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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기로 소문난 식당의 음식이라 해도, 손님들의 평가는 간혹 엇갈리곤 한다. ¡®기대 이상¡¯이라며 감동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돈이 아깝다¡¯며 투덜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추후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단골이 된 손님은 주인과 안면을 트고 때로는 공짜 서비스를 챙기기도 한다. 아예 발길을 끊고 자신의 오랜 단골집으로 돌아가는 손님도 있을 테고, 끊임없이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면서도 계속해서 이것저것 맛보려는 손님도 만날 수 있다.

혹자는 이민생활도 마찬가지라고 얘기한다. 비록 밴쿠버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 타이틀을 수 차례 거머쥐었다지만, 직접 그 생활을 맛본 이민자들의 반응 혹은 평가는 다양하다. 행복을 위한 기본조건은 어느 정도 수치상으로 계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각 개인이 느끼는 행복감은 결국 주관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다소 부족해도 일상생활에서 만족을 끌어내는 이들도 있고, 이민생활에서 겪는 사소한 불편함조차 사회 시스템 때문이라고 믿는 사람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밴쿠버에 정착한지 1년 안팎의 이른바 ¡®새내기 이민자¡¯들을 만났다. 이들이 직접 맛본 ¡®밴쿠버의 맛¡¯은 한국에서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굳이 맛의 차이를 얘기하는 것은 각자가 느낀 다양한 경험을 밴쿠버에서의 정착을 꿈꾸는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1 생활비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민성호(가명)씨는 1년 전에 비해 부쩍 줄어든 통장잔고를 보며 한숨부터 내쉰다. 민씨는 ¡°생각보다 생활비가 만만치 않다¡±며 ¡°아껴 쓴다고 해도 매달 적자¡±라고 털어놓는다.

¡°처음에는 물가가 한국에 비해 비싸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최상 품질의 소고기도 무척 저렴하게 느껴졌으니까요. 집만 가지고 있다면 한 달 2000달러 정도면 충분히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돈 쓸 때가 꽤 많더군요.¡±

민씨가 ¡®계산 착오¡¯를 일으킨 가장 큰 이유는 사교육비를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 이민자들 대부분은 밴쿠버를 사교육 청정지역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처음에는 각 커뮤니티 센터에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등은 거의 공짜로 진행하는 줄 알았어요. 피아노나 수영 같은 건 무료로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실제로는 강습료가 너무 비싸서 처음엔 정말 많이 놀랐습니다.¡±

민씨는 자녀 수영 강습료로 두 달에 75달러를 썼다. 한국처럼 매일 수업이 있는 게 아니라, 일주일에 한 차례만 수영장에 간다. 시간도 30분에 불과하다. 피아노 강습은 아직 생각도 못 하고 있다. 제일 저렴한 것이 시간당 25달러나 되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으로 분류되면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는 하는데, 새 이민자 입장에서 보면 그 절차가 너무 복잡해 보입니다.¡±

한국보다 비싼 각종 보험료나 차량 유지비 등도 민씨의 체감 생활물가를 올리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2 서비스

¡°기대 수준을 낮추는 것이 상책¡±

주부 김수정(가명)씨는 이민 초기 대형 할인 매장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그곳 직원의 태도만 생각하면, 지금도 기분이 조금 언짢다.

¡°아이 부스터 시트를 샀는데, 집에 가서 포장지를 뜯어보니 물건에 심각한 하자가 있는 거예요. 어떻게 이런 제품을 팔 수 있는지, 어이가 없을 정도였지요.¡±

물건 교환을 위해 매장을 찾았을 때, 담당 직원의 반응은 더욱 어이 없었다. 담당 직원은 어디가 어떻게 잘못됐는지 묻지도 않은 채, 그냥 다른 물건으로 바꿔준다고만 했다. 그 태도가 너무나 당당하게 보였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손님에게 미안하다고 얘기하는 게 관례잖아요. 그런데 그 직원은 물건 파는 사람은 따로 있다며 사과를 거부하더군요. 물건 교환을 위해 내가 들인 시간이나 기름값 등은 어떻게 보상해줄 수 있냐고 따지니까, 그제서야 미안하다고 얘기하더군요. 좀 놀랐지요.¡±

한국에 있을 때는, 대형매장에서 구입한 물건에 하자가 있다고 신고하면 담당 직원이 직접 새 물건을 갖고 집에 찾아오기도 한다.

