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성적이 하위권을 맴돌다 조기 유학으로 해외 유명대학에 진학해 화제가 됐던 한국의 ’꼴찌 소녀’ 손에스더(26)씨가 줄기세포 분야의 대표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했다.
루게릭병 치료법을 발견하겠다는 큰 목표를 향한 첫 걸음이다.
미국 하버드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손씨는 최근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이 미국 줄기세포 연구분야 학술지인 ’Cell Stem Cell’지 9월호에 실렸다.
손씨는 이 논문에서 운동신경 세포가 소멸되는 질병인 루게릭병의 치료법과 관련, 피부세포를 곧장 운동신경 세포로 분화시킨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운동신경 세포는 한번 파괴되면 재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프로그래밍’(reprogramming)이라고 불리는 이 방법을 발전시키면,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도 사용하지 않고 줄기세포의 경로도 거치지 않으면서 환자에 따른 ’맞춤형 신경세포’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고 손씨는 주장했다.
케빈 에건 교수 등 석학들이 이끄는 연구실에서 진행한 결과지만 연구를 주도한 손씨가 결국 공동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2월 이미 졸업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학교가 있는 보스턴에 머물며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손씨는 9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루게릭병 치료법을 완성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장래 포부를 밝혔다.
고등학교 때 부모를 따라 영국으로 건너간 조기 유학파인 손씨는 사실 한국에서는 열등생에 가까웠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한국의 꼴찌소녀 케임브리지 입성기’를 2005년 펴내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해외 유학을 떠나는 한국의 후배들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했다.
“한국을 포함해서 똑똑한 사람들이 미국으로 많이 오는데 문화적 차이로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손씨는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교수와 자유롭게 토론하고 때로는 거침없이 이의를 제기하는 학교 분위기를 따라가려면 많은 자극을 받고 도전 의식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씨는 자연과학이 발전하려면 한국 교육당국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도 많은 부모들이 이과생 자녀를 의대에 진학시키고 싶어하지만, 이공계 연구 분야에서 성과를 내면 주어지는 것이 많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 곳으로 몰리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의대에 가고 싶다는 젊은이들을 마냥 손가락질 할 수 있나요. 정부가 이공계에 투자해야죠”라고 웃으며 말하는 손씨에게서 더이상 ’꼴찌 소녀’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 손에스더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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