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부처님의 출생-'옆구리에서 옆구리로'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5-09-19 00:00

종교간 대화를 위한 불교 이야기(3)

불교는 물론 붓다(563-483 BCE)에 의해 창시되었다. 붓다(Buddha)라는 이름은 음역되어 '부처' '불타'(佛陀) 혹은 '불'(佛)이라고도 한다. 보통 최근의 학술 서적에서는 본래의 발음 그대로 '붓다'라 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여기서는 우리 귀에 더욱 익숙한 '부처님'이라는 말을 쓰기로 한다.

 부처님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가지 상이한 자료가 있어서 한 가지로 통일하기가 힘들다. 성서 사복음서가 예수님의 생애에 대해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듯이, 부처님의 생애를 서술한 문헌들도 부처님에 대해 각각 다르거나 심지어 상충하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 불교 전통에 의하면 기원전 6세기 경 히말라야 산맥 밑자락, 지금 네팔과 인도 변경 부근에 카필라 성이 있었는데, 거기에 샤캬(釋迦)족에 속하는 슈도다나(淨飯王,  Śuddhodana)라는 왕과 그의 아름다운 왕비 마야(摩耶, Māyā) 부인이 살고 있었다. 사실 후대 문헌에서 '왕'이라고 나왔지만, 그 당시 수많은 부족들의 지도자였던 '라자'(rāja)들 중 하나로, 동서 80킬로미터, 남북 60킬로미터 되는 조그마한 지역의 족장이나 추장(chieftain) 정도라 볼 수 있다. 아무튼 이들에게는 결혼 후 여러 해가 지나도록 아이가 없었다. 그러다가 마야 부인이 45세쯤 되는 어느 날 꿈을 꾸었는데, 하늘에서 큰 코끼리가 코에 흰 연꽃을 가지고 나타나 부인 주위를 몇 바퀴 돈 다음 부인의 오른 쪽 옆구리로 들어갔다. 이렇게 하여 마야 부인은 임신을 하게 되고, 출산 기일이 되어오자 그 당시의 관습대로 아이를 낳기 위해 친정집으로 가게 되었다. 

가마를 타고 친정으로 가는 도중 룸비니라고 하는 동산에 이르러 무우수(無憂樹) 나무 가지를 잡으려고 오른 손을 드는 순간 아기가 왼쪽 옆구리를 통해 나오고, 나오자마자 북쪽을 향해 길게 일곱 발자국을 걸어가, 오른손으로 하늘을, 왼손으로 땅을 가리키며, 사자와 같이 우렁찬 목소리로, "하늘 위와 땅 아래에 나밖에 존귀한 것이 없다"(天上天下唯我獨尊)고 선언했다. 이 아기가 바로 고타마(Gautama) 혹은 싯다르타(Siddhārtha, '목적을 이룬 이')로서 장차 부처님이 될 아기였다.

여기서 "천상천하유아독존"에 대해 한 마디 하고 지나가자. 일반인도 이런 말을 들으면, "그야말로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처지에 교만이 극에 달했구나. 어찌 세상 천지에 자기만 존귀한 존재라 하는고..." 할 수도 있고, 특히 그리스도인들 중 더러는 "예수님은 어찌하고 자기가 유일하게 존귀하다는 건가?"하는 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나'(我)라는 것이 무엇일까? 앞으로 이야기해 가면서 더욱 분명해지겠지만, 여기서 '나'는 역사적으로 태어난 개인적인 이 한 몸으로의 '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구태여 말한다면 일단 '우주적인 나' 혹은 '큰 나(大我)'라 이해하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어린 부처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속에 있는 '초개인적 자아(transpersonal self)' '참된 자아' 같은 것이라 할 수 있고, 이렇게 역사나 개인을 초월하여 보편적인 실재로서의 '나'가 이 우주에서 그 어느 것보다 존귀하다는 뜻이라 이해하는 것이다. 

 비슷한 경우를 예로 들면, 예수님도 스스로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로 갈 사람이 없다."(요한복음14:6)고 했다.  여기에서 예수님이 말하는 '나는'이 무슨 뜻일까?  예수님도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부터 내가 있다."(요8:58)고 한 것을 보면 이 때 '나'라고 하는 것도 역사적인 한 개인을 넘어서는 근원적인 '나'를 지칭하는 것이고, 결국 이것이 바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 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없을까 생각해 본다.

soft103@hotmail.com



오교수의 속담풀이
오교수의 속담풀이.
  칼럼니스트:오강남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