¡°1년 정도 살아보니, 밴쿠버 사람들이 생각하는 서비스와 우리가 생각하는 서비스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게 느껴져요. 뭐랄까요. 서비스에 대한 기대 수준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요. 이곳에서는 서비스에 대한 기대 수준이 낮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도 그만큼 높지 않은 것 같아요.¡±

김씨는 ¡®그 사건¡¯ 이후, 서비스에 대한 기대 수준을 대폭 하향 조정했다. 돈을 지불했으면, 그에 맞는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니, 오히려 밴쿠버에서의 삶이 편안해 졌다.

 

#3 가족

¡°초기 부부싸움 잦아¡±

이민 초기에는 대부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특히 부부는 하루 종일 얼굴을 맞대고 있어야 할 때가 많다. 생활반경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김근진씨(가명)도 아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

¡°이민 온 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었는데, 처음 몇 개월은 조금 힘들었어요. 특히 부부싸움하는 횟수가 많아졌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내와 하루 종일 얼굴을 맞대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이민 오고 나니까, 서로의 단점 같은 게 이상하게 더 잘 보이더군요. 가족과 좀 더 많은 시간을 즐기고 싶어서 이민을 결심했는데, 오히려 불화가 생긴 셈이지요.¡±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지만, 처음에는 이민생활 자체에 회의감까지 느낄 정도였다.

¡°한국에서는 아내나 저나 나름대로 대접받으며 생활했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 오니까 갑자기 ¡®중증 언어장애자¡¯가 된 것 같았어요.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니까 매사에 주눅들게 되고, 그때 생긴 스트레스를 서로에게 풀었던 거죠.¡±

이민자를 위한 영어학교(ELSA)에 다닌 후부터, 두 사람의 싸움은 조금씩 사라졌다. 물론 언어는 지금도 이민생활의 가장 큰 걸림돌이긴 하지만, 언젠가는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낙관하고 있다.

 

#4 공원

¡°캐나다는 아웃도어 레포츠의 천국¡±

박선홍(가명)씨는 집 바로 앞에 있는 공원을 산책할 때마다, 이민이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서울에 살 때부터 그는 ¡®탁 트인 공간¡¯을 늘 갈구해 왔다.

¡°지금에야 눈비가 많이 와서 길들이 좀 질퍽질퍽하지만, 지난 여름은 정말 환상이었지요. 어딜 가나 푸른 공원이 즐비해 있어, 바비큐 파티도 많이 했어요. 한국에 있을 때는, 가까운 수목원에 가려 해도 차 안에서 왕복 4시간은 갇혀 있었거든요. 그때 생각하면, 지금은 자원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거죠.¡±

김씨는 아이들이 잔디밭을 질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즐겁다.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이 주위에 산재해 있다는 게 그를 즐겁게 한다. 수시로 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박씨가 꼽는 이민생활의 즐거움 중 하나다.

 

#5 의료 시스템

¡°왜 우수한지 뒤늦게 깨달아¡±

¡®무상의료¡¯는 캐나다 사회의 최대 장점 중 하나다. 하지만 새 이민자의 관점에서 느끼는 의료 서비스의 질은 사람마다 차이를 보인다. 주부 김정아씨(가명)에게는 ¡®무상의료¡¯라는 말 자체가 이민 초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감기약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에 있을 때는 아이 진료비나 약값으로 한번에 5000원 정도면 충분히 해결됐지만, 여기서는 약값만 보통 10달러가 넘었거든요. 진료비만 안 받을 뿐이지, 실제 들어가는 돈은 더 많은 거죠.¡±

응급 차량을 사용할 경우, 적지 않은 돈을 내야 한다는 것도 김씨를 놀라게 한 부분이다.

¡°세상 어디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밴쿠버에서도 아프면 자기만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상의료라고는 하지만 그 시스템 자체도 우수한지는 솔직히 의심스러웠지요.¡±

김씨의 삐딱한(?) 시선은 얼마 전 출산한 친구를 본 후에야 누그러졌다.

¡°뭐랄까요. 결정적 순간에는 의료 시스템이 완벽하게 가동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소한 질병은 개인이 해결하더라도, 출산 같은 큰 문제는 사회 전체가 도움을 주는 그런 모습이었지요. 1년 살고 얻은 결론인데, 우선은 이 사회의 장점을 먼저 보는 것이 무척 중요한 거 같아요. 그래야 내 선택이 옳았구나,하는 긍정적 힘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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