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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 귀의합니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5-12-12 00:00

불교 공동체의 성립

이제 무아에 대한 가르침이 끝나자 네 명의 수도승마저 깨달음을 얻었다. 이렇게 아라한이 된 다섯 명의 제자와 부처님까지 하여 여섯 명이 ‘상가’(Saṅgha)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불교 공동체의 창립 멤버가 되었다. 이 ‘상가’라는 말에서 한문의 승가(僧伽) 혹은 승(僧)이라는 말이 나왔고, 승단(僧團)이라는 말도 생겼다. 우리말 ‘스님’이나 ‘스승’이라는 말도 같은 어근에서 나왔다고 한다.  불교 초기 경전에 의하면, 이렇게 승가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나는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나는 진리에 귀의합니다.  나는 승가에 귀의합니다.”하는 불법승(佛法僧) 삼보(三寶)에 귀의하는 삼귀의(三歸依)을 세 번 외우도록 했다고 한다.

부처님이 이들 다섯 명의 제자와 함께 아직 녹야원에 있을 때 그 부근 베나레스(바라나시)에 사는 어느 부자의 아들 야샤(耶舍, Yaśa)라는 젊은이가 삶의 문제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민하던 끝에 새벽에 집을 나와 돌아다니다가 부처님을 만나 위로와 가르침을 받게 되었다. 말없이 집을 나간 아들을 찾으려고 그의 발자국을 따라 나온 그의 아버지가 그리로 오는 것을 보고 부처님은 야샤를 보이지 않게 하고, 그 아버지에게도 진리를 설했다.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부처님의 설법을 들은 야샤는 깨침을 얻어 부처님의 여섯 번째 제자가 되고, 그의 아버지도 삼보에 귀의하여 들어온 최초의 재가(在家) 남신도가 되었다. 그 후 야샤의 어머니와 그의 아내도 최초의 재가 여신도들이 되었다. 야샤는 자기 친구 네 명을 데리고 오고, 그 후 다시 50명을 데리고 와서 이제 제자들이 모두 60명으로 늘어났다.

한 가지 지적할 것은 여기서처럼 야사를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으로 만들었다던가, 기타 부처님이 강을 날아서 건넜다던가, 물위를 발이 젖지 않고도 걸었다던가, 제자 아난다가 떡 한 덩이를 가지고 부처님을 비롯 많은 이들에게 계속 나누어 주어도 떡이 그대로 남았다던가 하는 ‘기적’ 이야기가 부처님의 생애에 많이 언급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물어보아야 하는 것은 이런 ‘기적’ 같은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났던 이야기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기적적인 능력(riddhi)을 대단한 것으로 여겨 거기에 집착하느냐, 혹은 이런 것은 영적 여정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현상으로서, 이런 현상이 생길 때 이런 것을 하나의 이정표 정도로 생각할 뿐 그런 것에 집중력을 빼앗기지 말고 해오던 정진을 계속하느냐 하는 것이다. 종교에서 이런 초자연 현상을 종교적 수행이 이르는 목표로 생각하는 경우, 더욱이 그런 능력을 금전적인 목적이나 정치적 권력을 위해 남용하는 경우, 그런 사람은 엉터리(charlatan)에 불과할 뿐 참된 종교인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다. 예수님도 돌로 떡을 만들거나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려도 다치지 않음을 보이라고 했을 때 이를 거절하지 않았던가. 종교의 일차적 목적은 초능력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처님은 ‘많은 사람들의 이익과 행복을 위하여’ 이들 60명의 제자들을 여러 곳으로 파송해 가르침을 전하게 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그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인종이나 사회 계급이나 성별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가르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런 평등하고 무차별적인 포교의 결과로 승가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게 되자 부처님은 이들이 일일이 먼 거리를 걸어와 부처님을 직접 만날 필요가 없이, 제자들 스스로 이들을 승가에 들어오게 하는 입단식을 치르도록 했다. 먼저 삭발을 하고, 승복으로 갈아입고, 삼보에 귀의함을 세 번 외우는 것이었다. 나중에 제도화된 것이기는 하지만, 이외에도 1) 살생과 2) 도둑질과 3) 거짓말과 4) 음란과 5) 음주, 다섯 가지를 금하는 오계(五戒)를 받들겠다는 수계(受戒)의 절차도 밟았다. 승가에는 전통적으로 사부대중(四部大衆)이라고 하여, 출가한 남자 스님 비구(比丘, bhikṣu)와 여자 스님 비구니(比丘尼, bhikṣuṇi), 재가 남신도 우파새(優婆塞, upāsaka)와 재가 여신도 우바이(優婆夷, upāsikā)로 나누어지는데, 특히 출가 스님들의 경우 지켜야 할 세부 계율로 비구는 250계를, 비구니는 348계를 받았다.

부처님은 2만명의 제자들과 함께 그의 고향을 찾아갔다. 가서 아버지, 양어머니, 부인, 아들, 그리고 사촌들과 친구들을 모두 승가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였다. 이렇게 불교 공동체는 계속 커져갔다.



오교수의 속담풀이
오교수의 속담풀이.
  칼럼니스트:오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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