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 등 외국인 최소 체류 6개월로 강화 한국 보건복지부, ‘석 달 체류면 가입허용’ 현행 제도 악용 많아
노스밴쿠버에 사는 교민 이경숙(72)씨는 올 겨울에 방문할 예정이던 한국행 계획을 바꿔 지난달 입국했다. 은퇴 후 1년에 한 번 정도 한국에 들어가 친구와 친지를 만나며 머물던 기간에 건강검진 및 필요한 경우 치료를 받았던 이씨는 그동안 건강보험 혜택을 활용해 왔었다.
그러나 최근 한국정부가 재외국민이나 외국인이 건강보험에 가입한 후 고가의 진료만을 받고 출국하는 문제 개선을 위해 제도를 대폭 개선하겠다는 발표 후 최소 체류 기간이 6개월로 늘자 올해 입국을 서두르게 된 것이다.
이씨처럼 한국 건강보험을 사용해 검진이나 치료 목적의 한국행을 택했던 한인들은 앞으로 한국 체류 기간에 대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을 이용해 고가의 진료를 받고 튀는 이른바 ‘얌체 외국인’ 문제 해결을 위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최소 체류 기간을 이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렸다. 또한 6개월 이상 머무를 경우 선택이 아닌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하도록 정책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지금은 외국인이 한국에 입국해 석 달만 체류하면 건강보험 가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6개월을 체류해야 하며 지역가입자로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법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6개월로 늘리는 것은 올해 안에, 의무가입은 내년 중 시행을 목표로 정했다.
또 외국인 지역가입자 세대에는 전년도 건강보험 가입자 평균보험료 이상을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국민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영주권자, 결혼이민자의 경우 현재와 같이 보유한 재산과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하게 된다.
이 같은 복지부의 방침은 그동안 외국인들의 현행 건강보험제도 악용 사례 증가 및 건보료 체납 시 효과적 징수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결정됐다. 복지부는 앞으로 악용 사례 적발 시 체류기간 연장 허가, 재입국 등 각종 심사 시 불이익을 줄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이 선택이다 보니 필요할 때 가입하는 식으로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러다 보니 재외국민은 40.4%, 외국인은 56.2%만 가입해 내국인이 아파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씨는 “한국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고가의 진료를 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해 자신이 받은 치료비도 내지 않고 출국하는 비양심적인 동포들이 그렇게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 치료 기간이 너무나 오래 걸리는 밴쿠버 의료 체제에 지친 한인들이 어쩔 수 없이 택한 대체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건강보험증 대여, 도용 등의 불법행위는 현행 징역1년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서 3년 또는 벌금 3000만원 이하로 강화된다.
김혜경 기자 khk@vanchosun.com
<▲ 외국인 체류 6개월로 규정이 강화된 한국 건강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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