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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언 경제 ‘소통’으로 푼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1-20 09:04

BC한인협동조합실업인협회 허형신 회장

 

20여년간 식료품점을 운영해 온 김모씨는 요즘 들어 한숨 쉬는 일이 잦아졌다. 매출이 눈에 띄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에선 소매업 매출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기사 뿐이지만 시장에서의 체감 경기는 매일매일이 한겨울이다.


한파는 김씨의 가게에만 미친 것이 아니다. 식료품점 뿐만 아니라 음식점, 세탁소로 생계를 꾸려오던 한인들의 하소연도 흔히 접할 수 있다.


3월 퇴임을 앞두고 있는 허형신 BC한인협동조합실업인협회(이하 실협) 회장은 한인 사업자들의 고군분투를 전해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한인경제 20년만에 최대 난적 만났다


허 회장은 우선 대형 쇼핑몰 쏠림 현상을 우려했다. 소비자들이 코스코나 수퍼스토어 같은 대형 매장을 선호하면서 터줏대감이던 동네 가게들이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중소형 매장을 개발해 동네 상권을 위협하고 있는 점도 큰 문제입니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 동네 가게들이 이들과 맞서기에는 어려운 점이 너무 많지요. 그렇다고 소비자들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한푼이라도 더 아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니까요.”


허 회장이 보기에 소비자들이 동네 상권에 인색해진 건 비싼 밴쿠버의 집값도 한몫한다.


“모기지 부담이 너무 크잖아요. 집을 유지하는 데에만 목돈이 들다 보니 정작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소비에는 엄두조차 못 내게 된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합니다. 외식 두 번 할 거 한 번도 못하고, 세탁물도 마음 탁 놓고 맡길 수 없게 된 거죠. 이처럼 돈이 잘 돌지 못하니까 소매업자들이 애를 먹고 있는 겁니다.”


한인들을 상대로 하는 사업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불경기에 직접 노출되어 있다. 고환율로 인해 한국인들이 캐나다행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사, 유학원의 겨울도 춥기는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BC 사업자의 모임인 실협도 예년에 비해 많이 위축된 모습이다.


“실협 매출이 작년에만 30% 가량 줄었습니다. 매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는데 제 임기 동안 주변 여건이 상당히 좋지 못해 마음이 정말 편치만은 않습니다. 주변에서 장사하시는 분들 얘기를 들어보니 대부분 하루 매상이 30%에서 좋지 않은 날은 50%까지 줄었다고 하더군요.”


소매업자들을 괴롭히는 건 불경기와 대기업의 소매시장 잠식 이외에도 한 가지 더 있다. 계약 때마다 높아지는 임대료는 장사하는 입장에서 보면 돌덩어리 같은 부담이다.




전문경영인 도입으로 ‘구매 단가’ 낮출 것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주변 상황만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봄날’을 마냥 기다리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지만, 호경기에 열매를 제대로 수확하려면 든든한 씨앗을 뿌려 두어야 한다. 적절한 사업전략이 그 씨앗이 될 수 있다. 실협도 씨뿌리기에 나섰다. 그 씨앗 중 하나가 바로 전문경영인제도 도입이다.


“식료품점만 놓고 보면 구매 단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가장 필요합니다. 이렇게 해야 판매가를 어느 정도 끌어내릴 수 있겠지요. 요새 식료품점에서 팔리는 제품은 과자류나 탄산음료 등이 거의 전부에요. 감자나 양파 같은 식재료는 잘 나가지 않습니다.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결과지요.”

 
허 회장이 전문경영인에게 바라는 첫번째가 ‘구매 능력’이다. 똑같은 제품을 상대적으로 저가에 구입할 수 있다면 조합원들이 그만큼 혜택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개별 사업자가 힘을 합쳐 공동구매에 나서는 것도 구매 단가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개별 사업자도 예전에 비해 더 부지런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다 보면 제품을 보다 싸게 매입할 수 있는 기회는 반드시 생깁니다. 대형 유통업체에서 정기적으로 판매 리스트를 보내 주는데 이것 역시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HST 완전 철폐되면 그나마 좀 나아질 듯


허 회장이 기대하고 있는 것은 HST 완전 철폐다. 세금이 줄어들게 되면 소비자들의 지갑이 호경기 때 정도는 아니겠지만 서서히 열릴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다.


“HST 폐지가 결정되긴 했지만 실효까지에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세율이 조금이라도 낮아지면 소매업자들이 그나마 숨통을 트일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임기 동안 통합소비세 폐지를 위해 BC 신민당(NDP)과 연대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는 회장 취임 전에도 실협 집행부로 꾸준히 활동해 왔다. 하지만 회장 명함을 지니게 된 후부터 실협 일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


“어느 조직이든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제 경우에는 집행부가 저를 많이 믿어 주었기 때문에 무엇보다 큰 힘이 됐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간혹 오해 같은 것이 생기기 마련인데 지금까지는 그런 잡음 없이 달려온 것 같습니다.”


허 회장은 2년간의 임기 동안 많은 한인 사업자들을 만나고 그들과 소통한 것이 무엇보다 가치있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정작 자신의 비즈니스에는 전념할 수 없었지만 그 소통은 그에게는 소중한 자산으로 남아 있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사진=최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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