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조기 전형 합격자를 최근 발표했다. 교외 활동을 인정하지 않는 국내 대학의 일반적인 수시모집과 달리, 해외 대학은 서류전형에서 비교과 활동을 넓게 반영하기 때문에 입시 과정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는 9월 입학을 앞둔 ´예비 아이비리그생´을 만나 합격 비결을 들었다.


<올 9월 아이비리그 입학을 앞둔 (사진 왼쪽부터) 이유나양·고주몽군·민유정양은 “SAT와 같은 시험 성적보다 에세이를 통해 자신만의 성장 스토리를 보여준 것이 합격 비결”이라고 강조했다./한준호·이경민·김종연 기자 >



◇전공과 연관된 다양한 예술 활동

프린스턴대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유나(용인한국외국어대부설고 3)양은 ´선택과 집중´을 비결로 꼽았다. 이양은 일찌감치 국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해외 대학에만 ´올인´했다. 그는 “순수 학문과 예술을 중시하는 프린스턴대 교풍에 끌려 이 학교에 몰두하기로 마음먹었다”며 “국내 대학에 함께 지원했다면 수능, 자기소개서를 준비하느라 해외 대학 입시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교 2학년 때 SAT(2360점·2400점 만점) 등 시험 성적을 마무리해두고 그 후 비교과와 에세이에 매진했다. 영문학 창작과 전자 음악을 전공하고자 한 그가 심혈을 기울인 비교과 활동은 단편소설 출간이다. 초등 시절부터 매주 한 편씩 에세이, 소설, 시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쓴 글 중 24편을 모아 지난해 10월 영문 단편소설집 ´The Red Pail(빨간 양동이)´을 출판, 국내 온·오프라인 서점과 해외 온라인 서점 아마존에 유통했다. 책의 배경 음악을 작곡했으며 삽화도 직접 그려넣었다. 이 같은 순수예술 분야 포트폴리오는 프린스턴대 지원서 중 ´예술 분야 보조 자료(Art Supplement)´로 제출했다. 그는 “고교 3년간의 꾸준하고도 일관적인 노력이 담긴 결과물”이라며 “영문학 창작에 그치지 않고 음악, 미술, 영상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전했다.


◇ “내가 정말 원하는 활동에 최선 다해”

고주몽(대원외국어고 3)군은 빅데이터 등 다양한 정보를 이용해 의미 있는 결과를 추출해내는 정보 과학과 통계학에 매력을 느꼈다. 선거 데이터 분석회사에서 인턴십을 하고 서울대 데이터마이닝캠프에 참가하면서 코넬대에서 이 학문을 전공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코넬대는 최근 각광받는 정보 과학을 학부에서 충실하게 교육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모습을 다른 상위권 대학에서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트렌드를 읽을 줄 아는 미래성 있는 학교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목표를 찾은 고군은 코넬대가 원하는 인재상을 파악하기 위해 수시로 코넬대 웹사이트를 꼼꼼하게 읽으며 정보를 수집했다. 그러나 입시를 목적으로 비교과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남에게 보이기 위해 꾸며낸 모습은 어떻게든 드러나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말 원하는 활동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려고 했다”고 했다. 그가 고교 재학 내내 책임감을 갖고 꾸준히 한 것은 교내 국제반 학생회장, 오케스트라 지휘자, 축구부 부주장 활동이다. “교내외에서 하고 싶은 활동은 다해봤어요. 그게 입시에 도움이 될 것인지는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최선을 다하게 됐어요. 결과적으로 제게 리더십이 있다는 점을 스스로 깨닫게 됐고 그 점을 에세이에서 강조할 수 있었죠.”


◇ “나만의 강점 보여줄 수 있는 영역 찾아라”

유펜에 합격한 민유정(청심국제고 3)양은 남들보다 늦은 중학교 3학년 말에야 해외 대학 진학을 결심했다. 해외에 거주한 경험도 없었다. 이 때문에 처음엔 다소 위축됐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당시를 돌이켜보며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강점을 찾으려 했던 점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그의 SAT 성적(2300점)도 아이비리그에 합격한 다른 한국 학생들에 비해 높은 편이 아니다. 그 대신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다방면으로 도전하려고 노력했다. 그중 하나가 공정무역 활동이다. 공정무역은 상대적 약자인 개발도상국의 생산자에게 적절한 대가를 제공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발전을하도록 하는 거래다. “예전에는 단순히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만 관심이 있었어요. 그러다 공정무역을 알게 되면서 이런 불합리한 현상을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지 고민하게 됐죠. 시민활동가로 일하거나 여러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매년 활동 범위를 넓히고 깊이를 더하려고 노력했어요.” 국내외 모의유엔과 모의법정에도 최대한 참가했다. “부족한 점이 많았어요. 미국까지 가서 모의재판을 하면서 미국 학생들에게 깨지기도 했죠. 하지만 친구들과 모여 대회에 나가거나 교내 대회를 주최하는 등 계속 도전했습니다. 그랬더니 2학년 말에는 국가대표로 괌에서 열리는 모의재판에 출전해 수상까지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