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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운전' 250만명… 안전 대책이 없다

윤형준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3-24 11:46

고령 운전 교통사고… 5년동안 倍 늘어
 

[한국] 지난 19일 오후 3시 26분 대전 동구의 왕복 6차선 거리. 가운데 차선으로 달리던 검은색 쏘나타 승용차 한 대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인도로 올라와 상가로 돌진했다. 도로와 인도 사이의 안전 펜스를 뚫고 들어간 차량은 인도에 주차돼 있던 오토바이, 상가 건물을 차례로 들이받고서야 멈췄다. 하지만 운전자가 액셀을 계속 밟았는지 차량 바퀴는 희뿌연 연기를 뿜으며 계속 돌아갔다.

이날 사고를 낸 운전자는 85세 강모씨였다. 사고 차량에서 제 발로 걸어 나온 강씨는 출동한 경찰이 사고경위를 묻자, “왜 사고를 냈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는 이날 상가를 들이받기 몇 분 전에 다른 차량과 두 차례 접촉사고를 냈지만, ‘내가 접촉 사고도 냈느냐’며 기억이 없었다”고 했다. 경찰은 강씨가 실수로 브레이크 대신 액셀을 밟아 일어난 사고로 보고 있지만 고령에 따른 치매 증상이 있는지도 조사 중이다.

강씨처럼 고령의 운전자들이 운전 조작 실수나 교통 상황을 잘못 판단해 내는 사고가 심심찮게 일어나면서 경찰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지난 2월엔 73세 운전자가 대형 마트 주차장에서 액셀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조작하는 바람에 60세 남성을 치어 숨지게 한 사고도 있었다. ‘운전 기술은 할수록 는다’는 일반의 상식이 ‘실버 운전자’에게는 꼭 들어맞진 않는다는 얘기다.

경찰청에 따르면 교통사고는 지난 2009년 23만1990건에서 지난해 22만3552건으로 감소했지만,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1만1998건에서 2만275건으로 5년 사이 배 가까이 늘었다.

 

노인이 되면 집중력과 신체 반응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실버 운전’사고가 발생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의 2012년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신호등을 보고 반응하는 시간은 평균 0.8초로 비고령자의 0.729초에 비해 느렸다. 고속도로 터널 안에서 앞차가 사고가 난 ‘돌발 상황’을 가정하고 진행된 주행 시뮬레이션에서도 고령 운전자는 4.37초 만에 반응해, 비고령 운전자의 2.75초보다 약 60%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 운전자가 상대적으로 차를 천천히 모는 등‘안전 운전’을 하려는 경향은 있지만 신체 능력 저하로 인한 위험이 작지 않다는 얘기다.

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233만여명에 달하는 65세 이상 운전자는 고령화 추세로 볼 때 내년엔 25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는 5년에 한 번 시력검사 위주의 적성검사를 실시하는 것 외에
고령 운전자의 운전 능력을 가려낼 특별한 대책이 없다. 경찰이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고령 운전자에게 교
통비 등을 지급하는 ‘운전면허 반납제’도입 등을 여러 차례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늙었다고 운전도 못 하게 하느냐’는 고령 운전자들의 반발 때문이다. 지난해 8월부터 교통안전교육 3시간을 이수한 고령 운전자에게 자동차보험료를 일부 할인해줘 교육 수료를 유도하고 있지만 지난해 이 교육을 받은 사람은 1600여명에 불과했다.

일본은 70세를 기준으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면허증 갱신 기간을 단축시키고, 75세 이상 운전자는 판단력 등에 대한 인지기능검사를 받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치매 노인이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 대한 치매검사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영국은 70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를 갱신하려면 3년마다 의사의 소견이 첨부된 건강검진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책임연구원은 “시력 위주의 적성검사에서 벗어나 고령 운전자가 스스로 ‘내신체 상태론 운전하는 게 위험하겠구나’라고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측정 기준을 개발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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