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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태도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5-12-29 00:00

여기서 우리는 죽음에 대한 불교의 기본 태도를 볼 수 있다. 부처님이나 깨달음에 이른 제자들의 경우 죽음은 인간이 거쳐야 하는 하나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여긴 것이다. 죽음에 대한 불교의 태도를 더욱 생생하게 보여주는 극적인 이야기가 있다. 키사 고타미('가녀린 고타미')라는 여인이 있었다. 아들을 낳았는데,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무렵 병이 들어 죽고 말았다. 여인은 죽은 아기를 허리에 끼어 차고 사방을 다니며 아기를 살릴 수 있는 약이 있는가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어떤 사람이 아기를 살릴 약을 알 수 있는 사람은 부처님 밖에 없으니 부처님께 가보라고 했다.

자기를 찾아온 여인을 본 부처님은 "약을 구하러 여기까지 잘 찾아 왔소. 이제 동네로 가서 겨자씨를 얻어오도록 하오. 단 가족 중에 죽은 이가 없는 집에서 얻어 와야 하오." 여인은 기쁜 마음으로 동네로 가서 겨자씨를 구했다. 겨자씨를 얻고 돌아서서, "이 집에서 죽은 사람이 없나요?"하고 물어보면 모두 전에 누구 누구가 죽었다고 대답했다. 동네를 다 돌고 여인은 결국 죽음에 대한 실상을 보게 해준 부처님의 자비심을 깨닫게 되었다.

아기를 공동묘지로 데리고 가서 눕히고 그의 손을 잡은 채, "아기야, 나는 너만 죽은 줄로 알았다. 그러나 너만이 아니구나. 누구나 다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아기를 두고 부처님에게로 돌아가 그의 제자가 되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로 중국에서는 이 부분을 한문 경전으로 번역할 때 그 여인이 마을로 돌아가서 집집을 방문하면서 사람들의 위로를 받으므로 사별의 슬픔을 이긴다는 뜻으로 풀이해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부처님 뿐 아니라 소크라테스, 장자 같은 성현도 죽음이 모든 것에 내재한 하나의 불가피한 과정이라 보고 그것을 그대로 담담하게 수납하거나 심지어 환영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장자의 경우 죽음을 사철의 바뀜처럼 자연스런 현상으로 끌어안으므로 죽음을 이기는 '안명'(安命)의 태도를 강조하고 있다. 이 모두가 십자가 위에서 죽음을 맞아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시나이까?" 하는 예수님의 처절한 절규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예수님이 가장 인간적이었기 때문일까? 물론 예수님의 이 울부짖음도 죽음 자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기보다, 하버드 대학교 하비 콕스 교수가 ‘예수 하버드에 오다’라는 책에서 지적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가 하느님을 가장 필요로 할 때 하느님이 그와 함께 하지 않았다고 느낀 그 절망감에 대한 반응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부처님이 입멸하고 난 다음 날 아난다는 주위 성읍에 있는 사람들에게 기별을 전했다. 사람이 모여 춤을 추고, 음악을 연주하고, 꽃다발과 향을 바쳤다. 시신을 새 천과 솜으로 겹겹이 싸고 향유통에 모신 채 6일간 애곡한 다음, 7일 되는 날 화장을 하고, 그 재는 열 나라에 나누었다. 부처님의 지시대로 그것을 봉안하기 위해 '네거리'에 각각 봉분을 만들었는데, 그것을 '스투파'(stupa)라 하였다. 여기에서 한문의 탑파(塔婆)라는 말이 나오고, 줄여서 탑(塔)이 되었다.  스투파는 처음 둥그런 무덤 형태였으나 그 후 여러 모양으로 화려하게 장식되고 곧 일반 신도들의 순례와 경배의 대상이 되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산치와 바르후트에 있는 것들이다.

중국에서는 벽돌로 만든 전탑(塼塔)이, 한국에서는 화강암으로 만든 석탑(石塔)이, 일본에서는 나무로 된 목탑(木塔)이 많다. 부처님의 유골을 봉안한 것으로 믿어지는 것을 진신 사리탑, 부처님의 말씀인 경전을 담고 있는 것을 법신사리탑이라 한다. ‘사리’(?ar?ra)는 몸이라는 뜻으로 처음에는 부처님의 몸을 화장하고 남은 유골을 뜻하였지만, 요즘은 일반적으로 고승들의 몸을 화장한 후 찾아내는 작은 구슬모양의 결정체를 일컫기도 한다. 엄격하게 구별해야 할 경우 스님들의 몸에서 나온 이런 사리는 진신 사리, 법신 사리와 달리 '승 사리'(僧舍利)라 해야 한다.



오교수의 속담풀이
오교수의 속담풀이.
  칼럼니스트:오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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