이. (V. 6)

육중한 바위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
지혜로운 사람은 비난과 칭찬에 움직이지 않는다.(VI. 6) 

경과 율에 이어 부처님의 가르침 중 특별한 문제나 주제에 대해 더욱 상세하고 체계적인 해설을 덧붙이게 되었는데, 전통적으로는 그것도 아난다가 외운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후대의 학승들이 새로운 의식과 이해를 가지고 체계적으로 주석한 것이라 본다. 아무튼 이런 주석들을 따로 모아서 논(論, Abhidharma)이라고 했다. 이렇게 하여 불전은 '경·율·론' 세 부분을 갖추게 되었고, 이 때문에 '세 개의 바구니'라는 뜻으로 '트리피타카'(tripi?aka)라 부르게 되었는데, 이를 동아시아에서는 삼장(三藏)이라 한다. 

부처님의 입멸 후 곧 열렸던 제1차 결집 이후 100년이 지난 기원전 390년경에 제2차 결집이 있었고, 그 이후 다시 150년 정도 지나 기원전 247년 그 유명한 아쇼카(阿育, A?oka) 성왕의 주선으로 제3차 결집이 거행되었다.  물론 3차 결집 이후 몇 세기가 지나 대승불교가 성립되면서 '반야경', '법화경', '화엄경', '아미타경' 등의 대승경전들이 계속 편찬됨에 따라 대승 불교 경전은 더욱 방대하게 되었다.  동아시아에서는 불경 모음에는 인도에서 전해진 경율론 외에도 동아시아 고승들의 저술까지를 포함시켰는데, 이런 방대한 분량의 불서를 통틀어 대장경(大藏經)이라 한다. 

불경의 성립 과정은 어느 면에서 그리스도교 성경의 성립 과정과 비슷한 면이 있다.  불경이고 성경이고 그것이 처음부터 오늘 우리가 보는 것과 같은 모양의 책으로 인쇄되어 나오고, 그것이 그대로 우리에게 전해 내려온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 구전으로 내려오다가 다시 문자화되고, 그것이 인쇄술이 발명되기 전까지는 하나하나 손으로 필사되어 전해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본마다 약간씩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불경이든 성경이든 일점일획도 오류가 없다는 말은 적어도 그 본문을 놓고서는 성립할 수 없는 주장이다.



오교수의 속담풀이
오교수의 속담풀이.
  칼럼니스트:오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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