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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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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4-04-14 00:00

김경진 목사/
밴쿠버한인장로교회

일회용 인간?

어릴 때 가던 자그마한 개인 병원이 있었다. 약속 없이 가도 늘 병원에 계시던 나이 지긋하신 의사 선생님. 내가 가면 돋보기 안경 너머로 나를 바라보시며 반겨 주셨다. 그런데 독감을 앓든, 배탈이 났던 간에 무슨 병에 관계없이 진찰 후에는 늘 치르는 행사가 있었다. 진료실 옆방으로 들어가 누워서 주사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 방 한 구석에는 늘 뜨거운 물로 주사기와 주사바늘을 소독하는 소독기가 팔팔 끓었다. 참 그 기다리는 순간들이 너무 싫었다. 의사 선생님의 두 손에 쥐어진 주사기를 보면서 한숨을 짓곤 했다. 두꺼운 반투명 유리로 만든 주사기 어떤 것은 작고 어떤 것은 미사일 같이 큰 것도 있었다. 그 시간이 참 고역이었다. 왜 그리나 아팠는지. 아마 그때는 한 주사 바늘로 이 사람 저 사람 찌르다 보니 주사 바늘이 무디어져서 더 아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즘은 일회용 주사기를 쓴다. 새 바늘이라 아프지 않다. 그리고 소독할 필요가 없어 너무 편리하다.

요즘은 많은 것이 일회용이다. 우리는 'Disposable society', 쓰고 버리는 일회용 소비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소비 성향을 즐기고 좋아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을 좀 더 손쉽게 하기 때문이다. 일을 덜어준다. 편리하게 해준다. 시간을 절약하게 한다. 그래서 일회용 기저귀, 종이접시, 일회용 컵, 일회용 젓가락 등은 설거지 할 필요 없이 그냥 쓰고 버린다. 카메라도 일회용이고 어떤 것은 일회용 신부드레스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일회용적인 소비성향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치러야 할 값들이 있다. 우리가 너무 잘 알다시피 우리가 애용하는 일회용 물품을 생산하고 소비하고 버리는 과정에서 우리의 바다를 우리의 산을 그리고 강을 오염시키고 공기를 더럽히고 자연을 훼손하고 야생 동물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 환경오염에 심각한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환경문제가 결국 우리의 생존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일회용적 소비 성향을 버릴 수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환경 뿐만이 아니다. 또 한 가지 심각한 것은 쓰고 버리는 일회용적인 생활 습관이, 'Disposable society'가 가져다 주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순간의 편리함, 자신의 목적만을 달성하면 버리게 되는 습관과 문화가 우리의 관계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일회용적인 사고와 생활습관으로 우리 영혼을 오염시킨다는 것이다. 알빈 토플러라는 한 사회학자는 그의 저서 '미래의 충격(Future shock)'이란 책에서 우리에게 경고한다. "우리가 이러한 Disposable society(쓰고 버리는 사회에서)에서 살면서 또한 우리는 일회용적인 사람으로 살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을 Disposable society가 더 문제를 심각하게 가속화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인간의 가치와 인간의 숭고성이 ! 서서히 더욱 퇴색 해져가는 사회에서 우리는 살아간다는 것이다.

