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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꼰대'입니까, '어른'입니까

박상혁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12-27 10:54

[어지러운 사회, '어른'이 필요하다]
이기주의에 우월의식 결합… 어른스럽지 못한 '꼰대' 넘쳐나
신입사원 괴롭히는 '젊꼰'도
"경쟁교육, 개인주의 부추겨 미성숙한 '어른아이' 증가"

"우리 아버지가 먼저였잖아!"

소년의 눈에 분노가 서렸다. 병원에 먼저 도착한 환자는 소년의 아버지였지만, 수술 순서는 나중에 들어온 재벌이 먼저였다.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주검이 된 아버지. 난동 부리는 소년을 한 의사가 제압한다. "진짜 복수를 하고 싶다면 그들보다 나은 인간이 되어라. 분노 말고 실력으로 되갚아줘. 네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엄하지만 사려 깊은 조언을 남긴 이 의사의 이름은 '김사부'다.

◇꼰대 말고 어른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가 시청률 22%(닐슨코리아·유료플랫폼 기준)를 돌파하며 동 시간대 1위, 전체 시청률 2위로 올라섰다. 이 드라마는 출세욕에 눈멀어 무리한 수술을 감행하다 좌천당한 강동주(유연석)와 교통사고 트라우마를 겪으며 의사로서의 갈림길에 선 윤서정(서현진)이 정의로운 외과의 김사부(한석규) 아래서 진정한 의사로 거듭나는 성장담이다. 흥행 핵심은 냉정함과 따뜻함을 겸비한 김사부의 '어른다움'.

사부(師父) 열풍은 어른이 부재한 시대상에서 비롯됐다. 최순실 국정 농단, 게으른 공직사회, 정치검찰, 모르쇠로 일관하는 청문회장 재벌들과 대조되는 김사부의 단호함과 정의로움은 우리 사회에서 종적을 감춰가는 '어른'의 모습을 대리 만족시킨다. 반면 어른스럽지 못한 기성세대를 향해서는 '꼰대'라 부르며 조소를 날린다. 지난 10일 방송된 tvN 토크쇼 '어쩌다 어른'의 주제는 '어른, 어쩌다 꼰대가 되었나'였다. 김상중·박해미 등 40대 이상 출연진 여섯 명은 올 초 SNS에서 유행했던 '꼰대 자가진단 테스트'를 했다. '상대방 나이가 어리면 처음부터 반말한다' '내가 해봐서 안다는 식으로 후배에게 조언한다' '인사 늦게 하는 후배가 눈에 거슬린다' 등 10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이 테스트에서 여섯 중 다섯이 '꼰대'로 분류됐다.

꼰대는 대인관계에서 '나'를 중심에 두려는 이기주의와 나이·지위·경험에서 오는 '우월의식'이 결합한 결과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 3월 남녀 직장인 947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회사 안에 꼰대가 있느냐'는 질문에 73.3%가 '있다'고 답했다. 꼰대 유형으로는 '자기만 맞는다고 생각하는 스타일'(30.4%), '까라면 까라는 식의 상명하복'(18.3%), '자기 경험을 일반화한 섣부른 충고와 지적'(12.4%) 등이 꼽혔다.

◇어른과 '어른아이'

노소(老少)의 문제로 치부하기 쉽지만, 꼰대의 본질은 '사람'에 있다. 지난해 신조어 사전에는 '젊꼰'(젊은 꼰대의 줄임말)이라는 단어가 등재되기도 했다. 직장인 신재천(27)씨는 "나이가 어리다고 꼰대가 아니라는 법은 없다. 사회생활 1~2년 먼저 시작했다고 거드름 피우며 신입사원 괴롭히는 '젊꼰'도 많다"고 말했다.

고베여자대학 문학부 명예교수인 우치다 다쓰루는 저서 '어른 없는 사회'에서 '길거리의 빈 깡통 줍기'로 어른과 아이를 분류한다. 빈 깡통을 줍는 일은 누구의 의무도 아니지만 이를 '모두를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줍는 사람이 어른이라는 것이다. 다쓰루는 "경쟁 지향적인 교육 시스템이 '공동체'보다 '개인'만 생각하는 사회를 만들었다"면서 "사람들이 점점 아이들이 돼 간다"고 우려한다. '꼰대'는 '어른아이'의 또 다른 이름인 것이다.

다쓰루는 "지금의 미성숙한 젊은이들이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반드시 '미성숙한 노인'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 책을 번역한 김경옥씨는 "어른을 동경하면서도 스스로는 어른이 되기를 유보하는 '어른아이'가 늘어나는 현상은 국경을 초월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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