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위한 ´미래 교육 로드맵´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농경 중심이던 인류의 사회·경제구조를 완전히 바꿨어요. 지금 IT 등 과학기술 발달은 전 세계에 산업혁명보다 더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지요. 아이들이 살아갈 15~20년 뒤 미래는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 될 겁니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요.” (정지훈)

지금 한국에서는 초등 저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도 명문대 입시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교육에 매달린다. 하지만 과연 아이들이 대학에 가고 사회에 진출할 15~20년 뒤에도, ´대학´의 역할이나 위상이 지금과 같을까? 그때는 어떤 사회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을까? 신년을 맞아 우리 아이를 ´미래형 인재´로 키우려면 어떤 교육이 필요할지 전문가들과 함께 짚어봤다.


◇2030년, 전 세계 대학 절반 사라질 수도

세계적 미래학자들은 “2030년 전 세계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양질의 대학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는 ´코세라(www.coursera.org)´ 같은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 온라인 공개 수업)의 등장이 이런 움직임을 가속하고 있다. MOOC 대학의 하나인 미국 유다시티(Udacity)는 구글·AT&T· 아마존·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나노학위(Nanodegree) 과정을 만드는 중이다. 미국 미래학 연구기관인 다빈치연구소는 3개월 과정의 마이크로칼리지(micro-colledge)라는 실험적 교육모델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화제가 된 미네르바대학(Minerva School) 역시 캠퍼스가 없는 온라인 기반 대학이다.

미래학자인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IT·디자인융합학부 교수(전 카이스트 교수·전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사진>는 “수준 높은 교육을 언제 어디서나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고등교육 모델이 나타나면서 전 세계 대학 교육이 바뀌고 있다”며 “하버드·스탠퍼드·MIT 같은 세계 최고 명문대들이 이러한 변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기한 지식을 확인하는 형태의 시험도 사라질 전망이다. 지금도 스마트폰을 통해 수많은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데, 미래학자들은 2025년 즈음에는 사람의 손목 등에 칩(chip)을 넣는 기술까지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면 지식을 외울 필요가 없어지고, 점수 몇 점 차이로 등수를 가리는 일도 무의미해진다.

미래학자인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앞으로의 시험은 어떤 정보를 이용해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친구들과 협의하고 실제로 제작하는 프로젝트 형태로 대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 선진국 핀란드는 이런 변화에 발맞춰 2020년부터 기존 과목을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소통), 크리에이티비티(Creativity·창의력), 크리티컬 싱킹(Critical Thinking·사고력),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협업) 등 ‘4C’로 대체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래 사회에서는 무엇보다 ‘협업’ 능력이 중요해요. 지금 여러 회사에서 천문학적 금액을 지원받아 우주·해양탐사 등에 나서는 엑스프라이즈(X Prize) 재단만 봐도 로봇공학자, 물리학자, 식물학자, 토양학자 등 수많은 사람이 협력해 연구를 이끌거든요. 앞으로 인류 삶을 좌우할 문제들은 한 개인이나 국가가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지금 아이들에게는 옆 친구를 경쟁자로 여기는 ´입시 중심 교육´을 시킬 게 아니라, 옆 친구와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을 가르치는 게 더 중요합니다.”


◇”10년 뒤 직업 60%, 아직 생기지 않아”

정 교수는 “IT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전문가 사회의 붕괴 ´”라고 지적했다.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전문가적 지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15~20년 뒤에는 인공지능 발달로 기계가 사람 일을 대신하면서 전문직 수요가 많이 줄어들 전망이다. 정 교수는 “세계는 이제 지식사회를 지나 하이 콘셉트(high concept)·하이 터치(high touch)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 콘셉트는 서로 다른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조합해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는 것을 말하며, 하이 터치는 다른 사람과 공감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여러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창의적 능력을 뜻한다. 정 교수는 “미래에는 지금 기성세대가 ´노는 일´로 여기며 무시하는 수많은 예술적 분야에서 새로운 직업이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정 직업을 염두에 두고 유·초등 자녀를 교육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2030년까지 현재 직업의 60%가 사라진다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세계적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Thomas Frey)는 “10년 후 일자리의 60%는 아직 탄생하지도 않았다”고 말했을 정도다.

송해덕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사진>는 “지금 있는 직업에 필요한 역량보다 개개인이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며 “세계적 경제사상가 다니엘 핑크(Daniel Pink)가 왜 미래 인재의 여섯 가지 덕목으로 ´디자인·스토리·조화·공감·놀이·의미´를 꼽았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동안 우리는 교과 지식 같은 하드 스킬(hard skill) 교육에만 집중하느라, 비판적 사고나 커뮤니케이션, 자기 관리, 자기 성찰 같은 소프트 스킬(soft skill)은 등한시했어요. 하지만 지식이 넘쳐나는 미래 사회에는 소프트 스킬이 훨씬 중요해집니다. 더불어 수많은 정보 가운데서 자기에게 의미 있는 것을 찾아내는 큐레이션(curation) 능력까지 길러줘야 하죠.”

사회 변화에 따라 교사·교수의 역할도 달라진다. 아이들이 스마트기기를 통해 모든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에 자기가 아는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은 필요없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앞으로 교사·교수는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활동을 디자인하고, 수많은 지식과 경험을 자기 관점에서 받아들이고 생각할 수 있게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생 공부할 마음가짐´ 심어줘야

앞으로 교육은 ´평생교육´ 형태로 나아간다는 게 미래학자들의 전망이다. 대학 4년간 배운 지식으로 평생 일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수명 연장 등으로 지금 10대 이하 아이들은 평생 20개 이상의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또한 매일, 매시간 새로운 기술이 생겨나기에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배워야 하는 시대가 된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사진>는 “아이들이 공부는 재미있고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게 해야 ´평생학습시대´에 살아남는 사람으로 키울 수 있다”며 “지금처럼 초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공부에 질리게 하는 교육은 멈춰야 한다”고 충고했다. “앞으로 부모들은 교육목표를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을 길러주는 데 둬야 해요. 성장 마인드셋은 설령 실수하더라도, 그 경험을 통해 배우고 자신이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사고방식이에요.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배우려고 노력하며, 실패나 역경도 잘 극복하지요.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은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학습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해요. 부모는 아이들에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능력을 길러줘야 합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