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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5-09-06 00:00

종교간 대화를 위한 불교 이야기(1)

불교는 동남 아시아 및 동북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종교다.  타일랜드,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가 다 아는 것처럼 중국도 수(隋)나라, 당(唐)나라 시대 불교국이었을 만큼 불교가 융성했음은 물론, 일본도 얼핏 신도(神道)국이라 오해할 수 있지만 역시 옛날부터 지금까지 불교가 가장 중요 종교로 내려오고 있다.  한국의 경우 삼국 시대와 고려 시대 불교가 국교였다가 조선시대에 들어와 유교에 그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지만, 민간 차원에서는 계속 불교가 중요한 종교로 내려왔고, 2003년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지금 한국 인구의 26.3%가  불교인으로 한국 종교 인구 중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실정이니 불교를 이해하지 않고는 동양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 지나친 말이 아니다.  특히 한국인이라면 현재 국보나 보물급 문화유산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지난 2천년 가까이 한국인의 중요한 정신적 뿌리의 하나로 한국인의 심성을 꼴 지워 왔던 불교를 모르고 진정으로 훌륭한 한국인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 조상은 어떤 눈으로 우주와 삶을 보았고,  지금 우리가 세계와 인생을 보는 안목이 어느 정도 그 영향 아래에서 이루어진 것인가를 아는 것은 한국 지성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교양이요 지적 의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신기한 사실은 오늘날 불교를 이해하는 것은 동양이나 한국을 이해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양에서도 쇼펜하우어, 니체, 와그너, 하이데거, 데리다, 푸코 등 불교 사상에 영향을 받은 사상가들이 많고, 현재 불교와의 관계에서 그리스도교 신학을 대폭 수정하고 있는 신학자들도 많아, 서양 현대 사상이나 신학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불교 사상의 이해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영국의 역사가 아놀드 토인비(Arnold Toynbee)는 후대 역사가들이 20세기에 일어난 일들을 살펴보고, 그 중에서 무엇이 가장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볼까 가상해 볼 때, 그것은 우주선이나 컴퓨터 같은 과학 기술 상의 사건이나 공산주의의 흥기와 몰락 같은 사회 정치적 사건이 아니고, 그리스도교와 불교가 처음으로 의미 있게 만난 것을 지적하리라고 예견했다.  현재 불교는 아시아 제국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양에서도 거기 따르거나 호응하는 사람들이 많다.  뒤에 자세히 논의하겠지만, 서양에서는 특히 선(禪)불교, 티베트 불교, 비파사나 명상이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한국인들, 특히 한국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 불교는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가?  좀 극단적인 예이지만, 그리스도인들 중에는 불교도들을 회개시키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는 팻말을 흔드는 이, 혹은 ‘불교 법당은 귀신의 종합청사’라 외치는 이, 심지어 불교를 박멸하겠다고 도끼를 가지고 나서는 이마저 있다.  이런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상당수 한국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불교는 각목 들고 싸우는 미신적인 종교일 뿐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 아닌가?

물론 불교에 이런 미신적이고 폭력적이고 부조리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불교를 아들 낳기 위한 수단 이상으로는 생각해 보지 못하는 불자들이 상당수 있을 수 있고, 마치 종권 다툼에서 이기는 것이 그들이 불교에서 성취할 수 있는 최대의 과업인 것처럼 행동하는 불교 지도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리스도교계에서 발견되는 불합리하고 천박한 현상으로 그리스도교를 도매금으로 폄하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교에서 드러난 이런 부정적인 현실로 불교 전체를 그대로 매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 종교간, 특히 그리스교와 불교 간의 대화와 화합을 위해 불교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부처님의 가르침의 핵심은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발전되었던가 하는 문제를 가지고 차근차근 이야기해 보도록 한다.

soft103@hotmail.com


 



오교수의 속담풀이
오교수의 속담풀이.
  칼럼니스트:오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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