실용성, 편리성을 추구하는 세상이다. 그리고 그 기능을 다하면 한시라도 버리는 것이 우리의 사회의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세대가 갈수록 인간의 가치에 대한 경시 사상이 늘어나고 있다. 이 세상 뉴스를 보게 되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청소년이 자기들의 실수로 인해 아기를 가졌는데 낳고 난 다음 신생아를 휴지통에서 버려버리는 사건들, 747에서 화장실 휴지통에 신생아가 발견되는 사건이라든지, 수 많은 아이들이 낙태로 인해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하고 죽어간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일회용적인 소비 습관과 문화로 인해 약간이라도 파손된 물건이 있으면 그것을 버리려는 경향을 부추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특히 전자 제품 등은 더 하다. 파손된 것을 고치기보다는 "나는 그것을 고칠 시간이 없고 고치면 돈 더 많이 들고, 귀찮고 차라리 쓰레기통에 버리고 새것을 사자." 하고 말을 한다. 그와 비슷하게 흔히 우리는 사람들을 이런 식으로 대한다. 그 사람 도움이 된다 안 된다, 나에게 주는 이익이 많은가 손해가 더 많은가, 자꾸 도와만 주어만 하는가, 그 사람 옆에 있으면 골치 아프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에게 휘말리지 않는 게 상책이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그들의 겉으로 보이는 것으로 사람을 취급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가치와 고귀함을 무시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쓰고 버리는 사회에서 사는 우리들 자신이 우리 주위의 사람들, 장소들, 물건들과의 관계는 너무나 일시적이고 일회용적이다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물건에게서 조차 귀중함을 느끼게 된다. 모나미 볼펜의 약이 떨어지면 약을 사고 그러다 앞에 볼펜 심지를 잡는 머리 부분이 갈라지면 머리를 때서 몽당연필의 뒤를 깎아 연결해서 쓰고 그것도 혹시 잊어버릴까 필통에 넣고 늘 보관하다 보면 그것과 깊은 정이 든 때도 있다. 이렇게 하찮은 물건도 애틋하게 느껴지는데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인간의 가치란 얼마나 귀한 것일까?

이스라엘 민족들에게 우상을 섬기지 말뿐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을 만들지도 말라 라고 명령하셨다. 왜 하나님은 형상화 될 수 없는 것인가. 아마 첫 번째 이유는 하나님은 우리가 짜놓은 규격으로 이해 할 수도 없고, 이해 되어져도 안 되는 분이다 라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성경학자인 월터 브루그만의 말을 인용해 보면 오직 하나님이 형상화 될 수 있다고 하면 그 것은 단 한가지 길 바로 인간의 모습 자체라는 것이다. 이 세상 창조된 것 중 오직 인간만 하나님이 누구이신가 하는 것 이야기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그것은 참으로 놀라운 충격적이고 감격적인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놈 라이트(Norm Wright)라는 정신치료사는 우리가 일회용적인 세대를 조장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들 뿐 아니라 우리의 자녀들의 세대도 늘 자신들이 무엇인가 그리고 누구엔가 쓰고 버려지는 느낌을 가지고 산다고 한다. 그리고 늘 누구엔가 무엇인가에 의해 버려진다는 기분을 가지고 산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이 사회에서 어쩌면 교회에서도 진정한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우리 현대인은 늘 외롭고, 우울하고, 또한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자기고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늘 자신이 가치 없고, 부족하고, 그리고 사회에 잘못된 부속의 하나다 라고 느껴 질때, 우리는 진정 우리 자신을 잘 돌보지 못하고 산다. 우리는 과식하고 과하게 일한다. 우리 인생에 진정 필요한 것을 돌아보지 않고 거부하며 산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쓰고 버리는 일회용적인 물건으로 취급하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예수님은 아무도 그냥 쓰고 버리는 존재로 대하지 않으셨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우리들이 어떻게 살아야하는 가를 보여주셨다. 우리는 어느 누구도 우리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고 버리는 일회용적으로 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99마리의 양을 두고 잃어버린 한 양을 찾으시는 예수님. 또한 예수님의 마음은 마태복음의 비유에 나와 있는 것처럼 동전 한 개를 밤새 찾는 여인의 마음이다. 결국 동전을 찾은 이 여인은 동네 사람들을 초청해서 잔치를 베풀었다고 했다. 동전 하나의 값이 잔치하는 경비와 비교해 보면 턱이 없이 부족한 것이다. 그것은 비효율적이고 낭비와 같은 것이지만 예수님은 그러한 사랑을 우리에게 베풀어주신다.
상대방을 수단화하는 세상, 나 돈벌기 위한 수단화 하는 것이다. 내 향략을 위한 수단이요, 내 기쁨을 위한 수단으그래서 이웃과 형제 자매를 상품화하며 도구화 하며 그리고 소용이 없으면 쓰고 버리는 일회용으로 취급하는 우리의 세상에서 우리를 귀하게 여기시는 예수님을 만나야한다. 한 생명도 귀하게 여기시고 자신의 생명을 아낌 없이 주신 예수님, 그는 부활하셔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 인간의 절대적 가치를 회복시켜 주신 분이다. 그분을 생각하며 늘 만나는 부활의 4월이 되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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