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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의 홋카이도 생활 1년(1)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2-10-31 00:00

기대와 두려움 속에 내딛은 첫 걸음



앞으로 3회에 걸쳐 김나혜 양(글렌이글 세컨더리 12년)의 일본 교환학생 체험 수기를 연재합니다. 나혜 양은 요들송 가수인 김홍철 씨와 김미화 씨 부부(포트 무디 거주)의 2녀 중 차녀로, 지난 해 8월부터 1년간 일본 아사히카와에 교환 학생으로 다녀왔습니다. <편집자주>



글렌이글 세컨더리(Gleneagle Secondary School) 10학년이 된 2000년 9월 어느날, 엄마가 나를 부르셨다. “너, 교환학생 가는 거 어때?” 난 처음 이 말을 듣고 ‘갑자기 웬 교환학생?’하고 생각했다. 1년 동안 가족과 친구들과 떨어지기도 싫고 아무도 모르고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살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엄마 아빠가 고등학교 시절에 단 한번 밖에 없는 좋은 기회라며 설득을 하시니까 서서히 관심이 갔다. 몇 년 동안 일본어와 불어를 배워왔기 때문에 갈 곳은 프랑스나 일본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캐나다에 이민 와 한국과 비슷한 일본의 고등학교 생활도 궁금했고 1년이나 살아야 되니 음식도 중요한 문제였다. 힘든 고민 끝에 내가 일본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스테이크랑 감자보다는 스시와 우동을 마음껏 먹고 싶어서 였다.

나셀 캐나다(Nacel Canada)라는 교환 학생 프로그램에 신청한 후 두꺼운 패키지가 왔다. 가족 사항, 일본에 가고 싶은 이유, 좋아하는 취미 등 10장 정도의 질문서를 작성해야 했고 학교선생님 두 분의 추천서와 3년 동안의 성적표도 보냈다. 그리고 장학금 신청을 위한 에세이를 쓰는데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았다.

2001년 2월 밴쿠버에 지진이 난 날 학교에서 일찍 오니 장학생으로 뽑혔다는 편지가 와있어 너무 기뻤다. 다행이 한 학년 위의 3과목을 미리 마쳤고 점심시간을 없애면서 12학년 불어를 해서 1년을 다녀와도 뒤떨어지는 일은 없게 되었다. 떠나기 두 달 전 내가 갈 도시가 정해졌다는 연락이 왔다. 홋카이도의 삿포로 다음으로 크다는 아사히카와라는 도시였다. 처음 들어보는 도시라 엄마랑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예술의 도시이며 겨울 6개월 내내 눈으로 덮여있으며 영하 20도 이하까지 내려간다는 것을 읽고 갑자기 가기가 싫어졌다. 원래도 추운 게 싫은 나는 교토같은 따뜻한 곳으로 가기만을 기대했지만 내가 선택할 수는 없었다.

결정이 되었을 때는 아직 6개월쯤 남아있어 별다른 느낌이 없었는데 2001년 8월 22일 떠날 날이 가까워지자 기대감과 두려움 때문에 마음이 너무 불안했다. 더구나 7월 30일부터 8월 17일 까지 밴쿠버 유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하프 연주자로 스코틀랜드 투어를 갔다 왔기 때문에 가족과 친구들과 많은 시간도 보내지 못하고 여행가방을 풀자마자 이민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떠나는 날 아침 언니가 내 방에 왔다. 어떻게 해서든지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언니랑 눈이 마주친 순간 둘 다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것을 시작으로 공항에 가는 1시간 동안 차 안에서 계속 울었고 마지막에 헤어질 때는 너무 울어서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많이 운 것은 처음이다.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전화를 한 후 나도 정신차리기로 결심했다. 막상 비행기를 타고나니 이제서야 일본에 간다는 것이 현실로 다가왔다.

9시간 후 도쿄 나리타 공항에 도착해 그곳 호스트 패밀리를 만났다. 다행이 영어를 할 줄 아는 가족이어서 덜 외로웠고 아직은 새롭기만 해 슬퍼할 틈도 없었다. 도쿄에 5일 동안 있으며 오리엔테이션도 하고 새로 생긴 디즈니 시(Disney Sea)라는 놀이공원도 갔다. 한국의 여름처럼 습하고 너무 더워서 차라리 춥다는 홋카이도에 빨리 가고싶기도 했다.

도쿄에서 1시간 40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드디어 아사히카와에 도착했다. 비가 오는 것을 보니 밴쿠버 기분이 났지만 내린 순간부터 너무 시골 같아 갑자기 텅 빈 느낌과 함께 외로웠다. 나의 호스트 가족은 아빠, 엄마, 그리고 7살짜리의 여동생이다. 이 가족은 내 일어도, 영어도 못 알아들어 그럴 바엔 못해도 일어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항에서 집까지 30분쯤 걸렸는데 온통 논밭 천지였다. 우리집은 자그마한 2층 집이고 내 방만 1층에 있었다. 책상과 푸톤(futon)이 놓여 있고 빨래걸이가 전부였다. 아직은 내 집 같은 느낌보다는 어딘가에 혼자 뚝 떨어져있는 느낌이 들어 쓸쓸했다. 가족 모두 외식을 하러 부페 식당에 갔다. 나는 별로 먹고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호스트 엄마가 이런 진수성찬은 오늘이 마지막일거라는 말에 열심히 먹었다. 알고 보니 이 집은 먹는 것에 별로 신경을 쓰지않았으며 검소하고 규칙이 엄해 내가 살아온 자유롭고 화기애애한 우리집 분위기와는 많이 달랐다. 기왕에 1년밖에 없는 시간이니 다른 점을 불편하거나 나쁘게 생각하지말고 좋게 받아들여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그 다음날 늦게 일어나니 점심으로 빵을 주셨다. 그 때 아빠가 녹음해주신 테이프를 틀었다. 일본의 유명한 포크 싱어 타카이시 토모야 아저씨가 한국의 요델 가수인 우리 아빠(김홍철 씨)와 함께 노래하고 얘기한 테이프인데 아빠의 웃음소리와 노래를 듣는 순간 입안에 빵을 문 채 눈물이 솟구쳤다. 도저히 그치지 못하고 흐느껴 우니 옆에 앉아있던 호스트 엄마도 같이 울었다. 너무나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그 후 집에 전화해서 식구들 목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가라앉았다. 이제 이 집이 내 집이려니 하고 오카아상(엄마) 또 오토오상(아빠)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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