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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을날 2023.11.20 (월)
임현숙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장
하늘빛 깊어져가로수 이파리 물들어가면심연에 묻힌 것들이명치끝에서 치오른다단풍빛 눈빛이며뒤돌아 선 가랑잎 사람말씨 곱던 그녀랑두레박으로 퍼올리고 싶다다시 만난다면봄날처럼 웃을 수 있을까가을은 촉수를 흔들며 사냥감을 찾고나무 빛깔에...
[기고] 꽃바람 깃들어 2023.05.15 (월)
임현숙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장
오월은그 무엇이라도벚꽃 같은 바람 깃드는 시절 날 찾아온 꽃바람부끄러이 꿀꺽 삼키면민들레처럼 번져오는 다정한 얼굴들 꽃이 핀다사람이 핀다내 그리운 어머니목단꽃으로 살아나고기억의 꽃송이 물오르고다섯 살 손녀는 즐거운 참새아련히 밀려오는...
임현숙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장
노랗게 송홧가루 날리며수려한 사월이 진다고슬퍼하지 않겠습니다분홍 꽃눈 나리는 나무 아래서내 안에 있는 이름나직이 불러보며보고 싶다 말하지 않겠습니다이슬비가 눈처럼 내려살 떨리도록 추워도외롭다고 눈물 흘리지 않겠습니다바람 부는 날이면그리움의...
[기고] 새해를 맞으며 2023.01.09 (월)
임현숙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장
묵은 달력을 내려놓습니다내 마음처럼 무게가 천근이어요장마다 빼곡한 사연들을 되새겨보니복덩어리가 수북합니다가진 게 없다고 빈손이라고 하늘에 떼쓰던 두 손이 부끄러워집니다가붓한 새 달력을 그 자리에 둡니다내 마음도 새 달력 같습니다오늘또...
[기고] 그래요 2022.11.07 (월)
임현숙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장
저 위에서 나를 이 땅에 보내실 때그분만이 아는 예치금이 담긴 통장 하나 목숨에 붙여 주셨어요찾기 싫어도 날마다 줄어드는 통장인데요건강이라는 이자가 붙어 조금 불어나긴 해요 건강하게 살려면 이렇게 하라 이걸 먹어라눈으로 귀로 많은 정보를...
[기고] 칼꽃의 바람 2022.09.26 (월)
임현숙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장
전화기 너머에서칼과 칼이 부딪치고핏빛 칼꽃이 만발해요동물의 말소리처럼음성도 억양과 색깔이 다 다르죠싫은 소리도 상냥하면 달콤하게 들리고예사말도 거칠면 욱하게 해요꽃잎에 베인 가슴에핏방울이 맺히고팡터질 때마다 성품이 드러나지요카나리아처럼...
[기고] 단추를 달며 2022.05.09 (월)
임현숙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장
사위의 양복 단추를 달며 돋보기를 꺼내 쓰니바늘귀에 실을 꿰어달라면찌푸리던 미간이 울먹거린다가신 지 오래숨결 묻어나는 것 전혀 없어도 불쑥불쑥 빙의하는 시어머니 불혹에 홀로 백일 된 아들 고이며  부엉부엉 지새우는 밤 한숨 타래로...
[기고] 봄비 오시네 2022.03.14 (월)
임현숙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장
봄비 오시네 사납게 파고들던 겨울비 저만치보드라이 흐르는 봄비의 손결회색빛 마을 화사해지리 다정한 빗살에파랗게 일어서는 풀 내음거칠었던 숨 다스리며나도 한껏 푸르러지리 봄비는 저물녘 마음 강가도란도란 흐르는너의 목소리 겨울...
[기고] 가을 기도 2021.11.24 (수)
임현숙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수수하던 이파리저마다진한 화장을 하는 이 계절에나도 한 잎 단풍이 되고 싶다앙가슴 묵은 체증삐뚤거리던 발자국세 치 혀의 오만한 수다질기고 구린 것들을붉게 타는 단풍 숲에 태우고 싶다그리하여찬란한 옷을 훌훌 벗고겸손해진 겨울...
[기고] 6월 어느 날 2021.06.21 (월)
임현숙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햇살 우아한 6월 어느 날 들꽃 이쁜 길을 걷다 보면 저 길모퉁이 바스락 소리 내 동무일까 기다려지는데   청잣빛 하늘에 뽀얀 구름 꽃송이 쪼로로롱 찌르찌르 청아한 텃새 노래 수수한 꽃잎은 햇살 분단장 삼매경...
