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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유학생 테이크오버 논란, 그 속에 숨은 갈등 Take over? Cry over!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1-17 00:00

테이크오버로 인해 아파트 매니저와 갈등 많아 물건 되팔기 성행… 가격 거품 심한 경우 빈번

◇ 밴쿠버 유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한 인터넷 카페의 주거정보란. 하루에도 수십 건의 주거 정보가 올라오며 이들 중 상당수가 테이크오버를 계약조건에 포함한다.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依), 식(食), 그리고 주(住)라고 일컬어진다.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자 권리인 주거 문제가 밴쿠버 한인 유학생들의 논란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밴쿠버 한인 유학생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테이크오버, 이를 둘러싼 한국 유학생들간의 문제 및 아파트 매니저와의 갈등에 대해 알아보았다.


렌트비, 디파짓, 그리고 또?

테이크오버. ‘인수’의 뜻을 지닌 이 말은 아파트의 거주자가 사비로 구입한 가정용품을 다음 입주자에게 돈을 받고 물려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아파트를 계약할 때 매니저에게 지불하는 렌트비, 디파짓과는 별개로, 테이크오버 비용은 현 거주자에게 지불하는 것이다. 밴쿠버 한인 유학생 최대 인터넷 사이트 ‘우리는 밴쿠버 유학생(이하 우밴유)’에 올라오는 수많은 주거 정보 게시물 중 반 이상의 게시물이 테이크오버를 계약 조건에 포함하고 있으며, 게시물에 ‘TAKE OVER’라는 머리말을 명시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수의 테이크오버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강요다 vs. 우리도 내고 들어왔다

테이크오버 논란은 심심찮게 일어난다. 유학생 한모양은 “테이크오버를 내고 입주해도 나갈 때 다음 입주자에게 돌려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한 유학생은 “계약하려고 했는데 주인이 테이크오버를 내기 싫으면 다른 곳으로 가라고 했다. 명백한 강요다”라는 글을 올렸다. 한편 테이크오버를 조건으로 아파트를 내놓은 이모군은 “어쩔 수 없다. 다음 계약자에게 받을 것을 생각하고 나도 테이크오버를 내고 들어왔다. 디파짓과 같은 개념이다”며 “다들 나와 같은 입장일 것이다”고 털어놓았다. 다운타운 지역의 또 다른 유학생은 “테이크오버가 싫다면 빈 방을 계약해 물건들을 직접 사면 되는 것이다. 또 가구가 완비된 아파트들 중 테이크오버를 받지 않는 곳도 많다. 그런 집들을 찾아보면 되지 않느냐”라고 일침을 놓았다.

테이크오버는 필요악?

주이용자가 캐나다인인 ‘Craigslist’의 주거 정보란에서 테이크오버를 요구하는 글은 찾아보기 힘든 반면, 유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웹사이트에는 테이크오버와 관련한 글이 많다. 이처럼 유독 한인 유학생 사이에서 테이크오버가 성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금전 문제이다. 결벽증의 김모씨는 남이 쓰던 물건을 쓰고 싶지 않아 빈 방을 계약했고, 새 물건들을 사 들이는 데 2000달러가 넘는 돈을 썼다. 테이크오버 비용이 주로 1200달러 전후인 것을 감안하면 배에 가까운 돈을 소비한 것이다. 어학연수생 김모양은 “어학연수가 길어도 1년인데, 1년 쓰자고 새것을 구입하는 건 낭비다. 게다가 한국에 들어갈 때 이들을 가지고 갈 방법도 없다”고 설명했다. 가구가 완비된 집에 짐만 들고 마음 편히 들어가면 된다는 점 또한 테이크오버가 빈번한 이유 중 하나다.

