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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도 울지 않았던 아빠, 화장로 철문이 닫히자…

안산=정경화 기자 / 김정환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4-24 15:52

“애 엄마가 더 힘들지. 나는 괜찮아요, 괜찮아야지”
아버지들은 목 놓아 울지 못했다.

정윤창(47·회사원)씨는 오열과 실신을 되풀이하는 아내를 돌보며 조문객을 맞았다. "애 엄마가 많이 힘들어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여자가 더 힘들지. 나는 괜찮아요, 괜찮아야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씨는 한번씩 비틀거렸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친구에게 구명조끼를 양보하고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첫 희생자가 된 아들 차웅(17·안산 단원고)이의 빈소에서였다.

지난 17일 밤 살아남은 아이들이 고대안산병원 차웅이 빈소를 찾아왔다. 정씨는 아이들 손을 잡고 "와줘서 고맙다"고 했다. 사고가 났던 날 학교로부터 연락을 받은 건 차웅이 어머니였다. "학교에 애 엄마 번호가 등록돼 있어서 사고 소식도, ‘모두 구조했다는 메시지도 엄마가 받았지요." 뒤늦게 학교로 달려간 정씨는 "녀석이 얼마나 놀랐을까. 내가 데리러 가야겠다"며 진도행 버스에 올랐다. 목포에서 만난 한 기자가 "구조가 안 됐다"고 말했을 때 그는 믿을 수 없었다.

딸처럼 애교 많던 둘째 아들을 보낸 지 닷새째, 정씨 얼굴은 며칠 만에 야위어 있었다. 22일 오전 11시 수원연화장 소각로에 차웅이 관이 밀려 들어갔다. 소각로 철문이 닫혔다. 분향실에서 지켜보던 정씨가 고개를 돌리고 주저앉았다. 시신으로 돌아온 아들을 맞고도 닷새 동안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던 그가 차가운 벽에 머리를 쿵쿵 찧으며 오열했다. 그날 오후 2시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차웅이의 유골함이 모셔졌다. 아버지는 색색의 장난감 큐브를 함께 넣었다. 아들이 갖고 싶어 했지만 끝내 사주지 못한 선물이었다.

아버지들의 얼굴엔 며칠 새 주름이 팼고, 웃자란 잡초 같은 거친 수염이 입 주위를 덮었다. 통곡하는 아내와 가족들을 다독이느라 아버지는 슬픔을 속으로 삼켜야 했다. 그들은 때로 소주 한 잔, 담배 한 개비로 울음을 대신했다.

딸 영경(17)의 발인을 앞둔 김영식(48)씨는 애끓는 심정을 담배 연기로 토해내는 듯했다. 21일 오전 6시 안산 산재병원에서 만난 그는 "진도에서 한 차례 시신이 바뀌는 소동까지 겪어 속이 곪아 진물이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제 다 끝난 일"이라 했다. 밤새 쪽잠 한번 못 자고 거푸 소주잔을 기울인 탓에 얼굴은 붉었고, 눈엔 핏발이 섰다. 영경이는 수학여행 전 용돈을 주겠다는 아버지에게 "내가 식당 일 해서 용돈 벌었어"라며 마다하던 막내딸이었다. 김씨는 그게 더 가슴 아프다고 했다. "10년 전 아내와 헤어지는 바람에 영경이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4년간 강원도 할머니 댁에서 자랐어요. 엄마 얼굴도 모르고 떠난 딸이 불쌍합니다."

1시간 뒤 영경이의 재를 올렸다. 영경이의 두 오빠와 삼촌, 숙모가 눈물을 쏟았다. 아버지는 두 손을 모은 채 꼿꼿이 서 딸 사진을 바라봤다. 수원 연화장으로 딸을 떠나보내기 전, 김씨가 뒤돌아섰다. 투박한 손으로 눈물을 쓱 훔쳤다.

국경호(47)씨는 아들 승현(17)이의 빈소를 찾은 지인들이 위로하자 "괜찮여. 이미 이렇게 된 걸 어쩌겄어"라 했다. 진도 앞바다에서 닷새를 보내다 온 그의 얼굴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지인들은 "경호 아버지는 심지가 굳은 사람"이라 했다. 아들이 사고를 당한 걸 안 이후 국씨는 내내 아들과 나눴던 마지막 대화를 되뇌었다. "지가 연극영화과를 가겠대. 내가 ‘가기만 혀라. 뼈 빠지게 일해서 뒷바라지할게라고 했지." 그는 "그래도 시신이 온전하게 발견된 것만도 하늘에 감사하쥬"라고 했다.

이정인(17)군 아버지 이모(43)씨의 입에선 단내가 났다. 그는 "시신을 찾고 빈소를 마련하느라 몇 끼를 걸렀다"고 했다. 정인이의 할머니가 빈소에서 대성통곡을 하자 그는 "어머니, 진정하시고 들어가서 좀 쉬세요"라며 어깨를 토닥였다. 노모가 자리를 비우고서야 그는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이씨는 아들의 영정 사진을 손으로 가리켰다. "우리 아들 사진 봐요. 남학생들이 다 쟤처럼 상고머리니까 물에 시신이 불어버리면 누가 누군지 알겠어요?" 그는 "신발을 보고 우리 아들인 줄 바로 알았다"고 했다. "수학여행 전 ‘아들, 선물이다면서 새 신발을 사줬거든요. 걔가 그걸 신고 있었어요."

안산=정경화 기자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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