[기고] 어서 오십시오 2021.01.04 (월)
임 현 숙 /  (사)한국문협 캐나다 밴쿠버지부회원어서 오십시오나목 사이로 솟아오르는 새날이여  고난의 장벽을 뛰어넘어텅 빈 곳간에금빛 햇살이 넘실거리게 하소서  저 북방 거센 바람으로나이테 늘어도 버리지 못하는마음의 티끌을...
[기고] 꼬들꼬들해지기 2020.07.20 (월)
임현숙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산다는 건 세상과의 혈투이지상처가 너무 아플 땐어두운 골방에 숨어피고름 흐를 때까지 눈물만 흘렸어세상과 나 사이에 벽 하나 더 만들고딱지가 앉아서야 골방을 나섰었네벽이 늘어갈수록 상처는 아물지 않아짓무른 악취에 기절하고서야숨어 울면 세상에...
[기고] 그 시간마저도 그립습니다 2020.02.10 (월)
임현숙 / 한국문협 캐나다 밴쿠버지부 회원
  멀리 고향을 떠나와 나처럼 외로운 건지 길섶에 옹기종기 살을 비비고 있는 조약돌들   비 내리는 날이면 빗물 따라가려 졸졸졸 거리지만 제자리에서 어깨만 들썩일 뿐   동해의 푸른 숨결 서해의 붉은 낙조 울안에 덩굴지던 능소화 마음...
[기고]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2019.09.09 (월)
임현숙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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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그리운 어머니 2019.05.06 (월)
임현숙 / 한국 문인협회 밴쿠버지부
다정한 오월이 오면 어머니 그리워카네이션보다 진한 눈빛으로허공 저 너머 둘러봅니다늘 허약하셨던 어머니풋풋한 시절 비 내리던 날교문 앞 친구 어머니 보며 철철 젖어 달려갈 때아주 작은 부러움이 사춘기에 그늘이었지만친정 나들이 때마다고이 접은 쌈짓돈...
[기고] 봄은 2019.03.15 (금)
임현숙 / 한국 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이 동네 저 동네 꽃 잔치굽은 풀잎 허리 펴고개울물은 좋아라 웅얼웅얼먹구름은 하얀 명주 날개 살랑봄 , 봄, 봄신나는 봄이란다딸, 아들, 강아지까지도 싱숭생숭가정에 봄바람 불어저녁 식탁 등이 늦게 켜지고설거지하던 고무장갑창밖 꽃가지 따라...
[기고] 야누스 십이월 2018.12.19 (수)
임현숙 / 한국 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십이월,기쁜 성탄이 울려 퍼지고빨강 초록 물결이 눈부신저마다 흥겨운 자리궁핍한 시선 하나자선냄비에 던져지는 동전처럼구르는구나삶의 등짐이 버거워영혼마저 팔 듯한가여운 사람, 사람아부디 힘내시라고난과 생명의 십자가처럼두 얼굴의 연말이 지나새날...
[기고] 이순耳順에 들다 2018.08.08 (수)
임현숙 / 한국 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어엿이 내 나이 이순트로트보다 발라드가 좋고연인들을 보면 가슴이 벌렁거리는데거울 속 모습은 할머니 호칭이 어색하지 않다이순에 들어서니무심히 버리고 온 것들이 어른거린다하루가 멀다 붙어 다니던 친구장흥 골 어느 카페부부동반 교회 모임형제처럼...
[기고] 안개 도로 2018.04.10 (화)
임현숙 / 한국 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온종일 안개가 마을을 먹고 있다시골집 굴뚝에서 웅성웅성 피어오르던 연기처럼꾸역꾸역 달려와 지붕을 삼키고 키 큰 나무를 베어 먹더니지나는 차까지 꿀꺽한다잿빛 도로가 덜거덕거리며 어깨를 비튼다문득 사람으로 태어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등에 업은...
[기고] 가을과 겨울의 사이 저쯤 2017.12.01 (금)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시
가을이 그리는 수채화를 보노라면고즈넉한 풍경 한 점이 애틋합니다   가을이 무르익은 어스름 녘가로등 그윽이 눈을 뜨고소슬한 바람 한 자락 갈잎 지는 곳나처럼 외로운 벤치 하나   쓸쓸함이 황홀한 그 자리에 앉으면풍경 저편에 사는 추억이 천리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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