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이민부의 교훈

마케팅의 대가 필립 코틀러(phillip kotler)는 '고객 니즈(needs)의 이해는 마케팅의 출발점이며 경영에서 이를 모르면 마치 장님과 같은 것'이라고 지적한바 있다. 18일 아침, 캐나다 이민부가 독립이민 허용점수를 75점에서 67점으로 낮춘다는 발표를 들으면서 떠올린 말이다.

캐나다 이민부의 발표와 마케팅 전문가의 말이 무슨 연관이 있다는 얘기인지 고개를 갸우뚱거릴 분도 있을지 모르지만 광활한 국토면적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경제활동인구를 이민자로 채울 수 밖에 없는 캐나다가 국제적인 '이민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시사하는 점이 크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정부의 정책이 조변석개(朝變夕改)로 변해서 어떻게 공권력의 영(令)이 서겠느냐는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캐나다 이민부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는 점이다.

이민부는 당초 지난 2001년 12월, 독립이민자의 자격 점수를 70점에서 80점으로 높이고 이민관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이민법 개정안을 2002년 6월 28일을 기해 시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독립 이민자들의 자격 심사 점수가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비난 여론이 일면서 개정안 발효시점을 코 앞에 둔 2002년 6월 11일 다시 75점으로 개정했다. 하지만 이 또한 캐나다 연방법원이 개정이민법의 소급적용은 부당하다며 집단 소송을 제기한 이민신청자 102명에게 구이민법에 따라 재심사하라고 판결하면서 재개정 압박수위가 높아지자 이번에는 아예 67점으로 낮춰버렸다.

드니 코데르 이민부 장관은 이에 대해 “이민법 개정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융통성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며 독립이민 점수를 낮춘 것도 같은 취지”라고 당당히 밝혔는데 이 같은 일이 만일 한국에서 일어났다면 벌어질 소동은 상상만으로 충분하다.

물론 정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이민정책변화는 표면적으로는 여론에 굴복한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효과적인 고객마인드(?) 읽기 작업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판단이 앞선다. 코앞의 명분보다 장기적 관점의 이득을 위한 철저한 손익계산을 캐나다 이민부가 이미 끝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