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의 임무

영사(領事)는 본국과 주재국과의 우호관계 촉진, 통상(通商) 및 경제관계의 발전, 자국민 보호 등을 주요 업무로 하는 외교 공무원이다. 총영사, 부총영사, 영사 등으로 나뉘는데 총영사는 'consul general', 영사는 'consul' 이라고 한다.

통상(通常)의 업무 외에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밴쿠버 총영사관이 최근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동포사회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민원업무를 중심으로 한 내부적 변화 때문이었다.

공관장인 박종기 총영사도 화려한 수사(修辭) 보다는 정중동(靜中動)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 보면 인간적 체취를 풍기는 허허실실(虛虛實實)에 가까운 편이다.

당초 부임 1주년 특별 인터뷰를 요청했던 이유 중에는 별다른 민감한 사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식석상에서 못다했던 총영사의 속내를 한번 엿보자는 뜻도 있었는데 공동간담회 형식으로 바꾸면서 이마저도 살짝 피해갔다.

간담회에서 박 총영사가 언급한 내용은 업무 전반에 대한 설명 외에 업무외적으로도 상당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동포사회 전반의 발전을 위한 공통과제에 대한 인식의 확산과 공감대 형성의 필요성'이나 '주류사회와의 교류와 진입을 위한 대안'등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그는 또 "동포사회의 기존 인식을 바꾸고 밖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며 이를 위해 동포언론의 선도적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에 공관이 나서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고 어느 정도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한국과는 다르다는 의미였다.

주어진 업무 범위 내에서 무사히 임기를 마치기를 원하는 것이야 인지상정(人之常情)이지만 한인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내부에 잠재한 그 역동성을 하나의 힘과 에너지로 모을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총영사의 지적대로 한인동포의 수적 증가에 비해 경제적 발전이 더딘 것도 사실이고 앞으로 전 세계적 관심을 모아갈 서부캐나다 지역이라는 점에서 볼 때 밴쿠버 총영사관은 결재라인과는 무관한 임무가 하나 더 부과 되어 있는 셈이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