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학생들의 학력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최상위권이지만 '삶의 만족도'는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학생들은 또 사교육을 가장 일찍부터 시작하고 공부 시간도 가장 긴 반면, 신체 활동 시간이나 부모와 대화하는 시간은 꼴찌 수준이었다.

OECD는 전 세계 15세 학생 54만명을 대상으로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와 성취동기, 신체 활동, 부모와의 관계 등을 설문 조사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15 학생 웰빙 보고서'를 19일 발표했다. 지난 12월 발표한 읽기 등 학업성취도 평가와 함께 조사한 내용이다.

OECD가 학생들에게 주관적 삶의 만족도를 0점(최하)~10점(최고) 척도로 물은 결과, 한국 학생들 평균 점수는 6.36점으로, OECD 28개 국가 가운데 터키(6.12점) 다음으로 낮았다. 비(非)OECD 국가를 합친 48개국 중에서도 터키 다음 최하위였다. 최상위권은 핀란드, 네덜란드, 아이슬란드,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이 휩쓸었다.

작년 12월 발표한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OECD 회원국 35개국 중 읽기 3~8위, 수학 1~4위, 과학 5~8위로 최상위권이었다. OECD 안드레아스 슐라이허(Schleicher) 교육국장은 보고서에서 "(한국 등) 학력은 높아도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국가들이 있는 반면, 핀란드, 네덜란드, 스위스 학생들은 배움의 결과와 삶의 만족도를 잘 조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학생들의 공부 시간은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긴 편이었다. 주당 60시간 이상 공부(학교 안팎)한다고 답한 학생들이 23.2%로, OECD 평균(13.3%)의 두 배 가까이였다. 한국은 학교 정규수업 시간 외 수학·과학 추가 수업(사교육과 방과 후 수업)을 받기 시작한 시기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9세였다. OECD 평균은 11세, 가장 느린 아이슬란드는 13세였다. 추가 수업을 '좋아서' 받는다는 한국 학생은 9.7%에 불과했고, '성적 올리려고 받는다'는 경우는 52.2%였다.

한국 학생들은 최고가 되고 싶다는 성취동기가 매우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내 반에서 최고의 학생이 되고 싶다'는 학생이 80% 이상으로, OECD 평균(59%, 65%)보다 크게 높았다. 동시에 학교 공부를 하면서 긴장하고 걱정하는 비율도 다른 국가보다 높았다. '학교에서 나쁜 성적을 받을 것이 걱정된다'는 학생이 75%(OECD 평균 66%)에 달했다.

OECD 국가 평균적으로 공부 시간이 길면 학업 성취도는 오히려 떨어졌다. 그런데 한국은 유일하게 공부 시간이 긴 학생들이 삶의 만족도와 학업 성취도 둘 다 높았다. 예를 들어, 한국은 주당 60시간 이상 공부하는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6.6점)가 40시간 이하 공부하는 학생들의 만족도(6.3점)보다 0.3점 더 높다. 이에 대해 PISA팀의 최안나 정책분석관은 "다른 나라는 보통 공부가 뒤처지는 학생들이 사교육(tutoring)을 받는데, 한국은 반대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많이 받는다"며 "한국 청소년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잘할수록 부모나 선생님에게 관심과 칭찬을 받기 때문에, 학업 성취도가 삶의 만족도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학생들은 신체 활동하는 시간은 매우 적었다. 방과 후나 수업 전 스포츠를 하는 학생 비율이 한국은 46.3%로, OECD 국가 중 꼴찌다. 걷기나 자전거 타기 등 적당한 운동(최소 60분)을 단 하루도 안 한다는 학생이 5명 중 1명(19.8%)꼴로, 일본(26.9%) 다음으로 많았다.

OECD가 부모 설문을 통해 조사한, 학생과 부모가 함께 보내는 시간도 한국은 비교적 짧았다. '아이가 학교에서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 매일 또는 거의 매일 이야기한다'는 부모는 33%에 그쳤고, '아이와 이야기하는 데 매일 또는 거의 매일 시간을 쓴다'는 부모도 절반(53.7%) 정도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