같은 한국인끼리 이럴 수 있느냐

테이크오버가 논란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테이크오버를 내놓는 악질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누리꾼 아이디 ‘손잡아줘’씨는 “집의 가구들이 오래되고 파손된 데다 필요 없는 것도 많았다. 그런데 테이크오버로 1500달러를 달라더라. 차라리 빈 방을 계약하고 벼룩시장에서 헌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낫겠다”고 말했다.
아파트를 알아보던 유학생 윤모씨는 “테이크오버는 권리금이라고 해서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학생 정모씨는 “장사를 하려는 건지, 이건 같은 한국인에게 사기를 치는 것이나 다름없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어학연수생 문모양은 “테이크오버를 악용하는 비양심적인 사람들로 인해 많은 한인 유학생이 피해를 입고 있다. 이런 악순환이 바로잡혀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매니저들은 테이크오버를 싫어해?

곧 한국에 돌아가는 박모양은 테이크오버를 포기했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의 매니저가 ‘방을 싹 비우고 가지 않으면 입주할 때 냈던 디파짓을 돌려줄 수 없으니 전부 버리거나 팔고 가라’고 단언했기 때문. 최근 몇몇 매니저들의 이러한 반응이 테이크오버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다운타운 아파트 매니저들이 단합해서 테이크오버를 금지하고 있다. 사실 테이크오버는 불법이라고 들었다’ 등 출처 불분명의 소문도 돌고 있다.
다운타운에 위치한 모든 아파트의 매니저들이 테이크오버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성행하는 테이크오버가 그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들에게 테이크오버가 달갑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바클레이에 위치한 한 아파트의 매니저는 “(테이크오버가) 법적으로 금지가 된 일은 아니지만 보통 매니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라며 “매니저란 아파트와 관련한 일을 총괄하기 때문에 일단 아파트 내에서 벌어지는 테이크오버에 대해 매니저가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다. 테이크오버와 관련하여 혹시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이 전적으로 계약자들간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매니저의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을 이었다.

베드버그까지 테이크오버?

그렇다면 아파트 매니저들이 테이크오버를 반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엔 베드버그(빈대)문제가 있다. 테이크오버를 금지하는 다운타운 한 아파트의 매니저는 “한인 유학생 입주자가 방에 베드버그가 있다며 불평해서 공짜로 여러 번 용역업체를 불러 주었는데 나중에 보니 (입주자가) 테이크오버로 받은 집기들을 쓰고 있었다. 그 이후로 혼란을 막고 책임 여하를 분명히 하기 위해 애초에 테이크오버를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드버그가 그 전 입주자들의 가구로부터 나온 것인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매니저 탓을 한 것이었다. 또 다른 아파트의 매니저는 “이전 입주자의 가구들이 그대로 남아있으면 다음 입주자를 받기 전 청소하기도 힘들 뿐더러 베드버그가 남아 있을 확률도 크기 때문에 입주자들에게 테이크오버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당한 만큼 갚아준다?

이러한 매니저들의 태도에 다수 한인 유학생은 난색을 표한다. 어학연수생 김모양은 “매니저가 방을 깨끗이 비워야 한다고 해서 무빙 세일(이사 가기 전 물건들을 파는 것)을 했고 내가 냈던 테이크오버의 반도 건지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유학생 정모군 또한 “(테이크오버가) 관행이라고 해서 돈을 내고 들어왔는데, 이것들을 전부 버리고 가야 한다니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학생 이모양은 “테이크오버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비용이 비합리적이라는 생각은 해 왔다. 이 기회에 테이크오버 거품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으며, 인턴 강모씨는 “테이크오버는 필요악이다. 매니저들의 단호한 태도가 관행으로 굳어진 테이크오버 악순환을 끊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표했다. 누리꾼 ‘손잡아줘’씨는 “현지 캐네디언들은 테이크오버를 선택할 수 있게 해 준다. 계약자가 테이크오버를 거부하면 자신이 물건들을 처리한다” 며 “이 논란을 계기로 한인 유학생 사회에도 테이크오버 선택의 자유가 정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언급했다.
‘관행’, ‘권리금’이라고 불릴 만큼 밴쿠버 한인 유학생들의 삶에 깊숙이 뿌리 박힌 테이크오버. ‘사기’, ‘악습’이라는 또 다른 그림자를 달고 테이크오버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김소연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 red-bell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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