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삶을 정리하는 일은 시작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캐나다에 살면서 한국과 다른 장례 문화에 대해 잘 아는 한인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더군요. 제 직업 소개를 통해 한인들이 장례 문화와 새로운 직종의 직업군으로써 한번쯤 관심을 가지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일반인에겐 아직 생소한 업종인 장례준비 카운셀러(Pre-Planning Advisor)일을 하고 있는 한인 옥혜정(영어명 Heather Meleod)씨.
Dignity Memorial 소속으로 3개월의 트레이닝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지는 얼마 안됐지만 언젠가는 본인과 가족의 일로 닥쳐올 장례에 대해 만나는 사람마다 많은 궁금증을 표하기에 지면을 통해 한인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캐나다인들은 오래전부터 자신과 가족들의 장례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합니다. 가족을 보내는 슬프고 황망한 마음보다는 삶을 정리하며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드는 지속되는 삶의 여정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기 위해 허둥지둥 상을 치루는 게 아니라 10년 아니 20년 전부터 장례 일정과 비용에 대해 꼼꼼히 준비하고 계획하는 겁니다. 저는 그 일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을 준비하는 일을 하고 있고요”
옥씨는 한인들은 ‘장례’ 하면 아직까지도 묘지를 준비하면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캐나다에서도 이제는 10명 중 7명이 화장을 선택하고 있으며 장례 절차와 준비도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에 미리미리 준비하는 편이 본인과 자녀를 위해 안정감을 가져다 줄 것 같다고 말한다.
“회사에 대해 쉽게 소개하면 ‘상조보험’ 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러나 고객들이 선택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범위에 있어 한국에서 알고 있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처음에 ‘나 더러 빨리 죽으라는 소리냐’고 하시던 한인들도 캐나다의 장례 문화를 설명해 드리면 그제서야 이해를 하고 계약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2013년부터 2017년 5월까지 벨리뷰, 버퀴틀람 퓨네럴 등에서 Attendant로 근무하다 이 직종에 대한 제안을 받고 올 9월에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한인들이 많이 아는 직종은 아니지만 관심이 있다면 성실한 한인들이 도전해도 좋을 거 같구요”
옥씨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장례식을 가질 때 개인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략 1만- 2만달러의 예산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런 것처럼 오랫동안 병고를 앓지 않은 이상 누구도 죽음을 예견하긴 어렵고 그래서 남겨진 가족들에게 어쩔 수 없이 경제적 부담이 남겨지게 된다.
장례준비 카운셀러는 상담을 통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장례 비용을 산출하고 이를 장기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고객들의 경제적 및 심적 부담을 덜게 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인들의 사망이 많이 발생하는 겨울이나 주말에는 장례식장 예약 또한 힘들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것도 본인의 업무 중 하나라고.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로 장례는 고인 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아주 중요한 시간입니다. 이민자가 많은 캐나다에서는 특히 민족마다 장례 문화나 풍습도 다릅니다. 이를 이해하고 최대한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고객에 대한 배려와 인내심도 필요하구요”
캐나다인들과 다른 민족들과는 달리 한인과 일부 중국인들은 부의금을 받고 있으며 종교적 이유로도 저마다 선호하는 장례문화가 다르다고 옥씨는 전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가족과의 영원한 이별 앞에서 최선을 다해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려는 마음은 모든 사람들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먼저는 갑작스런 이별 앞에 당황하지 않고 남은 가족의 경제적 부담까지 고려한다면 아직은 먼 훗날 얘기처럼 느껴지는 죽음을 대비해 건강한 시절에 장례 플래닝에 대해 미리 알아보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것 같다.
문의 옥혜정: 604-544-2297
김혜경 기자 khk@vanchosun.com
<▲장례준비 카운셀러로 일하는 한인 옥혜정씨 사진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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